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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러시아, 나토 향한 '그림자 전쟁' 격화…서방, 대응 시험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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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러시아, 나토 향한 '그림자 전쟁' 격화…서방, 대응 시험대 올라

폴란드 드론 침범, 나토 '조약 5조' 정조준…유럽 전역 하이브리드 도발 노골화
전문가 "성명만으론 부족…기밀 해제·2차 제재·미사일 지원 등 총력 대응해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나토(NATO)를 겨냥한 '그림자 전쟁' 수위를 높이며 서방의 대응을 시험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나토(NATO)를 겨냥한 '그림자 전쟁' 수위를 높이며 서방의 대응을 시험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결속력을 시험하며 서방을 향한 '그림자 전쟁(shadow war)' 수위를 위험하게 높이고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14일(현지시각) 칼럼니스트 이바나 스트래드너의 기고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최근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드론 공격은 나토 집단방위 체제의 근간인 '조약 5조'를 무력화하려는 푸틴의 오랜 야망이 담긴 도발이며, 서방의 미온한 대응이 계속된다면 더 큰 확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의 궁극적인 목표는 나토를 해체하고 '회원국 하나를 향한 공격은 전체를 향한 공격'으로 여기는 조약 5조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최근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드론 공격은 이런 맥락에서 매우 위험한 확전 신호다.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상대로 공격 행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러시아 정보기관은 서방 세계를 상대로 놀라울 만큼 뻔뻔한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을 벌여왔다. 유럽 군사 시설과 방산업체는 물론, 주둔 미군 기지와 병력을 겨냥한 파괴 공작(사보타주)을 계획한 것이 대표 사례다. 독일에서는 북미행 항공기 테러의 사전 연습으로 의심되는 화물기 폭발물 설치 사건이 일어났고, 독일 핵심 방산업체인 라인메탈의 아르민 파퍼거 최고경영자(CEO)를 암살하려던 정황도 드러났다.

이번 폴란드 드론 공격은 벨라루스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푸틴 대통령에게 책임을 피할 '그럴듯한 부인(plausible deniability)'의 명분을 주는 동시에, 크렘린이 서방의 결의를 시험하기 위해 더욱 대담해졌음을 뜻한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 동맹이 즉각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이유다.

미온적 대응에 그친 서방…'성명 이상의 조치' 촉구


지금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러시아가 드론으로 폴란드 영공을 침범했다는데, 무슨 일인가? 자, 시작해 볼까!"라는 모호한 글을 남기는 데 그쳤다. 나토 주재 미국 대사 매튜 휘태커가 "영공 침범에 맞서 나토 동맹을 지지하며, 나토 영토를 한 치도 빠짐없이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형식적인 수사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텔레그래프는 "강력한 성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국면을 바꿀 강력한 카드를 쥐고 있으며,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첫째, 정보 공개와 외교 압박이다. 워싱턴은 이번 드론 공격 배후에 있는 러시아의 의도와 다른 음모에 관한 첩보를 기밀 해제해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동시에 동맹국과 공조해 유럽에 있는 러시아 정보 요원들을 추방하고, 9월로 예정된 러시아의 몰도바 총선 개입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첩보 공개부터 2차 제재까지…'총력 대응' 카드 부상


둘째, 경제 제재를 확대해야 한다. 러시아 경제와 연방 예산의 뿌리인 석유 수출 수입을 막기 위해 제3국 기업과 개인까지 벌하는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를 포함한 고강도 경제 압박을 동맹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셋째, 군사 지원을 강화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맞서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미사일을 제공해야 한다.

넷째, 러시아의 약한 고리를 파고드는 적극적인 정보전을 펴야 한다. 푸틴이 나토를 흔드는 동안, 정작 러시아가 이끄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는 회원국 사이에서 정당성과 안보 유지 능력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아제르바이잔과의 분쟁에서 러시아가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자 2024년 아르메니아가 CSTO 참여를 동결한 것이 좋은 예다. 서방은 CSTO의 무력함을 알려 러시아의 국제 영향력을 약화시켜야 한다.

러시아의 그림자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서방이 강력한 공동 대응으로 맞서지 않는다면, 푸틴 정권은 계속해서 도발 수위를 높이며 확전을 시도할 것이 분명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