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디(BYD)·오모다 누적 판매 8000대 돌파…성능 위주 ‘데이터 경영’ 전환
‘충전 포비아’ 정조준한 1500km 주행거리…현지 생산 체제 가동 임박
‘충전 포비아’ 정조준한 1500km 주행거리…현지 생산 체제 가동 임박
이미지 확대보기저가 물량 공세를 앞세워 동남아 시장의 문을 두드렸던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이제는 압도적인 기술 스펙과 현지 생산 체제를 앞세워 베트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단순한 ‘상륙’을 넘어 일본차가 장악해온 시장의 구조적 해체에 나선 모양새다.
베트남 현지 매체 징뉴스(Zing News)의 2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2026년 들어 비야디(BYD)와 오모다&제이코(Omoda & Jaecoo) 등 주요 중국 완성차 기업들이 진출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판매 지표를 공개하며 시장 안착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데이터로 증명된 중국차의 ‘역습’…판매량 첫 공개의 의미
그동안 판매 실적 공개에 소극적이었던 중국 브랜드들이 ‘데이터 경영’으로 태도를 전환한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비야디(BYD)는 지난해 7월 베트남 시장 진출 이후 누적 판매량 5000대를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리자동차의 수출 전문 브랜드인 오모다&제이코 역시 지난해 연간 판매량 3000대를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글로벌 연간 판매량 80만 대라는 규모에 비하면 초기 단계지만, 본격적인 현지 생산이 시작되기 전 수입 판매만으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향후 시장 폭발력을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상하이자동차(SAIC) 산하 MG와 오릉(Wuling)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오릉은 2023년 591대였던 실적을 지난해 1358대까지 끌어올리며 저변을 확대하고 있으며, MG 등 기존 브랜드들 역시 판매 수치 비공개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조용히 시장 내실을 다지는 분위기다.
인프라 한계 넘는 ‘EREV’ 카드…1500km 주행거리로 ‘충전 공포’ 정조준
중국 브랜드가 베트남에서 내세운 핵심 병기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다. 이는 충전 시설이 열악한 베트남 환경을 고려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다. 내연기관 엔진이 배터리 충전 전용 발전기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순수 전기차의 고질적 약점인 ‘충전 포비아(Phobia)’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실제로 리프모터(Leapmotor)의 C10은 전기와 가솔린 조합으로 1000km 이상을, 상하이자동차(SAIC)의 IM LS9과 지리자동차의 보유(Boyue) EREV는 한 번의 주유로 무려 1500km를 달릴 수 있는 스펙을 갖췄다.
최근 홍치(Hongqi)의 HS6 PHEV가 2327km 무주유 주행으로 기네스 기록을 세운 것 역시 이러한 기술적 우위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중·일 ‘3국지’ 개막…기술과 신뢰의 정면충돌
베트남 자동차 시장은 이제 일본의 ‘신뢰’, 한국의 ‘프리미엄’, 중국의 ‘혁신’이 부딪히는 거대한 실험장이 됐다.
먼저 한국의 현대차와 기아는 외부로 전력을 공급하는 V2L(Vehicle to Load) 등 고부가가치 기능과 앞선 디지털 경험을 강조하며 기술에 민감한 신흥 중산층의 라이프스타일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반면 수십 년간 시장을 지배해온 일본 브랜드들은 하이브리드(HEV) 중심의 보수적인 전환을 꾀하며 기존 고객층의 이탈을 막는 수성 전략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이에 맞서는 중국 브랜드들은 파격적인 사후 서비스(AS)를 신뢰 확보의 열쇠로 삼았다. 오모다&제이코가 엔진에 대해 ‘10년 또는 100만km 보증’이라는 전례 없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현지의 뿌리 깊은 불신을 잠재우고 일본차가 가진 ‘내구성’이라는 강력한 무기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현지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한국 부품사엔 ‘양날의 검’
중국 완성차의 현지 생산 가속화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부품 생태계에도 거대한 파고를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기아와 일본계 브랜드에 주로 의존해온 한국 부품사들은 중국의 대규모 생산 기지 구축을 ‘공급처 다변화’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배터리 냉각 시스템이나 전장 부품 등 전기차 특화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한국 업체들이 중국 브랜드의 현지 조달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다만, 중국 업체 특유의 공격적인 원가 절감 요구와 기술 공조를 빌미로 한 공정 노하우 유출 우려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국 부품사들이 중국의 물량 공세에 휘말리기보다 대체 불가능한 ‘하이테크’ 핵심 역량을 지켜내며 협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가 한국 부품사들이 일본차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 구조를 혁신할 수 있는 ‘역발상 전략’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메이드 인 베트남’ 시대 가동…가격 경쟁력의 하방 압력 거세질 것
중국차의 진정한 위협은 ‘현지 생산’이 본격화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BYD는 오는 6월 가동을 목표로 북부 부품 공장을 확장 중이며, 오모다&제이코는 겔렉심코(Geleximco) 그룹과 손잡고 흥옌성에 8억 달러 규모의 생산 기지를 구축해 이번 분기 내 1단계 완공을 앞두고 있다.
현지 공장이 가동되면 관세 절감을 통해 판매 가격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 시장 지배자들에게 강력한 가격 인하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 업계에서는 중국차의 이번 공세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동남아 자동차 공급망 자체를 재편하는 거대한 흐름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기술적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베트남 소비자들이 중국산 자동차를 자산으로서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지 생산과 파격적 보증이 이 ‘신뢰의 골’을 메우는 순간,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권력 이동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