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을 지원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관련 업체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철강업체 한 관계자의 푸념이다. 기초소재 산업인 철강산업이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외적으로는 중국산의 저가 공세에 이어 미국발 관세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맞아 50%의 철강관세를 맞았다. 대미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 철강업체들이 한숨만 쉬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대외 여건이 힘들어지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의 생산기지가 있는 포항·광양·당진 지역 상공회의소들이 지난 10월 말 정부를 상대로 건의문을 냈다. 철강을 주요 산업으로 성장해온 지역에서는 철강업의 위기가 곧 지역의 위기라는 인식이 강하게 대두됐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철강산업을 살리기 위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포항지역을 ‘산업위기 선제 대응 지역’으로 지정하고 광양·당진도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길이 막힌 철강기업들을 위해 철강기업·금융권·정책금융기관 등이 함께 ‘철강 수출 보증상품’을 신설해 4000억 원의 지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여야 국회의원 106명이 공동으로 K STEEL법을 발의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대 마련에 힘쓰고 있다.
2026년부터 시작되는 ‘4기 배출권거래제’ 역시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으로 구분된 철강업체들 입장에서는 아주 큰 부담이다. 정부가 국가 감축량 목표를 강화하면서 산업계의 부담이 커진 상황에 철강업체들은 울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배출권거래 가격 현실화라는 과제까지 대두하고 있다. 현재 1만 원대의 배출권 거래가격이 약 4만 원 수준까지 인상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철강업체들 입장에서는 실질 생산량을 축소하지 않으면 배출권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수천억 원대의 추가 자금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 역시 협력업체 의존도가 높은 철강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있다. 사내 협력에 대한 직고용을 강제하는 정책은 원가 구조를 급변하게 만들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과 산업 생태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현실과의 괴리를 낳을 수 있다는 것도 철강업체들 입장에서는 어려운 숙제인 셈이다.
정부는 위기의 철강산업을 지원한다고 각종 정책들을 펼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모순된 정책들이 공존한다. 철강업을 지속 가능하게 성장시키려면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탄소중립과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하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해치지 않게 점진적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철강은 한국 제조업의 근간이다. 정책 엇박자를 해소하고 산업 생태계의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철강업의 쇠퇴는 한국 경제의 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각오로 정부가 정책의 전반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때다.
유인호 산업1국장
유인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inryu007@g-enews.com




















![[유럽증시] 영국 FTSE 지수 상승폭 확대...1.5%대 '상승'](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setimgmake.php?w=80&h=60&m=1&simg=2024022117121705913edf69f862c5918150239.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