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주가가 5일(현지시각) 반등 하루 만에 급락했다.
전날 6거래일 만에 0.6% 반등하며 바닥을 다지고 상승 채비를 하고 있다는 기대감을 높였던 엔비디아는 하루 만에 급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맞춤형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이 4일 장 마감 뒤 실적 발표에서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채 새 고객사로부터 100억 달러 규모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문을 받았다고 밝힌 것이 엔비디아 주가 급락을 불렀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브로드컴의 새 고객사가 챗GPT로 본격적인 AI 시대를 개척한 AI 스타트업 오픈AI라고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이날 엔비디아는 4.64달러(2.70%) 급락한 167.02달러로 장을 마쳤다.
중국 이어 오픈AI까지
오픈AI가 브로드컴으로 갈아타기로 한 것은 중국 시장이 사실상 닫히면서 고전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형 악재다.
공개된 적은 없지만 오픈AI는 엔비디아 AI 반도체 매출의 10% 안팎을 차지한다는 분석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엔비디아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엔비디아는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시장 접근이 사실상 차단된 데 또 다른 10% 매출을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H20 반도체 대중 수출을 다시 허가하기로 했지만 중국은 이미 돌아섰다.
중국 정부는 엔비디아 반도체 공급이 언제든 끊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중국 업체들에 성능은 떨어지더라도 토종 반도체로 AI를 개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 충격은 작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픈AI가 자체 반도체를 생산하면서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인다고 해서 당장 엔비디아 반도체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당분간은 오픈AI의 맞춤형 반도체를 브로드컴이 대량 생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자체 반도체가 조금씩 엔비디아 반도체를 대체하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장기적인 영향이다. 맞춤형 반도체 양산에 수년이 걸리겠지만 그 이후 자체 반도체가 주력이 되면 엔비디아는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오픈AI는 현재 자사 AI모델을 위한 그래픽반도체(GPU) 90% 이상을 엔비디아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10% 미만이 AMD와 맞춤형 반도체인 것으로 보인다. GPT-4와 GPT-5는 기본적으로 엔비디아의 H100, 최신 블랙웰 반도체에 의존한다.
오픈AI는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한 곳이다.
오픈AI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메타플랫폼스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 대형 데이터센터 업체들과 함께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의 50%를 넘게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최대 고객사가 엔비디아 분기 매출의 20%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오픈AI는 비중이 1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충격이 제한적이기는 하겠지만 엔비디아 주가수익배율(PER)이 시장평균을 크게 웃도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장기적으로 엔비디아 실적과 주가 전망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가 고객사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마진율을 점점 낮추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특히 알파벳 산하 구글, 아마존, MS 등이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면서 엔비디아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는 흐름에 오픈AI가 가세함에 따라 엔비디아는 조만간 시장 전략을 전면 개편해야 할 수도 있다.
언젠가 닥칠 맞춤형 AI 반도체 흐름에 대응해 엔비디아가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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