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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발 관세폭탄에 美 자동차산업 ‘존폐 위기’…70억달러 손실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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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발 관세폭탄에 美 자동차산업 ‘존폐 위기’…70억달러 손실 전망

지난 2021년 6월 10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스텔란티스 조립공장에서 2021년형 지프 그랜드체로키 L 차량들이 생산라인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1년 6월 10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스텔란티스 조립공장에서 2021년형 지프 그랜드체로키 L 차량들이 생산라인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인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미국 자동차 산업이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포드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이른바 ‘빅3’ 완성차 업체들은 트럼프발 관세정책의 여파로 올해 총 70억 달러(약 9조8700억 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FT에 따르면 미시간주 플라스틱 부품업체 팀원플라스틱스는 일본산 사출성형기 한 대를 30만 달러(약 4억2300만 원)에 주문했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관세로 가격이 34만5000달러(약 4억8700만 원)로 올랐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인 게리 그리고브스키 부사장은 “관세 때문에 발생한 가격 상승분은 우리 같은 중소기업엔 실질적인 돈이며 결국 누군가는 그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정책이 미국 내 일자리를 되살리고 아시아로 이전된 생산기지를 되돌릴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는 지적이라고 FT는 전했다. 부품 공급망은 흔들리고, 원자재 가격은 급등했으며, 현금흐름은 악화됐기 때문이다.

◇ 미시간주 곳곳 ‘관세 후폭풍’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의 패트릭 앤더슨 대표는 “산업 전반에 고통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관세의 전면적 충격이 닥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외곽의 부품업체 루세른인터내셔널의 메리 북차이거 대표는 “우리는 더 이상 모든 부품을 국내에서 만들 수 있는 제조 인프라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루세른은 중국산 제품에 72.5%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다.

짐 팔리 포드차 최고경영자(CEO)는 “25% 부품 수입관세로 인해 회사가 20억달러(약 2조8200억원)의 역풍을 맞았다”며 “향후 투자 여력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 중소 부품업체들 “이건 생존 문제”


디트로이트 소재 정밀 금속부품 제조업체 알파USA의 척 다르다스 사장은 “대만산 강철 너트에 부과된 50% 관세로 매달 25만 달러(약 3억5200만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 규모의 회사에는 사실상 ‘존폐 위기’”라고 토로했다.

이미 일부 부품업체는 파산했다. 일본계 공급사 마렐리는 지난 6월 델라웨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미국 관세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의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수십 년간 이어진 해외 이전으로 수많은 중산층 일자리가 사라진 건 사실이지만 이번 관세혼란은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 “자동차 산업, 피 흘리고 있다”


알루미늄 합금 부품을 만드는 GS3의 리사 런스퍼드 CEO는 “자동차산업은 피를 흘리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이 버티지 못하면 우리 같은 협력사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규모 시제품 제작업체 블리츠 프로토의 캐린 해리스 CEO는 “부품 가격이 몇 달 새 20~50%씩 오르며 견적 유효기간이 30일에서 일주일로 줄었다”며 “가격 변동이 너무 심해 제대로 된 원가 계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車값도 상승 불가피


미시간대의 가브리엘 에를리히 경제예측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 관세로 향후 수년간 차량 가격이 평균 9.6%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4년 기준 평균 차량가격이 약 4500달러(약 630만 원) 인상되는 셈이다.

그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연간 31만3000대(3.1%) 줄고 판매량은 78만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틴리아인터내셔널의 팻 데라모 CEO는 “지난 5년간 팬데믹, 수요 급락, 중국의 부상에 이어 관세까지, 한시도 숨 쉴 틈이 없었다”며 “이제는 언제쯤 평온한 시절이 돌아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