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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PRI "2025년 세계 국방비 2조9000억 달러…11년 연속 역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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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PRI "2025년 세계 국방비 2조9000억 달러…11년 연속 역대 최고"

미·중·러 세 나라가 전체의 50% 차지…유럽은 14% 증가로 상승 주도
독일, 1990년 이후 처음 GDP 대비 2% 돌파 세계 4위…우크라이나 GDP의 40% 국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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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지정학적 불안이 각국의 군사 지출을 11년 연속 끌어올렸다. 독일 공영 ARD와 BR24가 27일(현지 시각)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연간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군사 지출은 약 2조8900억 달러(약 2조4700억 유로)로 집계돼 사상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실질 기준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으며, 10년 전과 비교하면 41% 늘어난 수치다.

SIPRI 연구원 로렌조 스카라자토(Lorenzo Scarazzato)는 ARD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세 나라가 세계 군사 지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일시적 감소가 전체 상승폭 완화 불구 반등 예고


이번 전체 상승폭이 전년도보다 낮아진 주요 원인은 세계 1위 지출국 미국의 국방비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출 감소는 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군사 지원이 승인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반면 미국은 자국의 핵 및 재래식 군사 능력에 더 많이 투자했다. 감소에도 미국은 여전히 약 8140억 유로로 세계 최대 군사 지출국 자리를 지켰다.

SIPRI 연구원 디에고 로페스 다 실바(Diego Lopes da Silva)는 "미국은 이미 군사 지출 증가 계획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스카라자토 연구원도 2027년 예산 요청에 최대 1조5000억 달러의 군사비가 포함돼 있으며 이란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의 증가세 복귀를 예상했다.

유럽 14% 증가…독일, 1990년 이후 처음 NATO 2% 목표 달성


미국의 지원이 줄어든 사이 유럽의 군사 지출은 14% 늘었다. 다 실바 연구원은 미국이 신뢰할 만한 NATO 파트너로 남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많은 나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제 안보가 악화되는 것을 보면 불안의 분위기가 생기고, 더 안전하다고 느끼기 위해 국가들은 군사비에 더 많이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전년 대비 24% 늘어난 1140억 달러(약 970억 유로)를 지출해 세계 4위를 유지했다. 1990년 이후 처음으로 GDP 대비 2%라는 NATO 목표를 넘어섰다. SIPRI에 따르면 유럽 NATO 회원국 22개국이 이 기준을 충족했다. 스카라자토 연구원은 러시아의 위협과 NATO에 대한 미국의 관심 감소가 독일의 증액을 이끌었다고 분석하며 "많은 NATO 동맹국과 마찬가지로 독일도 자국 방어, 안보, 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GDP의 40%·국가 지출의 60% 이상을 군사비에


전쟁 4년 차의 우크라이나는 군사비가 GDP의 40%에 달했으며, 국가 전체 지출의 60% 이상을 군에 쏟아부었다. 다 실바 연구원은 "이것은 공공 지출에서 엄청난 비중이며, 기초 공공 서비스 제공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이 수준이 더 높아지기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동의 특수…이란, 공식 예산 외 석유 수입으로 미사일·드론 자금 조달

아시아에서는 중국, 일본, 대만, 인도, 파키스탄이 갈등과 긴장을 배경으로 지출을 높였다. 중동은 2025년 소폭 증가에 그쳤다. 이스라엘의 지출은 오히려 줄었는데, SIPRI는 이를 "2025년 1월 하마스와의 휴전 합의 이후 가자지구 전쟁 강도가 낮아진 것"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란은 물가 상승을 반영하면 실질적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SIPRI 전문가 주바이다 카림(Zubaida Karim)은 "공식 수치는 실제 지출을 상당히 과소 추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은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석유 수입을 미사일과 드론 생산을 포함한 군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SIPRI 보고서에서 한국은 별도의 항목으로 명시되지 않았으나,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전체가 8.1% 증가해 2009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증가율을 기록한 흐름 속에 포함된다.

아시아·오세아니아의 군사비 총액은 2025년 6810억 달러로 2024년 대비 8.1% 늘어 2009년 이후 최대 연간 증가율을 기록했다. 디에고 로페스 다 실바 SIPRI 선임 연구원은 호주,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오세아니아의 미국 동맹국들이 오랜 지역 긴장뿐 아니라 미국의 지원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로 군사비를 늘리고 있으며, 유럽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행정부의 군비 증액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2024년 국방비는 SIPRI 기준 476억 달러로, 2023년 대비 1.4% 증가했으며 2015년 대비로는 30% 늘어난 수치다. 2025년 수치는 이날 공개된 신규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됐으나 SIPRI 보도자료에서 한국은 별도 언급되지 않았다.

방산 수출 측면에서는 별도의 지표가 주목된다. SIPRI가 2025년 12월 발표한 글로벌 방산 기업 Top 100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4개 방산 기업의 합산 방산 매출은 2024년 141억 달러로 31% 증가했으며, 한국 최대 방산 기업 한화그룹은 42%의 방산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고 그 절반 이상이 방산 수출에서 나왔다.

"2026년은 2025년보다 전쟁이 적지 않을 것"


SIPRI는 증가 추세가 2026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 실바 연구원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매우 많은 분쟁이 있다. 1년 안에 상황이 이 추세를 뒤집을 만큼 개선되기는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NATO 회원국들이 2030년대에 GDP의 5%를 방어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것도 지출 증가 전망을 뒷받침한다.

SIPRI는 군사 지출 외에도 무기 거래와 방산 산업에 관한 연례 보고서를 발행하는 독립 연구 기관으로, 주로 스웨덴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