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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테라팹 착공… 반도체 자급화 선언, 삼성·TSMC 판도 흔드나 [AI 반도체 패권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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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테라팹 착공… 반도체 자급화 선언, 삼성·TSMC 판도 흔드나 [AI 반도체 패권전쟁]

텍사스 오스틴에 테슬라·스페이스X·xAI 공동 운영 반도체 일괄 생산기지 착공 선언
설계부터 패키징까지 한 지붕 아래… 연 1테라와트 목표, 전 지구 생산량의 50배 주장
2나노 EUV 장비 확보·최소 27조 원 조달이 성패 가를 양대 과제
머스크가 테슬라 본사 인근에 독자 반도체 일괄 생산기지 '테라팹' 착공을 공식 선언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생성형 AI 기업 xAI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 공장에서 연간 1테라와트(TW·1조 와트)에 달하는 컴퓨팅 파워를 생산하겠다는 것이 머스크의 청사진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머스크가 테슬라 본사 인근에 독자 반도체 일괄 생산기지 '테라팹' 착공을 공식 선언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생성형 AI 기업 xAI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 공장에서 연간 1테라와트(TW·1조 와트)에 달하는 컴퓨팅 파워를 생산하겠다는 것이 머스크의 청사진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AI 반도체를 외부에서 조달할 수 없다면, 직접 만들면 된다. 이것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21(현지시각)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내놓은 결론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미국 IT 전문 매체 Wccftech22, 머스크가 테슬라 본사 인근에 독자 반도체 일괄 생산기지 '테라팹(TeraFab)' 착공을 공식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생성형 AI 기업 xAI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 공장에서 연간 1테라와트(TW·1조 와트)에 달하는 컴퓨팅 파워를 생산하겠다는 것이 머스크의 청사진이다.

테라팹(TeraFab) 반도체 칩 종류별 생산 물량 배분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테라팹(TeraFab) 반도체 칩 종류별 생산 물량 배분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지구상 모든 팹을 합쳐도 2%'과장''전략' 사이


머스크가 제시한 목표치는 현실성 논란을 자초할 만큼 대담하다. 그는 "지구상의 모든 반도체 공장 생산량을 합산해도 테라팹 목표치의 2%에 불과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재 미국 전체 평균 전력 소비량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외부 위탁 생산의 한계가 직접 생산 선언의 출발점이었다. 머스크는 설명회에서 "기존 공급망에 감사하지만 그들의 확장 속도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테슬라가 AI 학습에 투입하는 엔비디아 GPU 수급 부족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고도화의 발목을 잡아왔다.

테라팹의 핵심 경쟁력은 '순환 속도'. 머스크는 이를 '자기 진화형 제조(Rapid Recursive Improvement)'라고 불렀다. 칩을 만들고, 테스트하고, 곧바로 고쳐 다시 만드는 과정을 한 건물 안에서 쉼 없이 반복한다는 뜻이다. 외주 파운드리를 거치면 수개월이 걸리는 설계 수정 주기를 수일 단위로 압축하겠다는 의도다.

생산량의 80%를 우주용 D3 칩에 배정한 것은 머스크의 '행성 간 문명' 구상과 직결된다. 그는 "지구의 전력 용량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테라와트급 컴퓨팅 파워를 우주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십을 통한 우주 발사 능력과 반도체 자급화를 결합해 '은하 문명'의 인프라를 선점하겠다는 장기 포석이다.

지상용 AI5 칩은 엔비디아 최신 제품에 필적하는 성능을 목표로 한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과 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두뇌 역할을 맡게 된다.

자금·기술 양면의 과제… 삼성과의 협력설이 나오는 배경

반도체 업계에서는 테라팹 건설과 초기 가동에 최소 200억 달러(30조 원)에서 250억 달러(37조 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머스크는 자금 조달의 출구 가운데 하나로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을 언급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27일 스페이스X가 이르면 3월 중 상장 신청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술 장벽은 더 까다롭다. 2나노미터(nm) 초미세 공정을 구현하려면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확보가 전제 조건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장비 부족으로 인텔조차 오하이오주 신규 공장 완공 시점을 5년 연기한 상태다. 반도체 업계에서 머스크가 삼성전자와 2나노 기술 협력을 타진 중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반도체 장비·소재 업계 관계자는 "2나노 공정에서 수율을 안정화하기까지는 통상 3~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EUV 장비를 조달하더라도 TSMC 수준의 양산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파운드리 관련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컴퓨팅 인프라 자급화 흐름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수출, 어떤 파장이 오나


테라팹이 예정대로 완공될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에는 기회와 위협이 공존할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적으로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발주하던 AI 가속기용 메모리 주문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초기 공장 건설 국면에서는 첨단 패키징 기술과 반도체 소재·부품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협력 참여 여지도 열려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수출 품목이다. 미국발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기조와 맞물린다면, 한국 수출 전략의 구조적 수정을 요구하는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호언장담인가, 패러다임 전환인가


머스크에게 '목표 지연'의 전례가 없지는 않다. 스타링크 서비스 확장, 사이버트럭 양산, 완전자율주행 상용화 모두 당초 예고보다 일정이 크게 밀렸다. 월가 일각에서 신중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 선언이 이전과 질적으로 다른 것은, 단순한 원가 절감 시도가 아니라 AI 시대의 핵심 자원인 '연산 권력'을 설계부터 우주 배치까지 수직으로 통합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누가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쥐느냐가 산업 생태계의 주도권을 결정하는 시대에, 머스크는 외부 조달이라는 종래의 방정식을 통째로 뒤집으려 하고 있다. 텍사스 오스틴의 삽이 반도체 지형도를 얼마나 흔들지, 그 진동이 서울 여의도에 닿을 수 있는지를 가늠해야 할 시점이 왔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