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라틴아메리카 ‘운하 경쟁’ 좌초 위기… 파나마 운하 독주 체제 굳어지나

글로벌이코노믹

라틴아메리카 ‘운하 경쟁’ 좌초 위기… 파나마 운하 독주 체제 굳어지나

멕시코 CIIT 탈선 사고로 무기한 중단… 온두라스·니카라과 프로젝트도 비용과 외교에 발목
파나마 운하청, 80억 달러 규모 파이프라인 및 저수지 건설로 경쟁력 강화 박차
2025년 2월 1일, CK 허치슨 그룹 소속 부대가 운항하는 크리스토발 항구에 정박 중인 MSC 선박.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2월 1일, CK 허치슨 그룹 소속 부대가 운항하는 크리스토발 항구에 정박 중인 MSC 선박. 사진=로이터
파나마 운하의 만성적인 정체를 틈타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새로운 육상·해상 물류 경로를 구축하려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야심 찬 프로젝트들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치명적인 철도 사고와 천문학적인 건설 비용, 급변하는 국제 정세가 맞물리면서 당분간 파나마 운하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파나마 운하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던 멕시코의 ‘테우안테펙 지협 대양 회랑(CIIT)’이 운영 중단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열차 탈선 사고로 14명이 사망하면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안전 요건이 완전히 충족될 때까지 운영을 재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 멕시코의 야심 CIIT, 개통 2년 만에 ‘안전 쇼크’로 멈춰


2023년 말 부분 개통한 CIIT는 태평양의 살리나 크루즈와 대서양의 코아차코알코스 항구를 연결하며 파나마 운하의 대안으로 급부상했었다.

특히 지난해 3월에는 현대자동차 물량을 성공적으로 횡단시키며 네트워크를 확장 중이었으나, 이번 사고로 인해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연방 당국은 과속을 유력한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현재 기관사와 운영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CIIT의 정상화 시점은 안개 속에 빠졌다.

◇ 온두라스·니카라과… 자금난과 외교 노선 변경에 ‘휘청’

다른 주변국들의 프로젝트 역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약 18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프로젝트는 현재 8차선 고속도로망 건설 외에는 철도 등 핵심 인프라 추진력이 거의 없는 상태다.

특히 1월 취임한 나스리 아스푸라 대통령이 ‘친미’ 노선으로 복귀하면서, 한때 유력한 투자처였던 중국과의 협력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2013년 홍콩 기업과 손잡고 야심 차게 시작했던 이 프로젝트는 사실상 동결됐다. 파나마 운하보다 5배 이상 긴 450km의 굴착 거리에 따른 1000억 달러 규모의 건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기업들이 프로젝트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 파나마 운하, ‘위기를 기회로’ 대규모 투자 감행


경쟁자들의 자멸 속에 파나마 운하청은 오히려 공세적인 투자를 통해 우위를 굳히고 있다. 가뭄으로 인한 담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물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방위적인 개선 작업에 나선 것이다.

40억~80억 달러를 투입해 액화석유가스(LPG) 운송용 파이프라인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는 운하를 직접 통과하지 않고도 에너지를 이송할 수 있게 해 정체를 완화할 전망이다.

새로운 항만 터미널과 대규모 저수지를 건설하여 선박 대기 시간을 줄이고 수위 조절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 현대판 ‘인적·경제적 비용’의 한계


과거 20세기 초 파나마 운하 건설 당시 3만 명의 희생이 따랐던 잔혹한 작업 환경은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지에서 제안된 대안 경로들이 결국 막대한 비용 부담과 환경·안전 이슈에 굴복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치하라 토모히로 특파원은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국가가 파나마의 지배력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현재로서는 파나마 운하가 기술적 보강과 투자를 통해 미래 물류의 주도권을 더욱 확실히 틀어쥐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