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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역대 최악의 연준 의장... 케빈 워시 vs 아서 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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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역대 최악의 연준 의장... 케빈 워시 vs 아서 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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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아서 번즈에겐 역대 최악의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그가 연준 의장으로 재임할 때 미국의 물가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았다. 아서 번즈는 그럼에도 연준의 기준금리를 계속 낮추었다. 그를 연준 의장으로 임명했던 당시 닉슨 대통령이 아서 번즈 의장에게 꾸준히 금리인하를 요구했다. 이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인플레이션 폭탄이 터진 것이다.

아서 번즈는 1970년 2월 닉슨 대통령이 임명해 연준 의장에 올랐다. 1972년 재선을 눈앞에 둔 닉슨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상황 속에 금리인하를 종용했다. 번즈는 닉슨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랐다. 8%대였던 연준의 기준금리를 불과 1년 만에 4%대로 내렸다. 1973년 제1차 오일쇼크가 터지자 미국 물가상승률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아 10%대로 올라섰다. 당황한 번즈는 뒤늦게 기준금리를 13.6%까지 급격히 인상했다.

그 결과 1970년대 미국 경제는 경기 침체까지 겹친, 듣도 보도 못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치달았다. 그 상황에서 번즈는 또 한번 실책을 저지른다.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를 다시 내리라는 정치권 압박에 굴복해 버렸다. 번즈는 1년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5.24%로 끌어내린다. 결국 미국의 인플레율은 다시 10%대로 치솟았다. 미국의 잃어버린 20년은 번즈의 정책 실패에 기인한다.

미 상원 인준 청문회 출석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자.워시는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 상원 인준 청문회 출석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자.워시는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들어 아서 번즈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케빈 워시가 아서 번즈처럼 경제 논리를 무시하고 트럼프의 명령대로 인플레 기조 속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미국 상원 인사청문회에서는 '트럼프 꼭두각시'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연준을 둘러싼 공기가 심상치 않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PIMCO)가 던진 최근의 경고는 충격적이다. 그간 월가에서 가장 강력하게 금리인하를 종용해왔던 그들이 이제는 “성급한 금리인하가 미국 경제를 파괴할 것”이라며 전례 없는 공포를 설파하고 나섰다.

피셔 방정식에 따르면 시장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불신하는 순간 ‘기대 인플레이션’ 수치는 폭발한다. 투자자들은 미래 화폐가치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장기 채권을 투매하며, 이는 10년물과 30년물 국채 금리의 수직 상승을 초래한다.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기준금리를 낮춘다 한들, 시중의 실질적인 조달 금리인 장기 금리가 폭등하면서 기업의 설비투자와 가계의 소비를 오히려 냉각시키는 ‘금리인하의 역설’이 완성되는 것이다. 핌코가 금리인하를 앞두고 공포를 느끼는 핵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베어 스티퍼닝은 ‘베어(Bear)’와 ‘스티퍼닝(Steepening)’의 합성어다. 베어는 하락장을 의미하는 곰(Bear)에서 유래했다. 스티퍼닝은 ‘가팔라짐’을 의미한다. 단기 금리와 장기 금리의 격차인 ‘장단기 스프레드’가 확대되어 수익률 곡선의 경사가 급해지는 현상을 뜻한다.

베어 스티퍼닝은 주로 미래의 인플레이션 전망이나 경제 성장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강력할 때 나타난다. 투자자들이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할 경우, 장기 채권 보유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더 높은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을 요구하게 된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대규모 국채 발행을 단행할 경우에도 공급 과잉으로 인해 장기 채권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하며 이 현상이 가속화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감세와 천문학적인 인프라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국채 발행과 재정 적자 확대로 이어진다. 시장의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은 이미 국채 공급 과잉과 물가 불안을 감지하고 장기 금리를 밀어 올릴 준비를 마쳤다. 케빈 워시의 연준이 백악관의 장단에 맞춰 무조건 금리를 내리는 순간 장기 금리의 반란은 미국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유동성 폭탄으로 돌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