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행' 공식화로 기술 격차 논란 종식…시장 신뢰 회복 나서
SK하이닉스 추격 고삐…2026년 HBM4 양산으로 미래 시장 선점 포석
SK하이닉스 추격 고삐…2026년 HBM4 양산으로 미래 시장 선점 포석

삼성전자가 마침내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쟁과 관련한 오랜 침묵을 깨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정면으로 돌파한다. 업계에 알려졌던 12단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기술 검증 통과 사실을 이르면 9월 말 공식 발표하며, SK하이닉스가 선점한 AI 반도체 메모리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을 선언할 전망이라고 대만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 아시아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삼성의 이번 공식화는 단순한 사실 확인을 넘어, 그간 시장에서 제기됐던 기술 격차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고 투자자와 고객사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여러 외신과 국내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발표 시점은 9월 말로 예상되며, 이 발표는 AI 반도체 패권 경쟁의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엔비디아 '루빈'행 티켓 확보…까다로운 기술 장벽 넘었다
삼성의 공식 발표가 갖는 무게감은 이 HBM3E가 AI 칩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Rubin)'에 탑재될 핵심 메모리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엔비디아는 양산 공급 조건으로 12단 적층 구조, 초당 9기가비트(Gbps)를 웃도는 데이터 처리 속도, 그리고 극도로 엄격한 열과 전력 효율 기준 충족을 요구했다. 과거 삼성전자는 바로 이 까다로운 발열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데이터 전송 문제, 낮은 수율 탓에 공급 지연을 겪었으나, 최근 관련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국내 매체에서 삼성이 엔비디아의 품질 시험을 통과했다고 보도했을 때, 삼성 측은 "계획대로 순조롭게 개발이 진행 중"이라는 원론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전면에 나서 검증 완료를 직접 밝힘으로써, 대량 양산과 공급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HBM4로 미래 시장 선점…평택 라인 전환 가속
삼성전자가 9월 말을 공식 발표 시점으로 저울질하는 배경에는 치밀한 시장 공략 전략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FETV는 삼성이 지금까지 HBM3E의 수율이나 검증 상태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면서 "이번 발표는 삼성이 기술에서 뒤처지지 않았음을 시장에 명확히 보여주고, 고급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구축한 독점적 지위에 도전하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삼성의 자신감은 앞으로의 기술 계획과 맞물려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은 HBM3E 공급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2026년부터는 6세대 제품인 HBM4 양산과 출하에 돌입할 계획이다. HBM3E로 시장 점유율을 되찾고, 한 세대 앞선 HBM4로 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오겠다는 장기 포석이다.
이러한 공격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생산 역량 강화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 반도체 공장의 D램 생산 라인 일부를 HBM3E와 차세대 HBM4를 함께 생산할 수 있는 공정으로 빠르게 바꾸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소식통들은 삼성이 검증 완료를 공식 발표하는 순간, 대규모 양산을 위한 생산 증설 작업이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공식 발표가 한층 치열해질 HBM 시장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리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