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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대지진 나흘째, 사망 1430명·실종 5만50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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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대지진 나흘째, 사망 1430명·실종 5만5000명

72시간 골든타임 넘겼지만 구조대 "생존자 추가 발견"… 미국, 추가 수억 달러 지원 임박
2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의 무너진 건물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의 무너진 건물들. 사진=연합뉴스
지진 발생 나흘째에 접어든 베네수엘라에서 공식 사망자가 1430명을 넘어선 가운데, 미국 구조대가 추가 생존자를 발견하며 수색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생존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는 72시간을 넘겼음에도 국제 구조대는 "기적 생환은 계속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잔해 제거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CNN·로이터·BBC·ABC뉴스 등 주요 외신이 27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한 데 따르면,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은 이날 국영방송 연설을 통해 사망자 1430명, 부상자 3238명, 이재민 가족 3142가구를 공식 확인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지난 123년간 이 나라가 겪은 가장 참혹한 재난"이라고 규정했다. 야권이 운영하는 실종자 접수 사이트에는 5만 5000명 이상의 신고가 밀려든 상태다.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는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최대 676만 명이 피해를 입었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 구조대 생존자 발견… 추가 지원 패키지 예고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27일 ABC뉴스에 "미국 구조대가 지난 몇 시간 안에 생존자를 찾아냈으며, 앞으로 며칠간 현장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온 80명 규모 구조팀 2개에 더해, 마이애미-데이드 소방구조대 80명이 추가 투입됐다. 이는 10년 넘게 이어진 주요 팀 외 국무부 도시수색구조(USAR) 팀 파견으로는 이례적인 규모다.

미국은 이미 약속한 1억 5000만 달러(약 2303억 원)에 더해 추가로 1억 달러(약 1535억 원) 이상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함께 이동식 병원과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단말기 추가 공급도 추진 중이다. 공항 활주로 한 곳이 27일 오전 재개통되면서 물자 수송에 숨통이 트였다. 미군 상륙수송함 USS 포트로더데일(LPD-28)도 라과이라 인근 해상에 전개해 추가 해상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26일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과 직접 통화하고 지원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1월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 과도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이번 구조 지원은 지정학적 측면에서도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든타임 넘겼지만 "100시간 생환도 있다"


영국 재난구조단체 사라이드(Saraid)의 공학자 조시 마카부아그는 BBC에 "72시간이라는 기준은 절대적인 마감이 아니다"라며 "생존율이 시간에 따라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것이지 뚝 끊기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당시 100시간이 훌쩍 지난 뒤 마지막 생존자를 구출한 경험을 언급하며 수색 중단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잔해 속에서 신생아가 구조되는 장면이 중계되며 생존 희망이 이어지고 있다.

최악의 피해 지역인 라과이라 주에서는 17층 주거 건물 여러 동이 흔적도 없이 무너졌다. 위성사진으로는 마쿠토 해변 일대 호텔과 고층 아파트가 폐허로 변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진 발생 이후 430차례가 넘는 여진이 이어지면서 중장비 투입과 구조 작업에 심각한 지장을 주고 있다. 라과이라 일대 전력 공급은 60%까지 복구됐으나 나머지 40%는 산악 지대 송전 시설 손상으로 복구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

정부 대응 불신 속 국제 사회 결집


국제 구조 지원도 빠르게 집결하고 있다. 21개국 2242명의 구조대원과 수색견 96마리를 포함한 국제 지원단이 이미 현지에 도착했으며, 멕시코·스위스·프랑스·스페인·에콰도르·칠레·콜롬비아 등 17편의 항공편을 통해 1600명 이상이 투입됐다.

교황 레오 14세는 27일 로마에서 희생자 가족과 구조 요원을 위한 기도를 올리며 국제 사회의 연대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BBC 현지 취재진은 라과이라에서 "정부 구조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주민들의 원성을 전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맨손으로 콘크리트 잔해를 헤치며 실종 가족을 찾고 있다.

임시 대통령 로드리게스는 마두로 정권 아래 부통령을 지낸 인물로, 이번 재난 대응의 성패가 정치적 신뢰 회복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규모 7.5 본진의 경우 사망자가 1만~10만 명에 달할 확률이 43%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있어, 공식 집계와 실제 피해 사이의 간극이 앞으로도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