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조 원 규모' 지상타격 잠수함 12척 도입, "작은 동맹국 아니다", 北 극초점' 북극 해저 전력 대전환 예고
이미지 확대보기이번 사업에는 한국의 한화오션 등 한국 기업과 독일-노르웨이 컨소시엄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비캐나다적' 능력에 1000억 캐나다 달러 투자: 국방비 지출 GDP 5% 향해
캐나다의 신형 잠수함 도입 계획은 단순한 노후 장비 교체를 넘어선다. 캐나다 왕립 해군(RCN)은 영국에서 중고로 사들인 4척의 기존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할 최대 12척의 신형 잠수함을 최종 선택하는 단계에 있다.
새로 도입할 잠수함은 캐나다 해군 역사에서 전혀 새로운 능력인 장거리 정밀 지상 공격이 가능하다. 현재 서방 해군 가운데 잠수함에서 지상 공격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는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뿐이다. 잠수함 계약 금액에 운영과 장비 비용을 더한 총사업비는 1000억 캐나다달러 범위로 알려진다.
이는 캐나다가 국방비 지출에 있어 전례 없는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에 할당하겠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오랜 목표를 마침내 충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2035년까지 국방 및 국방 관련 인프라에 GDP의 5%를 할당하겠다는 새로운 NATO 목표를 약속했다. 이는 연간 최대 1500억 캐나다달러(약 155조 9200억 원)에 이르는 지출이 필요함을 뜻한다.
한화 등 경쟁 속 '잠수함 강국' 도약 시동
이번 신형 잠수함 도입 사업에는 한국의 한화오션을 포함한 한국 기업과 독일-노르웨이 컨소시엄이 계약 수주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캐나다가 최종적으로 12척의 신형 잠수함을 배치한다면, 특히 지상 공격 능력을 갖춘 매우 유능하고 진보한 잠수함을 배치할 경우 이는 캐나다를 진지한 해저 전력국으로 만들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잠수함 능력의 중요성과 규모의 경제, 작전 효율성
캐나다의 잠수함 운용 경험은 19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1965년부터는 영국에서 건조한 디젤 전기 잠수함 오베론(O-class)급 3척을 운용하여 현대식 잠수함 부대를 시작했다. 냉전 종식 후 국방비 삭감에도 불구하고 해군은 잠수함 운용 및 유지에 필요한 기술이 지속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는 '소모성(Perishable)' 능력이라고 보고 유지를 고수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노후화된 O급 잠수함을 대체할 수단이 제한되자, 영국이 건조 직후 퇴역시킨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1998년 구입해 운용해 왔다. 비록 잦은 고장과 비용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해군은 잠수함 운용 능력을 완전히 잃지 않기 위해 이 잠수함들을 현역으로 유지해 왔다. 빅토리아급은 캐나다가 결국 더 큰 잠수함 함대가 필요함을 깨닫는 '다음 옵션으로 가는 다리' 노릇을 한 셈이다.
캐나다가 12척의 잠수함을 구입하고 이것들이 더 큰 국제 함대의 일부가 된다면, 단 4척만 건조되어 캐나다만 운용한 빅토리아급처럼 고아가 아닌 잠수함이 된다. 이는 공통된 엔지니어링, 교육, 유지보수 비용을 더 많은 수의 선체에 분산시켜 비용 효율성을 높인다. 이번에 캐나다에 잠수함을 제안하는 독일 컨소시엄은 자국 해군에는 9척만 구매할 계획이다. 이는 캐나다가 12척을 구매하면 이 잠수함의 국제 운용 규모가 커져서 유지보수 비용을 아끼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AIP 탑재로 북극 작전 능력 확보, 억제력 강화 및 수역 관리
새로운 잠수함 도입은 캐나다의 작전 가능 영역과 역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기술 발전 덕분에 잠수함을 통하여 캐나다는 마침내 북극 얼음 아래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핵심은 공기 불요 추진 장치(AIP, Air-Independent Propulsion)이다. 이 장치는 비핵 잠수함이 얼음 아래 순찰이 가능할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잠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구 기후 변화로 북극의 얼음이 얇아지고 항로가 더 많이 개방되면서, 이 지역의 전략적·경제적 중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다.
캐나다 잠수함이 북극을 정기적으로 순찰하게 되면, 그동안 다른 나라 잠수함이 은밀하게 이동해 왔던 해역에 캐나다 주둔이 이뤄진다. 이론상으로는 동맹국들이 캐나다에 북극 존재를 알려야 할 의무를 가지게 된다.
잠수함의 스텔스성과 치명성은 억제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이다. 현대식 잠수함은 은밀하게 적을 감시하고 위협할 수 있다. 캐나다가 이러한 무기를 보유한다는 사실 자체로 잠재적 적국은 캐나다 잠수함이 언제, 어디든 존재할 수 있다고 가정해야만 한다.
RCN 사령관인 앵거스 탑시(Angus Topshee) 중장은 지난 3월 연설에서 새로운 잠수함에 대해 "매우 캐나다적이지 않은 능력"이라 규정하며, "가만히 앉아 공격을 기다릴 수 없다. 우리는 공격을 억제하고, 잠재적으로 보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은 동맹국' 벗어나 군사 외교 역할 변화 예고
캐나다의 대규모 군사력 증강은 캐나다인들이 스스로를 진지한 군사 강국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기존의 국가 자아상을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2척의 잠수함 함대는 평시에도 각 해안에 최소 한 척을 상시 배치하고, 일부는 국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위기 시에는 분쟁 지역에 여러 척을 급파하여 특정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바꿀 역량도 생긴다.
게다가 캐나다 국방 기획가들은 예산 증가에 발맞춰 수상 함대의 규모와 능력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약 20척 규모의 노후화된 주력 전투함대를 두 배 규모의 현대적인 함대로 대체하는 것도 상상할 수 있다. 이는 캐나다 해군이 미래 연합군 전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날 준비
이러한 군사력 증강은 캐나다 정치·외교 엘리트들에게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다. 그동안 캐나다는 더 큰 연합의 작은 일원으로서 무력 사용에 대한 어려운 요구를 다른 나라에 미룰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독자적인 역량을 갖춤으로써 동맹국과 적국 모두가 캐나다의 무력 사용을 기대하게 된다.
외교 정책 또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는 그동안 가치 기반의 '시끄러운 이니셔티브 외교 정책'을 전문으로 해왔지만, 이는 대부분 실제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이었다. 새로운 군사력을 갖게 되면, 캐나다는 스스로 행동하고 치명적인 무력을 배치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일례로,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평화 협정을 집행하기 위해 상당한 무력을 배치할 경우, 캐나다는 왜 그렇게 하는지 명확히 설명하고 그 결정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로는 이 같은 변화는 기존의 '작고 경무장한 하급 동맹국'이라는 인식을 벗어나 독립적인 국방과 외교를 수행하기 위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캐나다에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