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청약 100조 원 몰렸지만 배정 '0'…남은 방법은 직접 매수·ETF
상장 첫날 5억 주 거래, 페이스북 IPO에 맞먹는 역대급 거래량
상장 첫날 5억 주 거래, 페이스북 IPO에 맞먹는 역대급 거래량
이미지 확대보기100조 원이 넘는 국내 개인 투자자 청약 자금이 몰렸지만 배정된 주식은 단 한 주도 없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나스닥에 티커명 'SPCX'로 데뷔한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 얘기다.
공모가 135달러에서 시작한 주가는 첫날 30%까지 치솟았다가 19.2% 오른 160.95달러(약 24만 원)에 마감했고, 이후 거래에서 192달러(약 29만원)대까지 올라섰다.
공모가 대비 이미 42% 넘게 오른 지금, 뒤늦게 올라탄 투자자들은 이 주가가 정당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이번 공모로 조달한 자금은 750억 달러(약 113조 원)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290억 달러(약 43조 원)를 훌쩍 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서학개미는 왜 한 주도 못 받았나
전 세계 개인 투자자 청약 규모는 1000억 달러(약 151조 원)를 넘어섰다. 공모 물량의 30%를 개인에게 배정하는 구조였지만, 국내 투자자들에게 돌아온 몫은 없었다.
미래에셋증권이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사모 청약을 진행했을 뿐, 일반 투자자는 참여 자체가 불가능했다. 기관 수요만 놓고 봐도 목표의 4배가 넘는 2500억 달러(약 378조 원)가 몰려 경쟁률이 치열했다.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다. 나스닥에서 SPCX 주식을 직접 매수하거나, 미국과 국내에 상장된 우주·항공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방법이다. 키움·미래에셋·삼성증권 등 미국 주식 거래가 되는 국내 증권사에서 환전 후 'SPCX'를 검색해 일반 미국 주식처럼 주문하면 된다.
다만 증권가 안팎에서는 뒤늦은 진입에 신중론이 나온다. 투자서 '라이프사이클 트레이드(The Lifecycle Trade)'의 공동 저자 캐시 도넬리는 "다수의 기업공개 종목이 상장 첫날 급등 후 수주 안에 최초 거래일 저가 아래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분할 접근을 권고했다.
영국 베이즈 비즈니스스쿨의 파울리나 로슈코프스카 재무학 강사는 CNBC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현금흐름"이라며 "수십억 달러 투자를 요구한다면 시적인 미래 비전이 아닌 구체적 사업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조 달러 시총의 실체…"AI 회사에 로켓은 부업"
상장 첫날 5억 주 이상이 거래됐다. 2012년 페이스북 상장 당시 약 5억 8000만 주에 육박하는 역대급 거래량이다. 시가총액은 2조 달러(약 3022조 원)를 넘어서며 대만 TSMC를 제치고 세계 6위 상장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이 과정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개인 자산은 1조 500억 달러(약 1587조 원)로 불어나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조만장자(trillionaire)' 반열에 올랐다. 이는 스위스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규모다.
그렇다면 시장은 왜 이 회사에 2조 달러짜리 가치표를 붙였나. 스페이스X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투자설명서(S-1) 11쪽에 제시한 전체 시장 규모 도표가 그 답을 압축한다.
총 28조 5000억 달러(약 4경 3083조 원)의 잠재 시장 가운데 93%인 26조 5000억 달러(약 4경 60조 원)가 AI 분야로 분류됐다. 로켓과 위성이 본업인 회사가 공개 문서에서 자신을 AI 기업으로 정의한 셈이다.
ABC는 이를 두고 "스페이스X는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AI 관련 기업들이 창출한 약 20조 달러(약 3경 234조 원)의 새로운 시장 가치에 올라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재무 성적표는 엇갈린다.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33% 늘어난 187억 달러(약 28조 원)였지만 순손실은 49억 달러(약 7조 원)였다. 스타십 개발비와 xAI 합병 비용이 수익성을 짓눌렀다.
사업부별로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만 흑자다. 스타링크는 2025년 매출 114억 달러(약 17조 원)에 영업이익 44억 달러(약 6조 6536억 원)를 기록했다. 가입자는 올해 1분기 기준 1030만 명으로 늘었다. 머스크는 상장 전 로드쇼에서 "스페이스X는 2015년부터 현금흐름 흑자였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스타링크가 나머지 사업의 적자를 메우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목표주가 63달러" vs "227달러"…지금 매수, 근거는 무엇인가
시장의 온도차는 극단적이다. 주관사인 골드만삭스 분석팀은 2030년 스페이스X 총매출이 4740억 달러(약 716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5년 대비 25배 넘는 수치다.
특히 데이터센터 매출이 32억 달러에서 3220억 달러로 100배 성장한다는 전제가 핵심이다. 아크인베스트(ARK Invest)도 스타십 상업화와 스타링크 가입자 급증을 근거로 강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뉴스트리트 리서치는 목표주가 165달러, 오펜하이머는 190달러를 각각 제시했다.
반대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모닝스타는 스페이스X의 주당 적정가치를 63달러로 추산하며 "현재 주가가 심각하게 고평가됐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머스크를 "인간 폰지 사기"라고 표현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4일(현지시각) 기고문에서 머스크의 언행을 비판하며 투자 리스크를 경고했다.
ABC는 "회사의 가치평가 지표는 이 상장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19개 주관사가 나눠 가진 수수료 5억 달러(약 7562억 원)가 월가의 설득력을 대변한다"고 꼬집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각각 1억 달러(약 1512억 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IPO 이후 OpenAI, Anthropic 등 대형 AI 기업의 상장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기업 가운데 한미반도체가 상장 직전 500억 원 규모의 스페이스X 지분 투자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이끄는 국제조세관측소는 이번 상장으로 수천 명의 신규 억만장자가 탄생하는 것을 계기로 "억만장자 자산에 연 2%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머스크가 한 해에 내야 할 세금은 300억 달러(약 45조 원)에 달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