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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디펜스] 에스토니아, K-방산 '천무' 도입 공식화…美 '하이마스'와 '이중 화력'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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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디펜스] 에스토니아, K-방산 '천무' 도입 공식화…美 '하이마스'와 '이중 화력' 구축

폴란드 이어 '이중 트랙' 모델 채택…수천만 유로 현지 투자 유도
'천무'의 화력·'하이마스'의 정밀성 결합…"러' 후방 타격" 심층 억제력 확보
K239 천무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은 두 개의 모듈식 발사관(포드)을 갖추고 있으며, 36km 사거리의 131mm 로켓, 80km 사거리의 239mm 유도 로켓, 그리고 선택 사양으로 290km 사거리의 CTM-290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미지 확대보기
K239 천무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은 두 개의 모듈식 발사관(포드)을 갖추고 있으며, 36km 사거리의 131mm 로켓, 80km 사거리의 239mm 유도 로켓, 그리고 선택 사양으로 290km 사거리의 CTM-290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나토(NATO)의 최전선 국가인 에스토니아가 한국산 다연장로켓시스템 K239 '천무' 도입을 공식화했다. 에스토니아는 이 무기체계를 기존에 도입한 미국산 '하이마스(HIMARS)'와 함께 운용해 장거리 타격 능력을 획기적으로 보강할 계획이다. 러시아와 직접 대치하고 있는 에스토니아의 이번 결정은 양국 간 국방·방산 협력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나토 동부 전선의 억제 태세를 한층 강화하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24일(현지시각) 국방 전문 매체 아미 레커그니션에 따르면 에스토니아 국방부는 지난 23일, 서울에서 K239 '천무' 다연장로켓발사기(MLRS) 체계 도입 및 공동 산업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에스토니아 국방부는 이번 협정이 '천무'를 에스토니아 국방군이 이미 실전 배치한 미국산 M142 '하이마스' 체계의 보완 자산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단순히 무기체계를 추가하는 것을 넘어, 상호 보완하는 두 시스템을 조합해 화력 운용의 유연성과 파괴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주목할 점은 이번 계약이 상당한 규모의 현지 산업 협력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에스토니아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도입 계약은 "양국 방산 산업 간 기술·부품 협력" 조항을 포함하며, 현지화를 통해 수천만 유로(수백억 원) 규모의 자금이 에스토니아 현지 방위산업계로 유입되는 효과를 창출할 전망이다. 이러한 방식은 앞서 미국산 '하이마스'와 한국산 K239 '천무'(현지명 호마르-K)를 동시에 도입하며 대규모 기술 이전 및 현지 생산을 추진한 폴란드의 '이중 트랙 모델(Homar Program)'을 참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천무' 도입 결정은 에스토니아가 올봄 미국으로부터 '하이마스' 초도 물량 6문을 인수한 데 이어, '하이마스' 전력 증강을 위한 추가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특정 무기체계에 의존하기보다, 다변화된 공급망으로 안정적이고 강력한 장거리 타격 능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韓 '천무'의 유연성, 美 '하이마스'의 정밀성…'이중 화력'의 시너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K239 '천무'는 대한민국 육군의 주력 차세대 다연장 로켓 시스템이다. '천무'의 가장 큰 매력은 모듈식 설계를 기반으로 한 '기계적 단순성'과 '탑재 유연성'의 결합이다. 8x8 차륜형 차량 기반의 발사 차량 1대는 2개의 밀폐형 모듈식 발사관(포드)을 탑재하며, 이 발사관은 임무 요건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로켓과 미사일을 혼용해 장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천무'는 하나의 발사 차량으로 대량 포격, 정밀 타격, 심도 타격(Deep Strike) 임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다. 탑재 가능한 탄종은 다음과 같다.

131mm 무유도 로켓 40발 (사거리 약 36km)

239mm 유도 로켓 12발 (GPS/INS 유도, 사거리 약 80km)

CTM-290 전술 탄도미사일 (사거리 최대 290km, 한국형 KTSSM 계열의 수출형 파생 모델)

이 유도 로켓은 단일 탄두 또는 지역 표적 제압에 효과적인 자탄 탄두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사거리 290km에 달하는 CTM-290과 호환됨에 따라, 만약 에스토니아가 이 미사일의 수출 승인, 체계 통합, 재고 확보를 추진할 경우, 단일 발사 플랫폼으로 대대급 화력 지원 임무는 물론 적 후방 깊숙한 곳의 전략 목표를 타격하는 '종심 차단'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다.

반면, '천무'와 짝을 이룰 미국산 M142 '하이마스'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6x6 기동 트럭을 기반으로 하며, 6발의 GMLRS 유도 로켓(사거리 70~150km) 또는 1발의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탄도 미사일(사거리 300km)을 탑재하는 단일 포드를 사용한다. '하이마스'의 최대 강점은 정확성과 연합 작전 호환성, 그리고 이미 검증된 나토의 표준 군수 지원 및 훈련 생태계에 완벽히 통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에스토니아가 '천무'와 '하이마스'라는 두 이종(異種)의 첨단 다연장로켓시스템을 동시에 운용하는 것은 전술적으로 상호 보완적이다. 현장 지휘관은 완전히 다른 '두 가지 방식의 화력 운용(two rhythms of fire)' 리듬을 갖는다. 즉, 고가치 표적에 대한 외과수술식 정밀 타격이나 동맹국 포대와의 긴밀한 상호 운용성(동맹 연합운용 최적화)이 필요할 때는 '하이마스'를, 발사 차량당 더 많은 화력을 투사해 특정 지역을 초토화(광역 제압)하거나 독자적인 종심 타격 옵션이 필요할 때는 '천무'의 화력 밀집도와 유연한 임무 대응력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군은 이 두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통합해 화력 지속성 및 작전 유연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이러한 조합은 가용 탄약량(magazine depth)을 비약적으로 늘리고, 적이 아군의 대포병 사격 패턴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며, 에스토니아 포병이 동맹국의 화력 지원을 기다리지 않고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표적의 범위를 크게 넓힌다. 예를 들어, 분산 배치된 '천무' 포대가 발사대당 12발의 239mm 유도 로켓으로 적의 집결지나 방공망 거점을 무력화한 뒤 신속히 진지를 이탈하면, 동시에 '하이마스' 부대가 ER GMLRS나 '에이태큼스'로 더 가치 있는 적 지휘소나 보급 거점 등 핵심 표적을 타격하는 동시·다층적 작전이 가능하다.

두 시스템 모두 뛰어난 도로 기동성을 갖추고 있어, 촘촘한 도로망을 갖춘 에스토니아 지형과 분산 배치 운용 개념에 완벽히 부합한다. 또한 두 시스템 공히 탄약이 밀봉된 컨테이너형 포드 방식을 사용해, 적의 감시를 피해 위장된 상태에서도 재장전 속도가 빠르다.

나토 최전선, '전략적 억제력' 확보…공급망 다변화·산업 협력 '다목적 포석'


에스토니아 국방부가 이번 '천무' 도입에 있어 '산업 현지화'를 강력하게 강조한 점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선 전략적 포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목격된 막대한 탄약 소모 속도와 군수 지원의 중요성을 발트해 국가들이 뼈저리게 인식했기 때문이다. 즉, 현지화를 통해 유사시 부품·탄약 자급 기반을 확보하고 전시 예비 부품 조달과 잠재적인 로켓 조립 능력까지 확보함으로써, 전쟁 장기화에 대비한 '회복탄력성'을 근본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전략이다.

에스토니아는 나토의 북동부 최전선에서 러시아와 직접 대치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나토가 동부 전선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음에도, 최근 러시아군이 발트해 연안 및 공역을 반복적으로 침범하면서 안보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에스토니아 지도부는 '전략적 억제력(deterrence by denial)'을 구축하기 위해 '심층 타격 능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수적·지리적 열세를 극복하고 적이 에스토니아 영토를 위협하기 훨씬 전 단계부터 적 후방 깊숙한 곳의 집결지, 군수망, 지휘 거점 등을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전선 도달 전 차단(Preemptive fires)' 개념을 실행하려는 것이다. 하이마스와 천무를 함께 운용하는 것은 재장전 속도, 포탄 보급, 유지보수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병목 현상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에스토니아의 이번 결정은 미국과 한국이라는 두 개의 강력한 방산 공급처를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생산 병목 현상이나 특정 국가의 수출 통제와 같은 정치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현명한 '헤징(hedging)' 전략이다.

이번 '천무' 도입은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한·에스토니아 방산 협력의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양국은 향후 △천무 부품·탄약의 현지 생산 및 조립 라인 구축 △기술 이전 협정을 통한 발사체 정비 훈련 및 체계 관리 기술 공유 △디지털 통합사격체계(Fire Control Integration) 공동 개발 논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에스토니아 국방산업의 공동 연구개발(R&D) 파트너십 등으로 협력을 확장할 예정이다.

이러한 흐름은 유럽 안보 지형에서 한국 방위산업의 전략적 비중이 커지고 있는 광범위한 추세와도 일치한다. 폴란드의 대규모 '호마르-K' 사업, 루마니아 및 노르웨이의 한국형 자주포(K9) 도입, 체코 및 슬로바키아의 K2 전차 협력 논의 등에서 보듯이, 한국은 이미 유럽의 주력 방산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에스토니아가 미국의 '하이마스'와 한국의 '천무'를 병행 운용하기로 한 결정은 다층적인 전략적 효과를 갖는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술적으로는 다양한 사거리와 탄종, 발사 패턴을 확보해 작전의 유연성을 극대화하고, 전략적으로는 러시아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여 나토 전선의 전반적인 안정성에 기여한다. 더불어 산업·정치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와 방산 협력을 통해 양국간 신뢰를 강화하는, 국가 방위 태세 확대와 국제 방산 네트워크 강화를 모두 겨냥한 이중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