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2000조 반도체 시대, TSMC '물량' vs 삼성 '구조' 전쟁
AI 추론용 칩 비중 55% 급증… 한국 소부장, '글로벌 멀티벤더' 전략 시급
AI 추론용 칩 비중 55% 급증… 한국 소부장, '글로벌 멀티벤더' 전략 시급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무게중심이 '미세 공정'에서 '첨단 패키징'으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AI 칩 생산의 병목 구간인 'CoWoS' 용량을 단기에 폭발적으로 증설하며 독주 체제 굳히기에 나섰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패키징을 하나로 묶는 '올인원(All-in-One)' 전략으로 TSMC가 가질 수 없는 구조적 차별화에 승부수를 던졌다.
타이페이타임스와 디지타임스는 지난 14일과 15일(현지시각) TSMC 기술 심포지엄을 인용해 "TSMC가 글로벌 AI 수요에 대응해 18개의 신규 팹을 건설 중이며, CoWoS 용량을 2022년부터 내년까지 연평균 90% 수준으로 가파르게 확대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TSMC의 '패키징 만리장성'… 초기 물량·수율 우위 확보
TSMC의 이번 CoWoS 증설은 단순한 설비투자를 넘어 대형 고객사를 묶어두는 '락인(Lock-in)' 전략의 결정판이다. 보르젠 티엔 TSMC 부사장은 "CoWoS 용량을 향후 몇 년간 공격적으로 확장해 AI 성능 향상의 핵심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2030년 '2000조 시장'… AI 추론이 판도 흔든다
TSMC는 2030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1조 5000억 달러(약 22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맥킨지(McKinsey) 등 주요 컨설팅 기관이 예측한 1조 달러(약 1493조 원) 수준을 웃도는 공격적 수치다. 특히 TSMC는 이 중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비중이 55%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주목할 변화는 'AI 학습'에서 'AI 추론'으로의 수요 이동이다. 2030년에는 실제 서비스 구현을 위한 추론용 칩이 시장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TSMC는 이에 맞춰 차세대 2나노(N2) 공정 양산을 서두르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한 '쿠프(COUPE)' 기술을 도입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의 반격, TSMC가 못하는 '메모리+파운드리' 통합
TSMC의 공세가 거세지만 시장은 단순하지 않다. 구글, 아마존, 메타 등 자체 칩을 설계하는 대형 기술기업(빅테크)들은 특정 업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멀티 벤더(다변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 지점이 삼성전자의 기회다.
국내 소부장 기업들 역시 삼성 의존도를 낮추고 TSMC의 글로벌 18개 신규 팹 공급망에 진입하는 '멀티 트랙' 전략이 요구된다.
투자자가 챙겨야 할 '4대 핵심 지표'
전문가들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다음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CoWoS 공급 병목 해소 속도다. 이는 GPU 출하량과 HBM 수요를 결정짓는 직접적인 선행지표다.
둘째, 삼성전자의 '턴키(Turn-key)' 수주 소식이다. 빅테크의 맞춤형 AI 칩 물량을 삼성이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반격의 척도다.
셋째, TSMC 2나노(N2) 초기 양산 수율이다. 2026년 양산 시점의 안정성이 TSMC 독점력의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넷째, HBM4 표준 주도권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 중 누가 먼저 차세대 HBM 규격에서 승기를 잡느냐에 따라 패키징 전쟁의 양상이 바뀐다.
2030년 2240조 시장의 승패는 '누가 더 많이 만드느냐'를 넘어, '누가 더 효율적인 반도체 구조를 제안하느냐'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