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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LG, 로봇 AI 데이터 스타트업에 403억 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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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LG, 로봇 AI 데이터 스타트업에 403억 원 베팅

서울·하노이 거점 '컨피그', 씨드 투자 마감… 기업가치 2987억 원 돌파
로봇 기초모델 데이터 독점 공급 노려… 2027년 연매출 149억 원 목표
컨피그는 지난해 1월 서울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를 거점으로 설립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컨피그는 지난해 1월 서울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를 거점으로 설립됐다. 이미지=제미나이3
로봇 인공지능(AI) 시대의 '보이지 않는 승자'를 향한 한국 대기업들의 돈이 움직이고 있다. 삼성벤처투자가 주도하고 현대차·LG·SK텔레콤 벤처 조직이 가세한 한·미 스타트업 '컨피그(Config)'가 씨드(초기) 투자 라운드에서 2700만 달러(약 403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2억 달러(약 2987억 원)를 넘어섰다고 테크크런치(TechCrunch)가 지난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누적 조달 금액은 총 3500만 달러(약 522억 원)에 이른다. 로봇을 직접 만드는 대신 로봇이 학습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전문 공급하는 '로봇 데이터 인프라' 모델로 한국 제조업 생태계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것이다.

한국 제조 4대 강자가 한 스타트업에 집결한 이유

컨피그는 지난해 1월 서울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를 거점으로 설립됐다. 최고경영자(CEO) 서민준은 메타(Meta) 연구원과 동영상 AI 기업 트웰브랩스(TwelveLabs) 최고과학책임자(CSO)를 거쳤으며, 나머지 세 명의 공동창업자는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Waymo), 구글, 네이버 출신이다.
이번 투자에는 삼성벤처투자 외에 현대차 벤처 조직 제로원벤처스(ZER01NE Ventures), LG테크놀로지벤처스, SK텔레콤 미국 법인 벤처캐피털 SKT아메리카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UC버클리 교수이자 AI 로봇 스타트업 코배리언트(Covariant) 공동창업자인 피터 에벌(Pieter Abbeel)도 엔젤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미래에셋벤처스, 한국산업은행, GS퓨처스, 카카오벤처스, Z벤처스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번 라운드가 주목받는 것은 단순한 금액보다 투자자 구성 때문이다. 반도체·자동차·가전·통신을 대표하는 한국 대기업 4곳이 경쟁 관계를 넘어 한 테이블에 앉았다. 이들 모두 자체 로봇 AI 개발을 추진 중이거나 산업 자동화에 빠르게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들이다.

컨피그가 공개경쟁 없이 이들의 공동 투자를 이끌어낸 것은 데이터 독점 공급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업계는 읽는다.

"모델이 아닌 데이터를 변환한다"… TSMC 전략의 로봇판


컨피그가 내세우는 핵심 가치는 로봇 기초모델(RFM·Robotics Foundation Model)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전처리 기술이다. 서민준 대표는 테크크런치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로봇을 가르치는 일은 대규모언어모델(LLM) 학습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LLM은 인터넷에 쌓인 방대한 텍스트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지만, 로봇 훈련 데이터는 로봇 장비와 운용 시설, 운용 인력을 갖추고 하나하나 직접 수집해야 한다. 수집 비용이 높은 만큼 데이터 품질을 최대한 높여 쓰는 것이 핵심 과제다.

대부분의 로봇 AI 팀은 인간 동작 데이터로 모델을 먼저 학습시킨 뒤 로봇에 맞게 모델을 조정한다. 컨피그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학습이 시작되기 전에 데이터 자체를 변환해 로봇의 움직임과 세계 인식 방식에 맞게 최적화한다.

서 대표는 이를 언어 번역에 비유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영어 교재만 쓰는 것과 같다. 데이터를 변환해야지 모델을 바꾸는 게 아니다. 이 변환 기술이 컨피그의 핵심 차별화 요소"라고 그는 밝혔다.

이런 포지션을 두고 컨피그는 스스로를 '로봇 AI의 TSMC'로 규정한다. 대만의 반도체 수탁 생산 기업 TSMC가 애플·엔비디아·AMD와 경쟁하지 않으면서 이들 모두의 칩을 생산하듯, 컨피그는 어느 로봇 기업과도 직접 경쟁하지 않고 모두에게 데이터를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데이터 규모도 이미 업계 최상위권이다. 컨피그는 서울과 베트남 하노이에서 약 300명 규모의 인력을 운용하며 통제된 스튜디오 환경과 현장에서 인간의 신체 동작을 촬영·수집한다.

현재까지 축적한 인간 동작 데이터는 10만 시간을 넘는다. 현존 오픈소스 데이터 세트 중 최대 규모로 꼽히는 중국의 '아지봇 월드(AgiBot World)' 약 3000시간과 비교하면 30배 이상이다.

글로벌 로봇 AI 데이터 전쟁… 목표는 100만 시간·연매출 150억 원


컨피그는 이번 투자금을 세 방향에 집중 투입한다. 첫째, 베트남과 서울의 데이터 수집 규모를 100만 시간까지 끌어올린다. 둘째, 기업용 플랫폼 사업의 연간 반복 매출(ARR)을 오는 2027년 말까지 1000만 달러(약 149억 원)로 성장시킨다.

셋째, 기업이 별도 하드웨어 없이 컨피그의 기초모델을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로봇(Robot-as-a-Service)' 상품을 출시한다.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공동창업자 잭 방은 현재 대형 제조사, 시스템 통합업체, 농업·방위산업체를 포함한 기업 고객들에게 이미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컨피그가 뛰어든 시장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1월, 로봇 AI 스타트업 스킬드 AI(Skild AI)는 소프트뱅크가 주도한 단일 투자 라운드에서 14억 달러(약 2조 913억 원)를 조달하며 기업가치가 140억 달러를 넘어섰다.

경쟁사로는 피지컬 인텔리전스(Physical Intelligence), 제너럴리스트 AI(Generalist AI), 스킬드 AI 등이 꼽힌다.

한국 정부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서 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해 9월 출범한 제조 AI 전환 민관 협력체 'M.AX 얼라이언스'를 통해 올해 5대 핵심 과제에 7000억 원을 투입한다.

이 중 AI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는 2030년까지 1000억 원 이상을 배정했다. 컨피그가 겨냥하는 시장 자체가 국가 정책 수준의 중대 의제로 격상되고 있는 셈이다.

로봇 AI에서 좋은 알고리즘보다 좋은 데이터가 먼저라는 명제는 업계에서 갈수록 공감대를 얻고 있다. 삼성·현대·LG·SK가 경쟁을 접고 컨피그 한 곳에 동시에 자금을 댄 사실은, 데이터 인프라 선점이 곧 미래 로봇 AI 생태계의 주도권과 직결된다는 이들의 판단을 반영한다.

컨피그가 내건 '로봇 AI의 TSMC' 목표가 현실이 될지는 100만 시간 데이터 달성과 서비스형 로봇 상품의 시장 검증이 갈림길이 될 것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