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실리콘 디코드] 삼성전자, '2나노 승부수'로 TSMC 아성 정조준

글로벌이코노믹

[실리콘 디코드] 삼성전자, '2나노 승부수'로 TSMC 아성 정조준

테슬라·애플 등 신규 고객 확보…70% 수율 목표 '자신감'
'엑시노스 2600' 9월 양산 돌입…AI 반도체 시장 판도 바꾼다
삼성전자가 테슬라, 애플 등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2나노 공정 70% 수율 목표를 제시하며 TSMC 추격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테슬라, 애플 등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2나노 공정 70% 수율 목표를 제시하며 TSMC 추격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절대 강자' TSMC를 향한 삼성전자의 추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수년간 이어졌던 시장 점유율 정체를 딛고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차세대 2나노미터(nm)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에서 TSMC와의 정면 대결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며 중대한 반전을 예고했다. 유수의 신규 고객사를 속속 확보하고 2나노 제조 기술에서도 희망적인 진전이 확인되면서, 차세대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려는 자신감이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고 테크넷북스가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삼성전자의 고위 경영진이 직접 나서 '타도 TSMC' 의지를 공표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최근 열린 정부 관계자들과의 반도체 업계 간담회에서, 송재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자사 파운드리 사업의 부활에 대해 "파운드리 사업의 완전한 회복과 시장 1위 탈환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력히 언급했다.

송 사장은 또한 "2나노 공정은 단순 제조 기술이 아니라, AI 반도체 시장의 중심 전장(battlefield)이 될 것"이라며, "에너지 효율과 발열 성능이 핵심 경쟁 지점"임을 강조했다. 송 사장의 이러한 발언은, 삼성이 3나노 공정 경쟁에서 TSMC에 다소 뒤처졌으나, 업계 전체가 2나노 공정이라는 중대한 기술 전환기를 맞이하는 현시점에 이를 새로운 반등 기회로 삼아 세계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는 강력한 신호다.

삼성의 2나노 공정(SF2)은 기존 핀펫(FinFET) 구조 대신 차세대 GAA(Multi-Bridge Channel)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GAA 구조는 채널 제어력이 향상돼, 누설 전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전력 소모를 낮춰 AI 연산 최적화에 더 유리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2나노 경쟁이 단순한 미세화 경쟁이 아닌, AI 반도체 효율 경쟁의 중심축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돌아선 고객사들…'70% 수율'로 신뢰 회복


삼성의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수년간의 부진을 씻고 주요 고객사 확보에 잇달아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최근 테슬라, 애플, 닌텐도, IBM 등 기술 업계를 선도하는 굵직한 고객사들로부터 2나노 공정 기반 칩 생산 주문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삼성의 불안정한 수율 탓에 잃었던 주요 고객사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나아가 AMD와 '전설적인 칩 설계자' 짐 켈러가 이끄는 텐스토렌트, 그 외 다수의 세계 팹리스 AI 기업들과의 추가 수주 협상도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돼, 앞으로 수주 실적은 더욱 확대될 여지가 있다.

기술 최대 난제인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의 비율) 문제에서도 청신호가 켜졌다. 삼성 파운드리는 2나노 공정 수율 목표치를 70%로 높여 잡았다. 과거 3나노 GAA 초기 수율이 40~50% 수준으로 추정되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도전적인 목표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시험 웨이퍼 결과가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오면서, 현재 진행 중인 2나노 시범 생산(시험) 단계에서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긍정적인 품질 반응과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낙관론에 힘을 싣는다. 2025년 말에서 2026년 초 사이 70% 수율이 달성되면, 양산 안정화가 가시권에 들어왔음을 뜻한다.

대형 신규 사업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일본의 유력 AI 기업 PFN(프리퍼드 네트웍스)의 차세대 AI 가속기를 2나노 공정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또한, 텐스토렌트 역시 차세대 칩 생산 파트너로 삼성과 TSMC를 동시에 저울질하고 있다. 이 수주전의 향방은 세계 AI용 반도체 제조 경쟁을 상징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엑시노스 2600' 양산, 2나노 성패 가를 시금석


삼성 2나노 공정의 성패를 가늠할 핵심 시험대는 단연 자체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2600'이 될 전망이다. 갤럭시 S26 시리즈 탑재용으로 개발 중인 이 칩은, 삼성의 첫 2나노 GAA 모바일 프로세서로서 AI 연산 처리 성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부 성능 시험 결과, AI 연산 처리 능력, 전력 효율, 발열 관리 등에서 기존 3나노 기반 칩에 비해 현저한 개선이 확인됐다. 심지어 내부 성능 비교 시험에서는 경쟁 제품인 애플 A19 프로나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를 능가하는 결과도 보고됐다.

내부 비교 결과는 우수했으나, 엑시노스 2600의 성공 양산 여부는 삼성 2나노 공정의 신뢰성과 수율 정착을 판가름하는 '기술 검증 시금석'으로 작용할 것이다.

엑시노스 2600 생산을 위한 2나노 웨이퍼 양산은 지난 9월 마지막 주에 이미 시작됐으며, 2나노 기술의 본격 상용화를 향한 중대한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한편, 최근 대통령실과 산업부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는 세계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업계와 정부의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송재혁 사장 외에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 등 주요 기업 인사가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기술 역량과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특히 대만의 국가 차원 지원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전폭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인센티브)과 R&D 투자 확대, 정부-기업 간 협조 강화를 촉구했다.

삼성은 2나노 공정에서 TSMC의 N2P 공정과 '성능-전력-면적(PPA)' 균형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삼성은 자체 시스템 반도체(엑시노스)와 외부 고객용 파운드리 라인을 병행 운영하는 차별점을 활용하고, 차세대 AI 칩 설계 기업을 대상으로 전력 효율 최적화 기술을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나아가 삼성은 2026년까지 2세대 2나노(SF2P), 2027년까지 3세대 2나노(SF2P+) 개발을 완료하고, 2030년까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회복한다는 중장기 목표도 세웠다.

본격 2나노 양산이 가시권에 들어온 가운데, 전문가들은 삼성의 이번 발표를 "실질적 기술 격차 축소의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의 기술 완성도와 수율 안정화, 그리고 AI 칩 고객사의 지속적 확보 여부에 따라 TSMC와의 경쟁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