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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국가 자부심 추락…민주주의 불신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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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국가 자부심 추락…민주주의 불신 커졌다

갤럽 “미국인 자랑스럽다” 53%, 2001년 이후 최저
AP-NORC 조사서 역사·군대·민주주의 평가도 동반 하락
미국인의 역사·민주주의·군대에 대한 자부심이 낮아지고, 미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응답도 200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인의 역사·민주주의·군대에 대한 자부심이 낮아지고, 미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응답도 200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챗GPT

미국인의 국가 자부심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역사와 민주주의 운영 방식, 군대와 국제적 영향력에 대한 긍정 평가가 지난 10년 사이 줄었고 미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응답도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AP통신은 AP-NORC 공공문제연구센터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인의 국가 자부심이 여러 핵심 항목에서 하락했다고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미국이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장기 충돌을 벌이던 지난 4월 실시됐다.

별도로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도 미국 성인 가운데 자신이 미국인이라는 점을 “매우” 또는 “상당히”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응답은 53%에 그쳤다. 이는 갤럽이 2001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 민주주의 자부심 42%에서 28%로


AP-NORC 조사에 따르면 미국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매우” 또는 “상당히” 자랑스럽다고 답한 미국인은 28%였다. 2017년 42%에서 14%포인트 낮아졌다.

미국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도 같은 기간 14%포인트 하락했다. 군대에 대한 자부심은 19%포인트 떨어졌다. 미국의 국제적 정치 영향력에 대한 긍정 평가도 낮아졌다.

하락세는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 두드러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인플레이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한 반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강경한 이민·대외정책이 이어지는 동안 민주당 지지층의 국가 인식이 더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국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곧 미국인 정체성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AP-NORC 조사에서 다수의 미국인은 여전히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자신의 정체성에 “매우” 또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답했다. 미국이라는 나라와의 연결감은 남아 있지만, 정부 운영과 국가의 현재 방향에 대해서는 불만이 커진 셈이다.

◇ 민주당·무당층 자부심 급락


갤럽 조사에서는 정당별 차이가 더 뚜렷했다. 자신이 미국인이라는 점을 “매우 자랑스럽다”고 답한 비율은 공화당 지지층에서 70%였다. 반면 무당층은 28%, 민주당 지지층은 14%에 그쳤다.

공화당 지지층은 군대에 대한 자부심도 높았다. AP-NORC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 10명 가운데 9명가량은 미국 군대를 “매우” 또는 “상당히”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답했다. 미국 성인 전체에서는 이 비율이 10명 중 6명 수준이었다.

이는 미국의 애국심이 점점 정치 성향과 결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군대와 국기, 국가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한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미국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에 대한 불만이 국가 자부심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AP는 “미국인의 국가 자부심 하락은 단순한 일시적 정치 반응이라기보다 지난 10년간 이어진 혼란의 결과”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팬데믹, 물가 급등,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반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모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 젊은층일수록 미국인 정체성 약해


세대별 차이도 컸다. 이번 조사에서 60세 이상 미국인의 약 4분의 3은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자신의 정체성에 매우 중요하거나 상당히 중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30세 미만 성인에서는 이 비율이 약 3분의 1에 그쳤다. 젊은층일수록 국가 정체성을 자신을 설명하는 핵심 요소로 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는 뜻이다.

이같은 흐름은 미국 사회의 세대 갈등과도 맞물린다는 지적이다. 젊은층은 기후변화, 인종 문제, 경제 불평등, 학자금 부담, 주거비 상승 등에서 기존 정치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크다. 이들은 미국의 자유와 기회라는 전통적 서사보다 현실의 불평등과 제도 불신을 더 강하게 체감하는 세대로 평가된다.

반대로 고령층은 냉전과 9·11 테러 이후의 애국주의, 군 복무와 국가 상징에 대한 경험을 더 많이 공유한다. 이런 경험 차이가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의 중요도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흑인·히스패닉은 인종 정체성 비중 커


인종과 민족에 따른 정체성 차이도 나타났다. AP-NORC 조사에서 흑인 응답자의 73%는 자신의 인종이나 민족이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 “매우” 또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중요하게 본 비율보다 높았다.

히스패닉계 미국인 가운데서도 약 절반이 인종이나 민족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답했다. 백인 응답자에서는 이 비율이 22%에 그쳤다.

흑인과 히스패닉계 응답자는 가족의 조상이나 출신 국가가 개인 정체성에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도 백인보다 높았다. 미국 사회 안에서 인종과 출신 배경이 개인의 경험을 크게 좌우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 건국 250주년 앞두고 드러난 균열


이번 조사는 미국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미국은 2026년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아 각종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미국인들이 같은 나라를 바라보는 방식이 정치 성향과 세대, 인종에 따라 크게 갈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애국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많은 미국인은 여전히 미국의 자유와 가능성, 지난 250년간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동시에 민주주의 운영 방식과 정치 양극화, 역사적 불평등, 군사 개입, 국제적 영향력에 대해서는 더 비판적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인 자부심 하락은 단순한 감정 변화가 아니라 미국 사회의 신뢰 위기와 맞닿아 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국가가 모든 시민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지, 미국이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질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