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조건은 한 치도 바뀌지 않았다”며 협상 전망에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 라브로프 “러시아의 입장 변함없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전날 통화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평화협정이 먼저 이뤄져야 휴전이 가능하다는 러시아의 입장이 변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과 트럼프가 8월 알래스카에서 만났을 당시 논의했던 원칙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부다페스트 회담 ‘불투명’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푸틴과의 통화 후 “큰 진전을 이뤘다”며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발표했지만 라브로프 장관은 “시기와 장소보다 중요한 것은 본질적 문제의 합의”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라브로프는 또 “폴란드가 푸틴 대통령의 항공기 착륙 시 국제형사재판소(ICC)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부다페스트 방문 자체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 美 “종전 원하나 러시아 의도 불투명”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알래스카 앵커리지 미군기지에서 푸틴 대통령과 첫 회담을 가졌으나 러시아의 직접적 양보를 얻지 못했다. 그는 이후 “푸틴이 평화를 원한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와의 직접 협상에 응하지 않고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했지만 우크라이나의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 요청을 거부하고 대신 영토 양보를 통한 평화안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 유럽의 우려와 냉담한 반응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의 회담 장소로 부다페스트를 택한 데 대해 “우크라이나에 상징적으로 부정적 의미를 가진 곳”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한 EU 고위 관계자는 “유럽 정상들이 곧 워싱턴을 방문해 조율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전쟁의 근본 원인 제거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라브로프 장관은 “워싱턴에서 들려오는 종전 신호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