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중국 추격에 부품업계 직격탄… VDA "입지 위기 갈수록 심각"
EU 규제 유연화·기술 중립 확보 않으면 고용 회복 불가능
EU 규제 유연화·기술 중립 확보 않으면 고용 회복 불가능
이미지 확대보기업계 지형을 뒤흔드는 전기차 전환 압박과 중국산 저가 차량의 거센 공세 속에 독일 자동차산업 전체가 구조적 고용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13일(현지시각) 독일 매체 레닥치온스네츠베르크 도이칠란트(RND)에 배포한 인터뷰를 통해 이같은 고용 전망을 공개했다.
힐데가르트 뮐러 VDA 회장은 "최근 추산 결과 2035년까지 일자리 22만5000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 예상보다 3만5000개 많은 수치"라고 밝혔다.
부품업계가 먼저 무너진다
뮐러 VDA 회장은 특히 부품 공급업체가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목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부품 산업에서 다수의 일자리가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실제 고용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독일연방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3분기 산업별 고용 지표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 및 액세서리 제조업체의 일자리 감소율은 전년 동기 대비 11.1%로, 자동차 완제품 제조업체(-3.8%)를 크게 웃돌며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완성차 업체의 구조조정도 칼날이 서 있다. 폭스바겐은 기존에 노조와 합의했던 3만 5000명의 감원 규모에 1만5000명을 추가해 2030년까지 독일 내에서만 총 5만 명의 일자리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세계 1위 부품사 보쉬도 자동차 사업부에서 대규모 인력 감축에 착수했고, 콘티넨탈 역시 자동차 부문 직원 수천 명을 줄이기로 했다.
VDA의 별도 조사에서 설문 대상 기업의 72%가 독일 내 투자를 줄일 계획이며, 28%는 투자를 해외로 옮기겠다고 답했다. 124개 응답 기업 중 거의 3분의 2가 전년에 독일 내 인력을 이미 줄였고, 87%는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꼽았다.
"입지 위기가 근본 원인"… EU 정책 전환 요구
뮐러 VDA 회장은 일자리 감소의 근본 원인으로 독일과 유럽의 입지 조건 악화를 정면으로 지목했다. 높은 세율과 에너지 비용, 과도한 관료주의, 미국의 수입 관세 장벽까지 겹쳤다.
폭스바겐의 경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25% 자동차 수입 관세 여파로 지난해 북미 시장 인도량이 전년보다 12% 감소했다.
뮐러 회장은 독일 자동차산업의 일자리를 훨씬 더 많이 보존하려면 유럽연합(EU)의 정책 방향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 중립으로 가는 길목에서 유연성과 기술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럴 경우 독일에서 약 5만 개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35년 신차 내연기관 판매 금지라는 EU 규제의 유연화를 요구한 것이다. 독일 연방정부도 EU 집행위원회에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서한을 이미 제출했으며, 한델스블라트는 EU 집행위원회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전기차 전환 속도와 규제 방향이 결국 고용 위기의 폭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폭스바겐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전기차 전략의 실패,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에서의 급격한 몰락, 강력한 노조에 발목 잡힌 내부 구조 개혁 난항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위기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독일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는 영업이익 감소, 과잉 생산, 무역 장벽, 해외 시장 약세 등이 겹쳐 2026년에도 독일 자동차산업의 인력 감축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U와 독일 정부가 기술 중립 원칙을 정책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하느냐가 22만5000명의 일자리 가운데 얼마나 살아남을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