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메타와 대형 계약 잇따라 체결 불구... 수익성 및 확장 리스크에 주가 '발목'

이번 하락은 오라클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오라클 AI 월드(Oracle AI World)’ 콘퍼런스 기간 중 개최한 애널리스트 미팅에서 장기 성장 전망을 제시한 지 하루 만에 나타났다.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라클은 전날 발표에서 2030 회계연도까지 클라우드 인프라 부문 매출이 16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6 회계연도 예상치인 180억 달러에서 9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시장의 기대감을 달궜다.
오라클은 또한 2030년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21달러, 전체 매출이 22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31%를 넘는 수준이다.
대형 계약 '잭팟'...목표가 상향 이어져
오라클은 AI 인프라 붐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부상하며 최근 승승장구했다. 회사는 최근 오픈AI와 3000억 달러(약 426조 원)가 넘는 규모의 AI 반도체 공급 계약을 5년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지난 9월 실적 발표 직후에는 계약상 고객에게 아직 제공하지 않은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의무를 나타내는 ‘잔여 수행 의무(RPO)’가 전년 대비 359% 급증한 4550억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주가는 이에 1992년 이후 최고의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오라클은 전날에는 메타와의 클라우드 계약 체결 사실도 공식 확인했다. 또한 이번 분기 동안 클라우드 인프라 부문에서 총 650억 달러 규모의 신규 계약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오라클은 AI 인프라 부문 조정 총이익률이 30~4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일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UBS의 칼 키어스테드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오라클의 목표주가를 360달러에서 38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그는 “현재 주가에는 AI 중심 성장세의 모든 잠재력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매수(Buy)’ 의견을 유지했다.
키어스테드는 다만 신중한 투자자들이 주목할 위험 요인으로 ▲오픈AI에 대한 과도한 거래 집중, ▲공격적인 인프라 확장에 따른 예상치 못한 운영 병목 가능성 등을 지적했다.
단기 '숨 고르기' 나서나
그렇지만 잘 나가던 분위기는 이날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회사의 장기 목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급격히 얼어붙었다.
RBC캐피털마켓의 리시 잘루리아 애널리스트는 CNBC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제시된 수치를 소화하고 장기 목표의 현실성에 대한 확신을 얻기까지 주가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오라클 주식에 대해 ‘보유(hold)’ 의견을 유지했다.
AI 클라우드 계약 급증으로 오라클의 기업 가치가 상승했지만, 투자자들은 해당 사업의 수익성에 대해서도 여전히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막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데이터센터 공급 속도에 대한 우려도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브래드 실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토지, 건물, 에너지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전반적인 공급 제약으로 인해 데이터 센터 구축 속도가 제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라클 주가는 이날 6.94% 내린 291.2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