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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석유업계 “베네수엘라 투자엔 정부 보증 필수”…트럼프 압박에 신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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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석유업계 “베네수엘라 투자엔 정부 보증 필수”…트럼프 압박에 신중론

쉐브론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쉐브론 로고.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재편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미국의 주요 석유 기업들이 투자에 앞서 미국 정부의 강력한 법적·재정적 보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주요 에너지 기업 경영진과 긴급 회의를 열어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요구했다.

이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부문에 대한 통제 강화를 공식화하며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영향력을 과시한 직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백악관에서 셰브론,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 대형 석유 기업 경영진을 추가로 만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베네수엘라 에너지 산업 재건에 적극 나설 것을 거듭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전반적으로 신중하다는 관측이다.

FT에 따르면 미국 석유 기업 경영진들은 베네수엘라 투자와 관련해 정치·법적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정책 방향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으로 지적된다. 한 에너지 전문 사모펀드 관계자는 “대통령의 돌발적인 발언 하나로 외교 정책이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누구도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투자할 경우 정부 보전이나 석유 수익을 통한 상환이 가능하다고 언급했지만 업계는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가 미국 선박에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넘기고 이를 미국 정유시설에서 처리하도록 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백악관은 베네수엘라 석유 수익을 무기한 통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창립 회원국 가운데 하나인 베네수엘라의 주권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빌 패런프라이스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1년간 미국은 이란과 나이지리아에 이어 베네수엘라까지 군사적 압박을 가한 세 번째 오펙 산유국”이라며 “이는 글로벌 에너지 교역 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장기 전략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미국 석유업계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낳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최근 마이애미에서 열린 투자 콘퍼런스에서 “미국 석유 기업들이 당장 베네수엘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이후까지 유효한 법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수익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시점에는 정권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에 대한 미국 정부의 특별 허가를 보유한 유일한 미국 기업인 셰브런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셰브론은 미국 재무부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단기간 내 대규모 투자 확대 계획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모스 호크스타인 투자사 TWG글로벌 파트너는 “베네수엘라 투자는 법적·재정적·정치적 위험이 모두 얽혀 있다”며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이후에도 보호받을 수 있는지 확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