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11% 급락 속 다우지수 사상 첫 5만 돌파…전통주로의 ‘위험한 자금 대이동’
닷컴버블 붕괴 직전과 판박이 장세, "연말 지수 전체 동반 하락 가능성" 경고
비트코인·금·은 변동성 확대 속 '매파' 연준 의장 등판…'연준 풋' 기대감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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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기술주 지고 전통주 급등…26년 전 ‘버블 붕괴’ 전조 현상 뚜렷
최근 뉴욕 증시는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형 기술주가 약세를 보이는 사이 중소형주와 전통 산업군이 지수를 방어하는 독특한 흐름을 보였다. 앤스로픽(Anthropic)의 AI 응용 프로그램 '클로드'가 기존 소프트웨어 시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와 중국 딥시크(DeepSeek)의 저가형 AI 공세가 기술주 매도세를 부추긴 결과다.
도이체방크 짐 레이드(Jim Reid) 전략가는 고객 보고서에서 "현재 장세는 기술주가 정점을 찍었던 2000년 3월 이후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시가총액 가중 방식의 S&P 500 지수가 0.1% 하락하는 동안, 모든 종목의 비중을 동일하게 계산한 동일가중 S&P 500 지수는 6.3% 상승했다.
자금이 기술주에서 빠져나와 다른 곳으로 흩어진 것이다. 업종별로는 에너지(+20.6%), 소재(+18.3%), 필수소비재(+13.8%)가 급등한 반면 정보기술(IT) 업종은 11.2% 하락했다. 레이드 전략가는 "2000년에도 기술주 폭락 초기에는 소비재와 헬스케어 종목이 40~45% 오르며 지수를 방어했지만, 결국 연말에는 기술주 하락 폭이 깊어지며 시장 전체가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귀금속 동반 추락…‘포모’가 부른 변동성 확대
증시의 변동성을 키운 또 다른 원인은 비트코인과 금, 은 등 대체 자산의 급락이다. 에버코어 ISI의 줄리안 에마뉘엘 전략팀은 "가상화폐와 귀금속 시장에서 나타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FOMO)'이 순식간에 '탈출 러시'로 변했다"며 "이들 자산의 가치 하락이 주식 시장으로 전이되며 방어주로의 거친 자금 이동을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은 시장의 변동성은 기록적인 수준이다. 은 상장지수펀드(ETF)인 'iShares Silver Trust'는 올해 70달러(약 10만 2500원)에서 110달러(약 16만 1200원)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실버 스토리'의 저자 윌리엄 실버는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 등 대외 변수를 차익실현의 구실로 삼아 위험 자산을 대거 정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 구원 투수’ 사라진 시장, 고용 지표가 향방 가를 분수령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구원 투수 역할을 했던 '연준 풋(Fed Put·연준의 시장 방어 정책)'의 소멸 가능성이다.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인 케빈 워시는 연준의 자산 규모 축소를 강력히 지지하는 인물이다. 그는 과거 앨런 그린스펀이나 제롬 파월 의장처럼 시장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내리거나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시장 참여자들은 오는 11일 발표하는 1월 고용보고서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신규 고용이 7만 명 증가에 그치고 실업률은 4.4%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고용 시장의 열기가 식어가고 있음을 뜻하며, 연준이 3월과 4월 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근거가 된다.
배런스의 폴 R. 라 모니카는 "투자자들이 대피소로 찾은 월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필수소비재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이 시장 평균인 22배의 두 배에 달한다"며 "지금은 매장 안의 물건은 쌀지 몰라도 주식은 결코 싸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술주 거품이 빠진 자리에 다시 가치주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경고다.
미국발 순환매 장세,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의 기술주 이탈과 가치주 쏠림 현상은 국내 투자자에게도 중대한 포트폴리오 재편을 요구한다. 인공지능(AI) 수익성 의구심으로 인한 나스닥 변동성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형주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미국의 에너지·소비재 랠리는 국내 증시에서도 소외됐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우량주나 배당주로의 수급 확산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미국 필수소비재 기업의 고평가 논란에서 보듯, 단순한 대피용 매수는 상투 잡기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실적 뒷받침 없는 ‘묻지마식 순환매’를 경계하며, 금리 동결 기조 속에서 실질적인 이익성장이 증명된 종목 위주로 선별적인 접근을 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