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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없어 못 판다" 삼성·SK하이닉스 비상… 중국 낸드·DRAM 역습에 흔들리는 시장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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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없어 못 판다" 삼성·SK하이닉스 비상… 중국 낸드·DRAM 역습에 흔들리는 시장 전말

빅테크 HBM 싹쓸이로 고성능 칩값 급등, '아이폰18 프로' 최대 270달러 인상 압박
中 CXMT·YMTC, 글로벌 3사 빈틈 노려 일부 PC 공급망 제한적 진입
인공지능(AI) 서버의 메모리 독식이 IT 하드웨어 전반의 가격 상승을 촉발하며 글로벌 공급망 판도를 흔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서버의 메모리 독식이 IT 하드웨어 전반의 가격 상승을 촉발하며 글로벌 공급망 판도를 흔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서버의 메모리 독식이 IT 하드웨어 전반의 가격 상승을 촉발하며 글로벌 공급망 판도를 흔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현지시각)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빅테크의 설비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 가격이 최근 1년 새 가파르게 뛰었다고 보도했다. 팀 쿡 CEO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태라며,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고성능 메모리 탑재 비중이 확대될 경우 차기 아이폰18 프로 모델의 제조원가 부담이 커져 소비자 가격이 최대 270달러(41만 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시사했다.

모건스탠리는 하이엔드 메모리의 공급 부족 여파로 인해 올해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PC) 가격이 평균 15% 안팎 상승할 것으로 추산한다.

AI 서버가 삼킨 메모리, 아이폰·PC 가격 도미노 인상 유발

칩 공급난은 애플의 오랜 가격 통제력마저 무너뜨렸다. 애플은 과거 압도적인 구매력을 활용해 부품사들의 단가를 인하하며 높은 마진을 유지했으나, 현재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거대한 자금력으로 HBM과 고성능 DRAM 물량을 선점하면서 수급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빅테크 기업들은 3~5년 장기 계약과 대규모 선급금을 무기로 공급망을 장악한 상태다. 팀 쿡 CEO"40년 넘게 전자 제품 공급망을 지켜봤지만 최근과 같은 원자재 가격 변동은 본 적이 없다"'100년 만의 대홍수'로 규정했다. 애플은 자사 현금 자산을 투입해 메모리 생산 역량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나, 자체 공장을 건설하는 방식은 배제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 3사가 고부가 칩에 집중한 사이, CXMT·YMTC 범용 시장 잠식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3사가 수익성이 높은 HBM 공정으로 웨이퍼 할당을 늘리자 소비자용 범용 반도체 시장에 빈틈이 발생했다.

한국 선두 기업을 포함한 주요 제조사 기준 DRAM HBM 매출 비중이 20% 선에 근접하면서, 모건스탠리는 고부가 AI 메모리 증산 영향으로 글로벌 주요 제조사의 소비자용 범용 웨이퍼 공급량이 수요 대비 약 15% 부족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기회를 노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공백을 파고들고 있다. 대만 반도체 설계기업 실리콘모션의 넬슨 두안 부사장은 "해외 공급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데이터센터로 향할 때, 중국 기업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내수 및 범용 시장 안정화에 집중하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과적으로 메모리 산업은 '첨단(HBM) 공급 부족''범용 공급 공백'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 구조에 진입했다.

DUV 공정 한계 뚫은 중국 DDR5, 엔트리 라인 중심 제한적 진입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이 차단된 CXMT는 구형인 심자외선(DUV) 장비를 활용해 16나노(G4) 기반 DDR5와 저전력 LPDDR5X 메모리를 양산하며 기술적 임계점을 확인했다.

이 중국산 칩은 고성능 메모리 브랜드인 커세어(Corsair)의 벤전스(Vengeance) 라인업 일부 제품군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PC 시장의 양대 거두인 휴렛팩커드(HP)와 델(Dell) 역시 멀티벤더 전략의 일환으로 품질 검증 단계를 거쳐 엔트리 및 중급 완제품 라인업에 CXMT 칩을 제한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다만 증권가 및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산 칩이 양산에는 성공했으나 EUV 부재로 인한 원가 구조의 태생적 한계가 명확하며, 전력 효율과 발열 제어, 장기 신뢰성(Enterprise 기준) 측면에서는 여전히 선두 그룹과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팀 쿡 CEO 역시 중국산 메모리 채택 및 규제 완화 가능성에 대해 "모든 공급망을 검토해야 하며 모든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어야 한다"고 언급하며 여지를 남겼다.

글로벌 반도체 치킨게임 2, 한국 메모리 산업의 명암과 과제


한국 반도체 산업은 HBM이 이끄는 역사적인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누리는 동시에, 중저가 범용 시장의 점유율 이탈이라는 해법을 풀어야 한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후행 시장인 범용 DRAM을 장악하는 장기 전략을 펴고 있지만, 미세화 공정 한계로 인한 수율 및 고정비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차세대 HBM 주도권을 지키면서 범용 제품의 고부가 전환 속도를 조절한다면 타격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관점에서 'HBM 사이클'은 짧고 강하게 고점을 찍는 반면, '범용 DRAM 사이클'은 길고 둔하게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한국은 전자의 폭발력에, 중국은 후자의 잔여 시장 장악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반도체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리스크 관리를 위해 다음 두 가지 지표를 명확히 추적해야 한다.

첫째,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 집행 추이를 확인해야 한다. AI 서버용 HBM 수요의 지속성을 가늠하고 고부가 시장의 둔화 여부를 판단하는 선행 지표이기 때문이다.

둘째, 국내 제조사의 범용 레거시 공정 가동률 및 제품 믹스 전략을 주시해야 한다. 중국의 추격에 맞서 범용 디램의 가격 방어와 고부가 전환 속도를 조절하는 핵심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HBM4 주도권 확보 여부와 범용 시장 방어 전략이 한국 경제의 핵심 지표가 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