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2025 안보전략’ 본 中의 냉정… “긴장 완화? 전장(戰場)만 기술로 바꿨다”

글로벌이코노믹

美 ‘2025 안보전략’ 본 中의 냉정… “긴장 완화? 전장(戰場)만 기술로 바꿨다”

- 브루킹스 “中, 군사 대결 대신 기술·공급망 옥죄는 ‘질식 전략’으로 해석”
- 서반구·동맹 정책 변화도 ‘전선 확대’ 신호… 패권 경쟁 2라운드 돌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양자 회담을 앞두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양자 회담을 앞두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을 완화하고 있다는 신호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경쟁의 방식과 무대가 바뀌고 있을 뿐이다. 중국은 미국의 2025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을 그렇게 읽고 있다. 그리고 이 해석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향후 미중 패권 경쟁이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다.

본지는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분석한 미국의 2025 국가안보전략에 대한 중국 전략 커뮤니티의 해석을 바탕으로, 왜 미국의 전략 변화가 경쟁 완화가 아니라 경쟁 재설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표면적으로는 톤을 낮추고, 중국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문서처럼 보이지만, 중국의 시선에서 이 전략은 오히려 더 오래, 더 넓게 경쟁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완화'의 착시 걷어내면 보이는 '전환'


중국 전략가들이 가장 분명하게 선을 긋는 지점은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을 완화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브루킹스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국가안보전략을 경쟁 후퇴나 전략적 양보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이 경쟁을 지속하되, 비용과 부담을 재조정하며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인식한다.

이 변화의 핵심은 경쟁의 중심을 군사적 충돌에서 기술과 공급망, 산업 구조로 옮겼다는 점이다. 미국은 더 이상 중국을 전면적 군사 위협으로만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중국의 성장 동력과 전략적 자율성을 장기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영역을 경쟁의 주 무대로 설정하고 있다. 중국의 해석에서 이는 긴장을 낮추는 선택이 아니라, 전쟁을 피하면서도 경쟁을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다.

중국은 이 전략을 미국의 현실 인식으로 본다. 군사 충돌은 위험하고 비용이 크지만, 기술과 산업 경쟁은 상대의 선택지를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미국이 이 길을 택했다는 판단은, 미중 경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이어진다.

서반구 회귀, 후퇴 아닌 '포위망 확장'


미국 국가안보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서반구를 전략의 전면에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중남미와 미국 내부 안정, 이민과 치안 문제가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로 강조된다. 겉으로 보면 이는 미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자국 문제에 집중하는 신호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그렇게 읽지 않는다. 중국의 시선에서 서반구 전환은 경쟁의 축을 인도태평양에만 묶어두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미국은 경쟁의 무대를 넓히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서반구라는 전통적 영향권에서 중국의 활동 공간을 제한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중국은 중남미를 외교적 완충 지대이자 경제적 확장 공간으로 활용해 왔다. 미국이 이 지역을 국가안보 전략의 핵심으로 재정의하는 순간, 미중 경쟁은 지역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영향권 경쟁으로 성격이 바뀐다. 중국에게 이는 경쟁 완화가 아니라 경쟁 부담의 증가다.

기술과 공급망, 미사일보다 무서운 '신무기'


중국이 이번 국가안보전략을 위협적으로 인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과 공급망이 전략의 중심에 놓였기 때문이다. 브루킹스연구소 분석이 보여주듯, 중국 전략가들은 미국이 기술과 공급망을 군사력에 준하는 전략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반도체, 핵심 광물, 첨단 제조, 데이터와 표준은 더 이상 경제 정책의 영역이 아니다. 이들은 전쟁을 하지 않고도 상대의 전략적 선택지를 제한할 수 있는 도구다. 중국의 시선에서 미국은 총과 미사일을 앞세우기보다,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경쟁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

이런 경쟁 방식은 겉으로는 덜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집요하다. 중국은 이를 단기 압박이 아니라 구조적 봉쇄로 인식한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 변화는 긴장 완화가 아니라, 경쟁의 질적 심화로 받아들여진다.

계산기 두드리는 동맹...'불확실성'의 전략화


중국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미국의 동맹 접근 방식이다. 미국은 동맹의 중요성을 부인하지 않지만, 무조건적 약속보다는 비용과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동맹은 가치 공동체라기보다 거래 관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은 이를 미국 전략의 약점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예측 가능성을 낮추는 변수로 본다. 미국의 개입이 자동적이지 않고, 상황과 비용 계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은 역내 안보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 불확실성은 경쟁국에게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제공한다.

중국은 이 틈을 관리하며 장기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이 문서보다 국내 정치와 재정 상황에 더 크게 좌우될수록, 중국은 그 변동성을 전략 변수로 활용하려 한다.

패권 경쟁의 '리모델링', '장기전' 예고


브루킹스연구소 분석이 보여주는 결론은 분명하다. 중국의 시선에서 미국의 2025 국가안보전략은 경쟁 완화의 문서가 아니다. 그것은 경쟁을 더 오래 지속하기 위한 재설계의 문서다. 경쟁의 방식은 바뀌었고, 무대는 넓어졌으며, 수단은 더 정교해졌다.

미국은 경쟁을 끝내려는 것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형태로 바꾸고 있다. 중국은 이를 정확히 읽고 있으며, 그에 맞춰 자신의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복잡하고, 더 구조적인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지금 가장 위험한 착각은 경쟁이 완화되고 있다는 인식이다.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다만 전면 충돌 대신, 기술과 공급망, 영향권을 둘러싼 장기전으로 이동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변화를 가장 냉정하게 이해하고 있는 쪽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일지도 모른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