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자 야나이 다다시의 ‘가성비·라이프웨어’ 철학, 북미·유럽서 만개
2021년 이후 서방 매출 3배 폭증… 화학 거두 토레이와 ‘HBC형 나노 섬유’ 독점 동맹 주효
연간 800개 디자인만 집중하는 ‘규모의 경제’… 향후 1조 엔 메가 시장 확정
2021년 이후 서방 매출 3배 폭증… 화학 거두 토레이와 ‘HBC형 나노 섬유’ 독점 동맹 주효
연간 800개 디자인만 집중하는 ‘규모의 경제’… 향후 1조 엔 메가 시장 확정
이미지 확대보기패스트 패션의 일회성 소비재에 신음하던 서방 소비자들이 유니클로의 미니멀리즘과 하이테크 소재 생태계로 대거 자본을 이동하면서, 유니클로는 스웨덴의 H&M을 바짝 추격하는 것은 물론 세계 최대 오프라인 패션 거두인 자라(Zara)의 모회사 인디텍스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1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심층 분석 보도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모기업인 패스트 리테일링(Fast Retailing)은 올해 연간 총매출 예상치를 3조 9,000억 엔(약 37조 2,000억 원)으로 상향 모델링했다.
특히 한때 일본계 브랜드의 무덤으로 불리던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의 매출이 지난 2021년 이후 무려 3배 이상 폭증했으며, 이 지역의 핵심 장부 지표인 재구매 고객 비율은 최근 4년 사이 40%에서 60%로 가쁘게 수직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알고리즘의 싸구려 옷에 지쳤다”... 자라의 ‘다품종’ 무력화한 유니클로의 ‘규모의 경제’
유니클로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부문 사장인 존 제이(John Jay)는 “소비자들이 저급 원단으로 만든 값싼 일회용 의류를 뿜어내는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 뭉치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품질과 타협하지 않는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LifeWear)’ 철학이 전 세계의 시대정신과 완벽히 부합했다”고 진단했다.
유니클로의 생존 전술은 자라나 중국계 초저가 온라인 공룡 쉬인(Shein·지난해 매출 400억 달러)의 매커니즘과 정반대 궤도를 달린다. 자라가 매년 수천 개의 카피캣 디자인을 쏟아내고 쉬인이 매일 수천 개의 신상을 출하할 때, 유니클로는 연간 단 800개의 필수 기본 디자인만 출시하며 이 중 절반만 6개월 주기로 갱신한다.
이처럼 극도로 고도로 압축된 제품 라인업 덕분에 단일 티셔츠나 플리스 디자인을 전 세계에 수백만 장씩 찍어내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졌고, 이는 원자재 조달 및 염색 단가의 가혹한 비용 절감 방어벽으로 직결됐다.
골드만삭스의 쇼 카와노 애널리스트는 “기본 아이템 시장에서 유니클로가 구축한 방어적 해자는 난공불락의 수준”이라며 “경쟁사들이 이 정도의 단가와 품질 균형을 따라잡으려면 천문학적인 장부상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확정 분석했다.
첨단 화학 거두 토레이와의 26년 밀월… ‘히트텍 15억 벌’ 뿜어낸 나노 테크놀로지
토레이는 신체의 미세 수분을 흡수해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네 가지 합성 섬유 스택을 수직 조율해 유니클로의 상징인 ‘히트텍(Heattech)’을 탄생시켰으며, 2003년 출시 이후 전 세계에 무려 15억 벌의 히트텍 자산을 수송·판매했다. 이어 통기성을 극대화한 ‘에어리즘(AIRism)’과 경량 패딩의 표준이 된 ‘울트라 라이트 다운’을 연이어 출하했다.
현재 양사는 섬유의 단면 구조를 나노 단위로 미세 제어하는 ‘나노디자인(NANODESIGN)’ 공정을 가동, 전문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의 반값 수준인 50달러짜리 고성능 경량 파카를 뿜어내고 있다.
토레이의 오카와 토모히사 대표는 “제조업체와 소매업체가 이토록 정교한 상호 이해와 다개년 공급망 동맹을 구축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 유니클로가 유일무이하다”고 전했다.
서방 징크스 깨고 각 지역 1조 엔 목표… 중국 공급망 안보 족쇄는 극복 과제
유니클로는 향후 5년 내에 북미와 유럽 등 각 주요 거점 지역에서만 일본 본국 시장과 맞먹는 연간 1조 엔(약 9조 5,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메가 청사진을 전개 중이다.
런던, 뉴욕 등 핵심 대도시를 넘어 미국의 애너폴리스, 유럽의 오버하우젠 등 지방 중소 도시까지 영토를 넓히며 매년 40개의 신규 오프라인 매장을 기습 출점하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 자본 수송도 가속해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더러를 영입하고 LA 다저스 스타디움의 잔디밭 후원 계약을 맺는 등 현지 브랜드 충성도를 견고히 다잡는 중이다.
다만 장기 성장을 저해할 글로벌 위험 요인과 딜레마도 만만치 않다. 유니클로의 전체 온라인 판매 비중은 15% 수준에 그쳐 자라(26%)나 H&M(30%)에 비해 디지털 전환 속도가 뒤처져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한, 흰색 티셔츠를 사면 다음에는 검은색 티셔츠를 사는 유니클로 비즈니스 특성상, 소비자들이 2~3년 후 제품의 단조로움에 지루함을 느끼고 이탈할 수 있다는 패션계 고유의 족쇄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인권 단체들이 제기한 중국 신장 지역 면화 조달 의혹과 관련해, 공급망 안보 리스크를 헤지하는 과정에서 거대 마진 기지인 중국 현지 소비자들의 국수주의적 반발 방어벽을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야나이 다다시는 단 한 명뿐”... 77세 거두의 후계 구도 안개 속
유니클로의 세계 정복 시나리오의 가장 거대한 아킬레스건은 ‘내부 리더십의 전환’에 있다. 1991년 매장이 23개뿐이던 시절 “의류 업계의 맥도날드가 되겠다”고 선언하며 관료주의를 박멸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가혹한 청산 철학을 유지해 온 창립자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현재 77세의 고령이다.
야나이 회장은 지난 2023년 유니클로 사장직을 츠카고시 다이스케에게 승계하고 두 아들에게 지배구조 방어벽 관리를 맡겼으나, 여전히 최종 지휘권을 내려놓지 않은 채 명확한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아 지배구조의 안개 정국을 심화시키고 있다.
전 임원인 타마츠카 겐이치는 “유니클로의 가장 큰 위험은 내부적 혼란이며, 야나이의 비전이 차세대 리더들에게 얼마나 스며들 수 있느냐가 생사를 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니클로의 R&D 수장인 카츠타 유키히로 역시 “야나이 회장 같은 파괴적 혁신가는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내부의 깊은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
서방 보호무역주의 관세 전쟁의 포화와 패스트 패션의 퇴조 구도 속에서, 독보적인 나노 섬유 기술력과 디플레이션 가성비 전술을 결합해 글로벌 패션 왕좌를 찬탈하려는 유니클로의 거대한 영토 확장 드라마와 리더십 승계 시나리오는 하반기 글로벌 유통 산업 지형을 뒤흔들 가장 뜨거운 거시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