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쏠림에 일반 메모리 품귀 심화… 애플·MS 제품가 도미노 인상
레노버 "2030년 고가 새 정상" 경고… 공급망 소외된 중소업체 한계 봉착
레노버 "2030년 고가 새 정상" 경고… 공급망 소외된 중소업체 한계 봉착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투자로 촉발된 고대역폭메모(HBM) 생산 쏠림이 범용 동적무작위접근메모리(DRAM) 공급망을 직접 압박하기 시작했다.
미국 CNBC와 테크레이더는 빅테크 기업들이 메모리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넘기기 시작했으며, 공급망에서 소외된 중소 제조업체는 생존을 위협받는 극심한 원가 충격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대기업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지만, 완제품 전자산업 전반은 완제품 수익성 붕괴와 마진 압박이라는 거대한 그늘에 가해졌다.
AI가 삼킨 반도체 공장, 범용 DRAM 공급망 옥죄다
실제 네트워킹 장비 제조사인 모노 테크놀로지스는 마이크론에서 공급받는 8기가바이트(GB) DRAM 가격이 개발 초기 35달러(약 5만 3700원)에서 최근 300달러(약 46만 원)로 뛰어올랐다. 다만 이는 특정 산업용 수요 사례로, 전체 시장 평균 가격 상승률보다 변동성이 큰 사례다. 현재 범용 DRAM 전반도 분기마다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HBM은 기본적으로 표준 DRAM과 동일한 웨이퍼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제조사들의 생산라인 전환이 곧바로 범용 DRAM의 공급 감소로 직결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DRAM 웨이퍼 생산량 중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에서 25%까지 치솟았다.
일반 DDR5나 저전력(LPDDR) 메모리를 만들어야 할 공장이 AI 칩용 HBM 제조에 동원되면서 소형 업체들은 자금력과 구매력이 부족해 공급망 후순위로 밀려나며 부품 확보조차 불가능한 처지다.
IDC의 나빌라 포팔 연구원은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대형 고객사 주문만 소화하고 있다"라며 "100달러(약 15만 3580원) 미만 저가 기기를 만드는 지역 업체와 중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실존 위기에 처했다"라고 진단했다.
완제품 수익성 붕괴 신호… 애플·MS마저 가격 인상 단행
반도체 공급사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마이크론은 최근 분기 매출이 4배 이상 늘었고 매출총이익률은 지난해 39%에서 85%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삼성을 포함한 메모리 3사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수급 불균형의 대가는 고스란히 완제품 기업과 소비자가 짊어졌다.
애플은 맥과 아이패드 가격을 기습 인상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메모리 부족 사태를 '100년 만의 홍수'라 부르며 부품값 상승 폭이 전례 없는 수준이라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엑스박스 시리즈 S 가격을 100달러 올렸다. MS 측은 콘솔 메모리 가격이 이미 2.5배 이상 올랐으며 오는 2027년 가을까지 또 두 배 뛸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은 '부품 가격 상승 → 완제품 가격 인상 → 소비자 수요 위축 → 출하 감소'로 이어지는 수익성 붕괴 메커니즘을 경계한다.
액션카메라 제조사 고프로는 메모리 비용이 최대 115% 치솟자 사업 지속이 어렵다는 경고를 공시했다. 스피커 제조사 소노스도 마진 압박으로 올해 주가가 23% 폭락했다. 방위산업용 통신 장비를 만드는 W5 테크놀로지스는 서버 구매 비용이 5373달러(약 825만 원)에서 1만 5000달러(약 2300만 원)로 세 배 가까이 뛰고 인도 시기마저 석 달 이상 밀리자 중고 부품을 대안으로 검토 중이다.
"2030년대까지 고가 지속"…새로운 정상 상태 돌입
테크레이더에 따르면 레노버는 독일에서 열린 고성능컴퓨팅 학술대회(ISC 2026)에서 반도체 제조사들이 설비 투자를 늘리는 오는 2028년 이후에도 메모리 가격이 과거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레노버 측은 오는 2030년대부터 이전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에서 고착하는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 올 것으로 공식 전망했다.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부품 대기업에는 단기 호재나 역설적으로 국내 중소 정보통신(IT) 기기 제조 생태계의 고사를 부르는 양날의 검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HBM 생산라인 증설이 일반 디램 공급을 위축시키는 구조적 병목은 단기간에 풀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부품 수출 호황의 이면에 국내외 완제품 제조업의 기초 체력이 약화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메모리 업체의 역대급 호황이 장기적으로는 IT 세트 수요 기반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밸류에이션 부담 요인으로도 해석된다. 과거 메모리 업황이 '수요 회복 중심의 순환 사이클'이었다면, 이번 국면은 'AI가 수요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비가역적 변화'에 가깝다.
이번 메모리 가격 급등은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AI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는 반도체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탄이다. 범용 IT 생태계 축소와 부품 가격의 장기적 고착화에 대비한 완제품 진영의 근본적인 공급망 재편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