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에 시대 개막, "시장은 ‘강력한 리더십’에 베팅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중의원 선거에서 75% 의석 압승에 일본 증시가 역대 최고치 경신
재정 지출 우려가 정책 통제력 강화 기대감으로 바뀌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제거
방위비 증액과 AI 투자 등 확장적 정책, 무분별한 국채 발행 억제하는 '관리된 부양책' 전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중의원 선거에서 75% 의석 압승에 일본 증시가 역대 최고치 경신
재정 지출 우려가 정책 통제력 강화 기대감으로 바뀌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제거
방위비 증액과 AI 투자 등 확장적 정책, 무분별한 국채 발행 억제하는 '관리된 부양책'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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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니케이 3.9%·토픽스 사상 최고치…‘다카이치 트레이드’ 가속
일본 금융시장은 선거 결과를 즉각 반영했다. 니케이 225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9% 뛰어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토픽스(Topix) 지수 역시 2.3% 오르며 역대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투자자들은 다카이치 총리가 내건 경제 부양책과 강력한 산업 정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가격에 반영했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가 공약한 국방비 증액과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DX)을 향한 설비투자 확대 방침이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차루 차나나 사코은행 수석 투자 전략가는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압도적인 다수 의석은 세제 혜택, 재정 부양, 방위 및 산업 정책에서 정책적 운신의 폭을 넓혀준다"며 "정책 일관성이 높아지고 시장을 놀라게 할 돌발 변수가 줄어든 점이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엔화 가치 0.7% 반등…국채 시장 ‘안도 랠리’
선거 전 외환 시장과 채권 시장에서는 다카이치 총리의 확장적 재정 공약이 엔화 가치 하락(엔저)과 국채 금리 급등을 부추길 것이라는 공포가 컸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전날보다 0.7% 내린(엔화 가치 상승) 156.6엔대에 거래됐다. 최근 3개월 사이 1999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던 엔화가 강한 지지선을 형성한 것이다.
채권 시장도 안정을 찾았다. 4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3.814%를 기록하며 지난달 의회 해산 당시의 4.08%보다 크게 낮아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2년 한시적 식품 소비세 감면 재원을 추가 국채 발행 없이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시장이 안도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만 ING의 강민주 한국·일본 담당 경제 전문가는 "방위비와 AI 투자를 위한 재정 지출은 계속될 것이기에 금리 상승 추세 자체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채권 시장에도 '훈풍'…미국 국채 금리 안정
일본의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 국채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들은 일본 금리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솟을 경우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고 본국으로 자금을 회수할 것을 우려해 왔다. 하지만 일본 국채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224%, 30년물은 4.872% 수준에서 소폭 변동하는 데 그쳤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토마스 매튜스 아시아 태평양 시장 책임자는 "일본의 부채 상황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오히려 양호한 궤도에 있다"며 "선거가 끝난 만큼 다카이치 총리가 과도한 추가 재정 부양책을 쏟아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장기 국채 금리가 올해 안에 더 오르지 않고, 저평가된 엔화가 추가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견해를 유지했다.
'강한 일본'의 귀환, 한국 산업계 '기회와 위협'의 공존
다카이치 총리의 압승은 한국 산업계에 복합적인 과제를 던지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분야는 반도체와 방위산업이다. 다카이치 정부가 차세대 반도체 연합체인 라피더스(Rapidus) 등에 수조 엔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하며 '반도체 부활'에 사활을 걸면서 한국 기업들의 처지는 엇갈린다.
단기적으로는 기회 요소가 존재한다. 일본이 AI 인프라와 첨단 공정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반도체 세정·검사 장비에 대한 수요가 일시적으로 폭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를 낙관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다카이치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가 반도체 제조 자급률을 높여 '외산 의존도'를 낮추는 데 있기 때문이다.
특히 라피더스가 2nm(나노미터) 이하 최첨단 파운드리 양산에 성공할 경우, 이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와 직접적인 수주 경쟁자로 부상하며 장기적인 잠재 위협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소재·부품·장비의 강점을 바탕으로 제조 역량까지 회복한다면 한국 메모리 업계의 입지 역시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위산업과 조선업에서도 긴장감이 흐른다. 다카이치 총리의 평화헌법 개정 의지와 방위비 증액은 일본 방산 생태계의 대대적인 재건을 의미한다. 이는 최근 'K-방산'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 중인 한국 기업들에 장기적으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엔저를 무기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다면 한국의 수출 시장 점유율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다카이치 행정부의 '전략적 안정'은 한일 양국의 기술 주도권 다툼을 더욱 치열한 생존 게임으로 몰아넣을 것으로 풀이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