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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국 전투기 개발 '빅3' 격돌…누가 5세대 하늘을 지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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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국 전투기 개발 '빅3' 격돌…누가 5세대 하늘을 지배하나?

한국 KF-21·튀르키예 칸·인도 AMCA, 서방 의존 탈피 치열한 경쟁
한국 수출 다변화·튀르키예 국제협력·인도 완전 자립 전략으로 경쟁 격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F-21 보라매. 사진=KAI이미지 확대보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F-21 보라매. 사진=KAI
미국이 개발한 최신 전투기 F-35가 지난 6월 14일 공중에서 기술적 문제를 일으켜 인도 남부 티루바난타푸람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그런데 이 전투기가 수리와 부품 조달 문제로 37일 동안이나 인도에 발목이 묶인 채 7월 22일에야 영국으로 돌아갔다.

이 사건은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만든 첨단 무기라도 해외에서 문제가 생기면 신속한 수리나 부품 공급이 어렵다는 한계를 보여줬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중견국들이 "우리도 외국 무기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독자적인 전투기를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의 KF-21 보라매, 튀르키예의 TAI 칸(Kaan), 인도의 첨단중형전투기(AMCA) 등 3개국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유라시안타임스가 지난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각국은 서로 다른 전략으로 5세대 전투기 시장을 먼저 차지하려 한다. 한국은 수출 확대와 협력국 다변화, 튀르키예는 국제 공동개발, 인도는 완전한 기술 자립을 목표로 한다는 분석이다.

◇ 개발 속도와 기술 수준 경쟁 치열


한국항공우주산업(KAI)KF-21 보라매는 현재 가장 발전된 개발 단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후 6개 프로토타입 모두가 비행 테스트에 투입됐으며, 초음속 비행과 야간 급유, 전천후 작전 능력 등 대부분의 기본 비행 테스트를 마쳤다고 유라시안타임스는 전했다.

KF-21 블록12026년 실전에 투입 예정이며, 향상된 공격·정찰 능력을 갖춘 블록22028년 배치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2032년까지 총 120대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보도됐다. KF-2110개 하드포인트에서 7700kg의 외부 탑재량을 실을 수 있으며, 제너럴일렉트릭 F414 엔진을 사용한다.

튀르키예의 TAI 칸은 지난해 2월 첫 비행에 성공했으나 현재까지 프로토타입 1대만 생산됐다. 튀르키예항공우주산업(TAI)은 두 번째 프로토타입이 건설 중이며 올해 마지막 분기에 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첫 번째 양산형인 블록02026년 완료 예정이며, 블록12030년부터 2033년 사이 터키 공군에 넘겨질 계획이다. 항공기 한 대 가격은 1억 달러(1385억 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AMCA는 아직 프로토타입 제작 단계다. 인도 항공개발청(ADA)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프로토타입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9년 첫 비행, 2034년 실전 배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5개의 프로토타입 제작에 15000억 루피(236800억 원)가 투입될 예정이며, 프로토타입 한 대당 비용은 1000억 루피(15700억 원)에 이른다.

◇ 수출 전략과 국제협력 양상 뚜렷한 차이


각국의 수출 전략과 국제협력 방식도 크게 다르다. 한국은 왕성한 수출 마케팅으로 세계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48대 도입 계획을 유지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왕립공군도 다목적전투기(MRCA) 프로그램에서 KF-21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됐다.

KAI는 페루 공군 정비국과 KF-21 부품 제조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필리핀은 40대 구매에 관심을 표명했다. 폴란드 공군도 32대 추가 확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도 프로그램 협력을 논의 중이다.

튀르키예는 공동개발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과 이집트가 칸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으며,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26일 칸 48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튀르키예 언론에 따르면 이 계약 규모는 100억 달러(138500억 원)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00대 구매를 검토 중이며, 파키스탄과는 합작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2030년 이후 칸이 완전히 국산 엔진으로 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는 완전한 기술 자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 527"첨단중형전투기 프로그램 실행 모델"을 승인했으며, ADA는 인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관심표명서(EOI)를 지난달 18일 발표했다. 입찰 참여 기업은 8년 내에 AMCA의 개발, 프로토타이핑, 비행 테스트, 인증을 마쳐야 한다.

아닐 초프라 인도 공군 원수(예편)"AMCA의 성공은 인도의 공중전 능력 강화와 외국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는 데 꼭 필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세 프로그램 모두 야심찬 중간 강대국의 열망을 반영하지만, AMCA의 자립 중심 접근은 지정학상 불안정한 상황에서 특별한 장점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