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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 경고에 팔란티어 8%·비트코인 6% 급락…월가 '10~20% 조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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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 경고에 팔란티어 8%·비트코인 6% 급락…월가 '10~20% 조정' 예고"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CEO "향후 12~24개월 내 조정 불가피"…나스닥 2% 하락
국내 증시는 87조 원 '대기 자금'…불확실성 남아 있어
미국 뉴욕시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시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지능(AI) 관련 주식의 과대평가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국 증시가 급락했다. 미 증권가 최고경영자(CEO)들은 AI 기술주 거품 붕괴 가능성을 직접 경고하고 나섰다.

포춘, CNBC 등 외신은 지난 4(현지시각) 홍콩에서 개최된 글로벌 금융 리더 투자 정상회의에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CEO가 주식시장 조정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 하락했고, 비트코인은 6% 이상 급락해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10만 달러(14400만 원) 밑으로 내려앉았다.

월가 거물들의 동시 경고


골드만삭스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이날 정상회의에서 "향후 12~24개월 안에 주식시장이 10~20%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상승하면 사람들이 재평가를 위해 뒤로 물러선다""이는 장기 강세장에 나타나는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 테드 픽 CEO도 같은 자리에서 "거시경제 붕괴 효과가 아닌 10~15% 하락을 환영해야 한다""이런 하락은 정상"이라고 밝혔다.

캐피털그룹 마이크 기틀린 CEO는 현재 시장이 "도전받는 가치 평가"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앤드루 베일리 영국은행 총재도 최근 주식 평가가 지나치게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적 호조에도 8% 폭락한 팔란티어


AI 주식 조정 신호탄은 데이터 분석 업체 팔란티어에서 터졌다. 팔란티어는 지난 3일 장 마감 뒤 시장 예상을 웃도는 3분기 실적과 연간 매출 전망치 상향 조정을 발표했지만, 4일 주가는 오히려 8% 급락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팔란티어 주가는 올해 들어 170% 이상 올라 지난 3일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주가매출배율(PSR)85배에 이르러 S&P500 지수 안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향후 12개월 기준 주가수익배율(PER)246.2배로, 엔비디아 33.3배를 훨씬 웃돈다.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들은 "우리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팬이지만, 팔란티어 PSR이 너무 높아 AI 투자는 다른 방법이 더 안전하다"고 밝혔다.

D.A. 데이비드슨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 모든 수치는 펀더멘털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 '빅쇼트'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운용하는 사이온자산운용이 팔란티어 주식을 상대로 91200만 달러(13180억 원) 규모 풋옵션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불안은 더욱 커졌다. 버리는 엔비디아를 상대로도 18650만 달러(2690억 원) 규모 풋옵션을 사들였다.

엔비디아·오라클·AMD도 일제히 하락


AI 주식 전반으로 조정 압력이 번졌다. 엔비디아는 4% 하락했고, 오라클은 3.8%, AMD3.7% 각각 내렸다.

비트코인도 지난 24시간 동안 6% 이상 폭락하며 99966달러(14400만 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106일 사상 최고치인 126000달러(18200만 원)를 기록한 뒤 20% 넘게 하락한 것이다.

이더리움은 9% 가까이 급락해 3275달러(473만 원) 선에서 거래됐다. 암호화폐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6.88% 줄어든 33000억 달러(4771조 원)로 쪼그라들었다.

CNBC에 따르면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 플랫폼 코덱스 하오난 리 설립자는 "비트코인과 광범위한 암호화폐 시장이 지쳐 있다""나쁜 뉴스는 암호화폐에 매우 나쁘고, 좋은 뉴스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15% 올랐지만 조정 신호 뚜렷


이런 조정에도 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여전히 15% 오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투자자들이 기술 기업 막대한 AI 지출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월가가 AI 지출 열풍을 재평가할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 가브리엘라 보르헤스 애널리스트는 고객 보고서에서 "높은 기대치와 연초 대비 175% 상승이라는 상황에서 주가 반응이 다소 약했다"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 짐 리드 전략가는 "실적은 견고했지만, 시장은 2026년 전망이 명확하지 않아 실망했다""팔란티어의 부풀려진 가치평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지적했다.

펙트셋 자료를 보면 AI 붐으로 S&P500 향후 주가수익비율은 23배 이상으로 치솟아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다가갔다.

국내 증시는 87조 원 '대기 자금'


글로벌 AI 주식 조정 우려에도 국내 증시는 개인 투자자들의 막강한 매수 여력이 하방을 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권사 고객 예탁금은 지난 4일 기준 8677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71% 급증했다. 지난 9월 초 649800억 원에서 불과 두 달 만에 22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예탁금 증가가 조정 국면에서 개인들의 순매수 여력이 충분하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9월 이후 급등 국면에서 개인 참여는 제한됐고, 오히려 주식 매도 뒤 예탁금이 늘었다""조정장세 진입 이후 하방을 지켜주는 것은 개인 순매수"라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AI 주식 조정이 국내 반도체주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중 공급망 분리와 AI 투자 확대로 한국 수출주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기술주 전반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