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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쟁' 저자 크리스 밀러 "日 라피더스, AI 훈풍 탔지만 TSMC 벽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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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쟁' 저자 크리스 밀러 "日 라피더스, AI 훈풍 탔지만 TSMC 벽 넘어야"

베스트셀러 '반도체 전쟁' 저자 크리스 밀러, 일본의 국가 주도 반도체 부활 전략 진단
TSMC 구마모토 공장 안착은 낙관적… 보조금 투입 이후 민간 주도 혁신 전환이 성패 좌우
라피더스의 최첨단 칩 시장 진입은 AI 수요 폭발로 '최적기'이나, 강력한 경쟁자 TSMC 극복이 과제
일본 라피더스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라피더스 로고. 사진=로이터
스마트폰부터 군사 무기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명운을 쥐고 있는 반도체 패권 경쟁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반도체 전쟁(Chip War)』의 저자 크리스 밀러(Chris Miller) 교수가 일본의 반도체 부활 전략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을 내놨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그는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TSMC를 구마모토에 유치하고 최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라피더스(Rapidus)를 설립한 일본 정부의 행보에 대해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한다'고 평가했다.

국가 주도 반도체 전략의 한계… "결국 민간이 끌고 가야"


밀러 교수는 일본 현지 매체 다이아몬드사와의 20일 인터뷰서 일본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정책에 대해 "현재 국가 주도 전략을 펴는 곳은 일본뿐만이 아니며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주요 경제국들이 모두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운을 뗐다. 특히 중국의 막대한 보조금 규모를 고려할 때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정부의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다만 그는 국가 주도의 산업 정책이 가지는 태생적인 리스크를 경고했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산업 전략들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지만 이후 신속하게 민간 부문의 수요가 기업 활동과 혁신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밀러 교수는 "일본 산업 정책의 다음 과제는 정부의 지원이 민간 부문으로 확실하게 인계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향후 몇 년간의 행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TSMC 구마모토는 '순항' 예상… 일본의 진짜 도박은 '라피더스'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구마모토 TSMC 공장과 라피더스의 성공 확률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밀러 교수는 "TSMC는 공장을 건설하고 수익을 내며 운영하는 노하우를 정확히 알고 있는 기업"이라며 TSMC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원과 공장 운영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일본이 보다 큰 판돈을 걸고 있는 진짜 승부처는 2나노미터(nm) 이하 최첨단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는 '라피더스'라고 지목하며, 라피더스가 직면한 '거대한 기회'와 '거대한 리스크'를 각각 분석했다.

AI 반도체 품귀는 '천재일우' 기회… 극복 과제는 'TSMC'


밀러 교수가 꼽은 라피더스의 가장 큰 기회는 전례 없는 '시장 환경'이다. 그는 "라피더스가 생산을 계획하고 있는 하이엔드 반도체 칩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품절 상태"라며 "TSMC와 삼성전자 모두 생산 능력이 부족하고, 미국의 인텔은 제조 체제 재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AI) 열풍이 견인하는 폭발적인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지금이야말로 하이엔드 칩 시장에 진입하기에 더없이 좋은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반면,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로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이 적극 유치한 'TSMC'와의 직접적인 경쟁을 꼽았다. 밀러 교수는 "TSMC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경쟁자이며, 세계 최대의 테크 기업들이 가장 핵심적인 칩 생산을 TSMC에 맡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라피더스는 AI 수요 폭발이라는 완벽한 시장 환경을 맞이했으나, TSMC라는 거대한 벽과 경쟁해야 하는 험난한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것이 밀러 교수의 분석이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