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벤더 툴에 독자 AI 모델 결합…'현실 노선' 채택
"설계 기간 단축, 초보자도 전문가급 품질" 목표
"설계 기간 단축, 초보자도 전문가급 품질" 목표

세계적인 EDA(반도체 설계 자동화) 기업의 검증된 툴을 기반으로, 라피더스가 2nm 공정에 독자적으로 최적화한 AI(인공지능) 모델을 결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접근은 후발주자로서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면서도, 고객사(팹리스)의 설계 진입 장벽을 낮추고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현실적인 포석으로 풀이된다.
라피더스는 지난 7월 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미국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의 비공개 행사인 'CadenceCONNECT Japan 2025'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AI 기반 EDA의 최신 구축 현황을 발표했다. 케이던스는 EDA 시장의 핵심 강자 중 하나다. 라피더스는 이날 행사에서 케이던스의 AI 처리 제품을 기반으로 구축 중인 자사의 EDA를 소개하고, 이 시스템을 2nm 세대 공정의 회로 블록 설계에 실제 적용한 결과까지 시연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27년 양산 목표…'설계 지원' 기반 시설 구축 필수
라피더스는 오는 2027년 내 2nm 세대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 중요한 이정표로 지난 7월 18일, 2nm 세대 공정의 기본 소자인 트랜지스터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하며 기술 개발이 순항 중임을 알렸다.
반도체 업계에서 파운드리 사업의 성패는 단순히 미세 공정 제조 라인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 수많은 팹리스 고객사들이 해당 공정을 사용해 복잡한 반도체 칩을 원활하게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강력한 EDA 기반 시설 구축이 필수적이다.
라피더스가 EDA 구축 현황을 외부에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지난해 8월 도쿄에서 열린 'RISC-V Day Tokyo 2024 Summer' 행사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약 1년 만인 이번 케이던스 행사에서 더욱 진전된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두 번의 발표 모두 라피더스 엔지니어링 센터의 쓰루사키 히로키 설계 기술 총괄부 디렉터가 맡았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초기 버전 발표보다 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수준으로 발전된 내용을 담았다는 평가다. 쓰루사키 디렉터는 이날 "EDA는 단순한 설계 툴이 아니라, 차세대 반도체 제조 생태계의 핵심 기반 시설"이라며 "AI 모델을 EDA에 통합함으로써 설계 효율과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전통 EDA'와 'AI EDA' 병행 전략
쓰루사키 디렉터의 발표에 따르면, 라피더스가 구축 중인 EDA 시스템은 크게 두 종류의 소프트웨어 툴 그룹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전통적인 EDA 툴 그룹이다. 이 툴 그룹은 반도체 설계의 기본 골격이 되는 RTL(Register Transfer Level) 논리 데이터를 입력받아, 최종적으로 웨이퍼에 새길 마스크 제작용 데이터인 GDS-II 형식의 데이터로 변환하기까지의 전(全) 공정을 지원한다. 논리 합성, 자동 배치 및 배선(P&R), 논리 시뮬레이터 등 이미 업계에서 표준으로 자리 잡은 툴들이 이 그룹에 속한다.
AI 기반 'Raads'로 설계 효율 극대화
두 번째는 라피더스가 야심 차게 준비 중인 AI와 머신러닝 기반의 새로운 EDA 툴 그룹이다. 라피더스는 이 독자적인 솔루션에 'Raads(Rapidus AI-Assisted Design Solution)'라는 공식 명칭을 붙였다.
Raads의 핵심 목표는 명확하다. AI의 힘을 빌려 고객사의 칩 설계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설계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 엔지니어라도 전문가급 수준의 높은 설계 품질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상향 평준화)하는 것이다.
"완전 독자 개발 대신 '현실 노선' 택해"
주목할 점은 Raads 툴의 개발 방식이다. 라피더스는 모든 툴을 처음부터 새로 개발하는 대신, 케이던스와 같은 기존 EDA 벤더들이 보유한 강력한 AI 처리 제품이나 기술을 기반으로 삼는 '현실 노선'을 택했다.
구체적으로 이 방식은 기존 EDA 벤더의 AI 처리 엔진 위에 라피더스가 자체 개발한 2nm 최적화 AI 모델을 추가하여 작동하는 방식이다. 즉, 학습된 AI 모델은 라피더스가 개발해 제공하고, 모델 실행과 AI 처리 자체는 벤더의 EDA 제품 환경에서 수행하는 구조다.
라피더스가 완전한 오리지널 툴 개발을 고집할 경우, 경쟁 파운드리 업체와 차별화는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막대한 개발 공수(工數)가 투입되고, 고객사 엔지니어들이 생소한 툴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높은 진입 장벽이 발생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검증된 벤더의 기술을 활용하는 Raads 툴은 이러한 문제점을 피해가기 위한 '현실적 접근'이자 합리적인 선택으로 평가받는다.
라피더스는 이 새로운 Raads 툴 그룹을 설계용 기본 데이터 세트인 PDK(Process Design Kit) 0.5 버전을 배포하는 2025년 말부터 고객사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할 방침이다.
물론 2025년 말 시점에는 일부 툴이나 기능이 완성되지 않을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후 1년간의 고도화를 거쳐, 정식 PDK 1.0 버전을 제공하는 2026년 말에 Raads 툴 그룹 역시 모든 기능을 갖춘 완성된 형태로 제공할 예정이다.
라피더스는 이처럼 케이던스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AI 학습 모델을 통합한 하이브리드형 EDA 체계를 추진 중이며, 2nm 공정 실용화를 위한 기술 기반을 2026년 내 완성한다는 목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