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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전쟁] "중국 빼고 아시아만"…미국 연기금, 아시아 운용사에 '탈중국 펀드' 잇따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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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전쟁] "중국 빼고 아시아만"…미국 연기금, 아시아 운용사에 '탈중국 펀드' 잇따라 요구

반도체·AI 투자 시 징역 20년 처벌 규정, 미 자본의 '구조적 중국 지우기' 촉발
병행 펀드(Parallel Fund) 수요 급증…'사이드 포켓'이 지정학 방화벽으로 재탄생
한국 반도체·방산 업계, 미 기관투자자 이탈한 '중국 공백' 수혜 가능성 주목
"우리는 아시아의 성장에는 베팅하겠다. 단, 중국은 빼고."
미국 연기금과 대학 기부금 재단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아시아 전역에 투자하는 기존 펀드 구조는 유지하되 중국 자산만을 완전히 배제한 '병행 펀드(Parallel Fund)' 조성을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연기금과 대학 기부금 재단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아시아 전역에 투자하는 기존 펀드 구조는 유지하되 중국 자산만을 완전히 배제한 '병행 펀드(Parallel Fund)' 조성을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아시아 자산운용사들에게 이 같은 조건을 공공연히 내걸기 시작했다. 지정학 리스크를 넘어 이제는 '형사 처벌'이라는 현실적 위협이 글로벌 자본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6(현지시간) 싱가포르·홍콩의 사모펀드 및 헤지펀드 매니저들을 인용해, 미국 연기금과 대학 기부금 재단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아시아 전역에 투자하는 기존 펀드 구조는 유지하되 중국 자산만을 완전히 배제한 '병행 펀드(Parallel Fund)' 조성을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규제 위반에 따른 법적·경제적 리스크.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규제 위반에 따른 법적·경제적 리스크.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징역 20년 조항이 바꾼 투자 지형


미국 재무부 집계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중국 주식·채권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610억 달러(535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발효된 미국의 대외투자 심사 규정은 반도체·양자컴퓨팅·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중국 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경우 최대 100만 달러(148000만 원)의 벌금과 최장 20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글로벌 헤지펀드 매니저 2000여 명을 대변하는 대체투자운용협회(AIMA)의 커 셩 리 아시아·태평양 공동대표는 "미국 투자자들이 중국 관련 리스크에 극도로 예민해졌다""아시아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보고 있지만, 지정학적 충격이 자신들의 포트폴리오에 전이되는 것을 차단할 구조적 장치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련 규제 권한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바이든 행정부가 마련한 규제 틀을 트럼프 행정부가 계승하며 제재 대상 기술 목록을 추가적으로 넓히고 있어, 미국 자본의 '중국 우회로 찾기'는 더욱 절박한 과제가 됐다.

대안 펀드(Ex-China) 및 병행 펀드 규모.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대안 펀드(Ex-China) 및 병행 펀드 규모. 도표=글로벌이코노믹


레드라인은 반도체·AI·양자…컴플라이언스가 투자 결정 주도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한 기술 분야 펀드 매니저는 "반도체처럼 민감도가 높은 섹터에서 노출을 완전히 없애달라는 요청이 꾸준히 늘고 있다""첨단 칩, AI, 양자 기술은 이미 투자 금지를 뜻하는 '레드라인'으로 굳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요구가 투자팀이 아닌 준법감시 부서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익 극대화보다 법적 리스크 관리가 의사결정의 최우선 순위로 올라섰음을 의미한다.

미국 개별 주 차원의 움직임도 가속되고 있다. 아칸소주는 지난해 공적 연기금의 중국 기업 투자를 원천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에 들어갔으며, 플로리다·인디애나·캔자스주는 AI 등 특정 기술 분야에 대한 공적 자금 투자를 제한하는 입법을 완료했다. 미네소타주 투자위원회는 최근 사모펀드 대형사 블랙스톤(Blackstone)의 아시아 펀드에 투자하면서 중국 자산은 제외할 수 있는 선택적 거부권을 사전에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이드 포켓'의 변신…유동성 분리 기법이 지정학 방화벽으로


자산운용사들은 현실적 대안으로 '병행 펀드' 구조를 택하고 있다. 하나의 운용 전략 아래 두 개의 펀드를 동시에 운영하는 방식이다. 하나는 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 펀드이고, 나머지 하나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만 투자하는 '엑스-차이나(Ex-China)' 펀드다.

본래 펀드 자산 중 부실화되었거나 유동성이 낮은(즉시 팔기 어려운) 자산만 따로 떼어내어 관리하는 '사이드 포켓(Side Pocket)' 기법이 지정학적 위험을 걸러내는 구조적 장치로 전용되는 셈이다. 아시아에 기반을 둔 한 투자 자문역은 "미국 규제가 변화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라며 "특정 국가를 배제한 별도 펀드를 제시해 미국 연기금을 붙잡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해법이 됐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의 주요 벤처캐피털들 역시 규제 발효 이전부터 중국 관련 법인을 선제적으로 분리해 두는 조치를 취해 왔다.

한국에 미치는 파장…'중국 공백'을 메울 수혜주는 어디인가


미국 자본의 탈중국 흐름은 한국 자본시장에도 직접적인 파급을 낳을 수 있다. 중국 기술주에서 빠져나온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처로 한국 반도체·방산·조선 업종을 낙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은 중국산 칩을 배제하려는 미국 빅테크 수요와 맞물려 수혜 구도가 형성되고 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 등 K-방산 기업들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안보 재편 전략 속에 '지정학 수혜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기관투자자들의 '엑스-차이나 아시아 펀드'가 편입할 수 있는 우량 자산으로 한국 기업들이 전면에 부각되는 국면이다.

워싱턴과 베이징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될수록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지원한다는 인식을 차단하려는 이른바 '자본 디커플링(탈동조화)'은 금융 현장에서 실무적 구조 개편으로 구체화되는 중이다. 중국에서 이탈한 자본이 어느 아시아 시장을 새로운 거점으로 선택할지, 그 향방이 한국 증시와 산업 생태계의 지형을 다시 그릴 변수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