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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혁명인가, 이동형 핵폭탄인가… 美 ‘마이크로 원자로’ 상용화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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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혁명인가, 이동형 핵폭탄인가… 美 ‘마이크로 원자로’ 상용화의 두 얼굴

미 에너지부(DOE), 오는 4월 오지·군사기지 전력 자급을 위한 ‘DOME’ 실증 프로젝트 착수
트럭 운송 가능한 ‘에너지 민주화’ 기수 vs 테러 위험 및 발전 단가 폭등 초래 ‘위험한 도박’
AI 데이터센터 전력 대란 ‘게임 체인저’ 부상 속, 핵분열 한계와 핵융합 상용화 시차 간극이 최대 변수
미국 정부가 이르면 4월부터 초소형 원자로(Microreactor)를 실제 전력망에 연결하는 실증 사업에 착수하면서 차세대 에너지 시장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정부가 이르면 4월부터 초소형 원자로(Microreactor)를 실제 전력망에 연결하는 실증 사업에 착수하면서 차세대 에너지 시장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정부가 이르면 4월부터 초소형 원자로(Microreactor)를 실제 전력망에 연결하는 실증 사업에 착수하면서 차세대 에너지 시장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전력 공급이 어려운 오지나 군사기지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 ‘DOME’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안전장치 미비와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강력한 우려를 제기한다.

기즈모도는 지난 28일(현지 시각) ‘초소형 원자로에 열광해야 하는가, 아니면 공포를 느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이 사안을 집중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초소형 원자로는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트럭으로 운송할 수 있는 수준의 크기로, 기존 대형 원전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에너지 민주화의 시작”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통제 불능의 위험한 도박”이라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선다.

"트럭에 실어 나르는 원전"…전력 공급 방식의 근본적 전환


초소형 원자로는 보통 1~20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기존 대형 원전(1000MW 이상)이나 소형모듈원자로(SMR·300MW 이하)보다 훨씬 작아 '원자력 배터리'라 불린다.

존 잭슨 미국 에너지부 마이크로원자로 프로그램 국장은 기즈모도와 한 인터뷰에서 “초소형 원전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함과 다목적성”이라고 강조했다. 트럭이나 기차로 운송해 전력 비용이 높은 오지, 군사 시설, 재난 복구 현장에 즉각 투입할 수 있다는 논리다. 랄프 카이저 국제이론물리센터(ICTP) 실험핵물리학자 역시 "대량 생산 후 수십 년간 가동하고 통째로 교체하는 방식은 에너지 소외 지역에 혁신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안전이 아니라 비용"…짓눌린 경제성의 무게


반면 냉정한 시장 분석은 장밋빛 전망을 가로막는다. 에드윈 라이먼 참여과학자연대(UCS) 원자력 안전국장은 “초소형 원자로는 경제성이 크게 떨어져 결국 소비자들의 전기료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초소형 원자로의 균등화발전원가(LCOE)는 기존 대형 원전이나 재생에너지보다 월등히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오지에서 사용하는 디젤 발전기(㎾h당 약 300~500원 수준)와 비교하면 경쟁력이 있을 수 있으나 일반 상업용 전력망에서는 "가장 비싼 전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개발사들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냉각 시스템이나 방사능 차폐막을 간소화하려는 움직임에 전문가들은 "비용 절감이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동형 핵폭탄 될 수도"…물리적·사이버 테러 위험 정조준


이동 편의성은 역설적으로 안보 취약점이 된다. 기존 원전은 강력한 요새 안에서 보호받지만, 오지나 민간 시설에 흩어진 초소형 원자로는 물리적 탈취나 파괴 공격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관리 인력이 부족한 '스켈레톤 크루(최소 인력)' 혹은 무인 운영 방식이 검토되면서 리스크는 배가된다. 방사성 물질이 든 원자로가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가면 그 자체로 '더러운 폭탄(Dirty Bomb)'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분산형 전력망은 사이버 공격의 표적이 될 확률이 높으며, 단 한 대의 사고만으로도 해당 기술 전체가 사장될 수 있는 '단일 실패 지점'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핵융합은 '방향'이고, 마이크로 원자로는 '당장의 선택지'다


기술적 세대교체 논쟁도 뜨겁다. 카를로스 로메로 탈라마스 테라퓨전 대표는 "핵분열 방식은 폐기물과 사고 시 오염 위험이 상존한다"면서 핵융합 초소형 원자로의 안전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볼 때 핵융합은 여전히 10~20년 이상의 상용화 시차가 존재하는 '미래의 꿈'이다. 반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폭증으로 당장 '전력 무기화'가 진행되는 2026년 현재, 시장은 당장 가동할 수 있는 핵분열 기반 SMR과 마이크로 원자로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이 시장이 단순한 발전 산업을 넘어 '핵연료 공급망-모듈 설계-원격 운영 플랫폼'이 결합된 고도의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추격자’에서 ‘플랫폼 선점’으로 가야


미 정부의 DOME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AI 시대의 전력 공급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다. 이는 대한민국 원전 생태계에도 중대한 체크포인트를 던진다.

향후 1~2년간 미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의 실증 데이터와 설치 비용의 하락폭을 주시해야 한다. LCOE가 디젤 발전 단가 이하로 떨어지는 시점이 상업적 변곡점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자재 제작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핵연료 공급망과 원격 운영 소프트웨어 등 '소프트 파워'는 미흡하다. 미국 주도의 기술 표준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해군·선박용 소형 원자로 등 특수 목적 시장에서 독자적인 트랙 레코드를 쌓아야 한다.

마이크로 원자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전력이 간절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전력망을 버리고 자급자족을 택하는 이 파괴적 혁신이 재앙의 씨앗이 될지, 에너지 해방의 열쇠가 될지 전 세계가 2026년 봄 미국 아이다호를 주목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