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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개방 확대" 천명…트럼프와 9년 만에 베이징 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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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개방 확대" 천명…트럼프와 9년 만에 베이징 담판

엔비디아·애플·테슬라 CEO 총출동…미중 무역·대만·AI 패권 동시 격돌
희토류·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 기대감에 아시아 증시 요동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경제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이 9년 만에 베이징에서 마주 앉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문은 세계를 향해 더 넓게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현지에서 생중계한 보도에 따르면, 두 정상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공식 회담을 마친 뒤 역사적 상징이 깃든 톈탄(天壇)공원을 함께 둘러봤다.

미국 측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팀 쿡 애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핵심 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하면서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닌 '경제 담판'으로서의 성격이 두드러졌다.

中 '개방' 시사…두 정상의 화해 제스처


시 주석은 이날 "중국과 미국의 공통 이익이 차이보다 크다"고 강조하며 경제 개방 확대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직후 "우리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아질 것"이라며 화답했다.

회담 뒤 두 정상이 찾은 톈탄공원은 15세기 명나라 때 건립된 황실 제천(祭天) 의식의 장소로, 중국 정치 정통성의 상징이다.

베이징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도 이곳을 방문했던 전례를 들어, 역사적 의전의 무게를 활용하는 외교적 연출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정상 간 대면 회담은 지난해 10월 한국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약 6개월 만이며, 베이징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기는 2017년 11월 이후 9년 만이다.

당시와 달라진 것은 협상 테이블의 무게추다. 트럼프 1기 때 베이징 회담에서 '황제 대접' 뒤 관세 철퇴를 맞은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느 때보다 강한 협상력을 과시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시장 안팎의 평가다.

이번 회담의 성격을 가늠하는 또 다른 변수는 기업인 사절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발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을 개방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며, 이는 양국 모두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방중단 합류가 특히 주목을 받았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대중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원 탑승 전 소셜미디어에 "젠슨 등과 함께 중국에 가게 되어 영광"이라며 "뛰어난 기업가들이 중국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시진핑 주석에게 나라를 개방해 달라고 부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희토류…'폭탄 의제'의 두 얼굴


두 정상이 악수를 나누는 사이, 협상 테이블 아래서는 훨씬 날카로운 신경전이 진행됐다. 시 주석은 이날 "대만은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못 박으며 미국이 잘못 다룰 경우 미중 관계에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패트리샤 김은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음 대만 무기 판매 패키지를 연기하거나 축소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 푸단대(復旦大) 국제문제연구원의 자오밍하오 교수는 "미중이 대만 무기 판매를 줄이는 대신 중국도 대만해협 군사 활동을 줄이는 '상호 자제' 형태의 합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역 전선에서는 희토류가 핵심 협상 카드로 떠올랐다. 양국이 지난해 10월 합의했던 미국의 관세 인하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유예 조치를 연장할지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전면적인 무역 합의보다는 추가 관세 인상 중단과 미국산 농산물·항공기 구매 확대 등 제한적 수준의 합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닐 토머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두 정상의 개인적 관계와 이번 방문 경험은 미중 관계 전반에 매우 중요하다"며 "양국 외교정책의 최종 결정권자가 두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번 회담 결과는 향후 관계의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금융시장·러시아 변수…셈법은 복잡하다


이날 중국 본토 증시에서 후강퉁·선강퉁 주요 지수인 CSI 300은 장중 저점에서 반등했지만 여전히 1% 안팎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대만을 최중요 현안으로 규정한 시 주석의 발언이 예상보다 강경하게 받아들여지면서 투자심리를 짓눌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안화는 소폭 변동 없이 보합세를 유지했다.

또 다른 복잡한 변수는 러시아다. 에어포스원이 베이징에 착륙하던 전날, 고위 러시아 관리들을 과거에 실어 날랐던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국적기 일류신(Ilyushin) 일-96-300(등록번호 RA-96019)이 베이징에 먼저 내렸다는 사실이 항공 추적 서비스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를 통해 확인됐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미국과 러시아 전용기가 같은 날 수도에 착륙한 배경을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중 준비와 연관된 것이라는 관측이 퍼졌다.

이번 회담은 표면적으로는 관세와 무역 갈등을 조율하는 자리이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공급망과 안보 질서, 중동 문제, AI 패권까지 한꺼번에 얽힌 '세계 질서 재협상'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외교·통상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압박을 이어가면서도 미국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동시에 챙기려 하고 있다"며 "미중 갈등이 군사·안보 영역에서 격화되더라도 경제 영역에서는 일정 수준의 공존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이 이번 회담 장면에서 다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소규모 차(茶) 대화와 오찬 회동을 마지막으로 귀국 일정에 오른다.

두 정상이 36시간에 걸쳐 이어가는 최소 6개의 공식 일정에서 무엇을 주고받느냐에 따라, 반도체·희토류·에너지 등 글로벌 공급망의 판도가 다시 한번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금융시장의 시선은 베이징에 고정돼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