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타미나, 원료 확보·기술 개발·정책 지원 추진…동남아 항공 탈탄소 시장 겨냥
이미지 확대보기인도네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르타미나가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과 지속가능항공유(SAF)의 생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협력에 나섰다.
항공 부문 탄소 배출을 줄이고 폐식용유와 폐기물 기반 원료를 활용한 새 연료 산업을 키우려는 인도네시아의 전략과 보잉의 동남아 항공시장 확대 전망이 맞물린 움직임이다.
9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페르타미나는 전날 낸 성명에서 보잉과 인도네시아 내 SAF 생산 기반 구축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MOU는 인도네시아 항공 부문의 탈탄소화와 탄소중립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양사는 SAF 원료 공급원을 발굴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며, SAF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마련을 지원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 폐식용유·폐기물 원료 활용
SAF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를 대체하거나 혼합해 사용할 수 있는 저탄소 항공연료다. 폐식용유, 농업 부산물, 생활·산업 폐기물 등 지속 가능한 원료를 활용해 생산할 수 있다. 항공기는 전기차나 수소차처럼 빠르게 동력체계를 바꾸기 어려워 SAF가 항공업계의 핵심 탄소 감축 수단으로 꼽힌다.
페르타미나는 이미 SAF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다. SAF 생산과 인증, 자회사 펠리타에어의 SAF 사용, 칠라찹 바이오리파이너리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칠라찹 프로젝트는 폐식용유와 지속 가능한 폐기물 기반 원료를 활용해 SAF를 생산하는 구상이다.
인도네시아는 팜유와 바이오연료 산업 기반을 갖춘 국가로 바이오디젤 정책과 관련한 경험도 있다. 이를 항공연료 분야로 넓히면 항공 탈탄소 흐름 속에서 동남아 지역 SAF 공급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SAF 산업은 원료 확보, 생산비, 인증, 항공사 수요, 정부 정책이 함께 맞물려야 성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폐식용유만으로는 대규모 항공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원료와 전처리 기술, 정유·바이오리파이너리 인프라가 필요해서다.
◇ 동남아 항공 수요 확대와 맞물려
보잉은 동남아 항공시장이 장기적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잉은 동남아 여객 수송량이 2044년까지 연평균 약 7% 증가하고 이 과정에서 약 4900대의 신규 항공기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항공 수요가 늘어나면 탄소 배출도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제 항공업계가 탄소 감축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항공기 신규 수요가 큰 지역일수록 SAF 도입 필요성도 커진다.
로이터에 따르면 보잉이 페르타미나와 손잡은 것은 이런 시장 구조와 관련이 있다. 항공기 판매 확대만으로는 항공산업의 탈탄소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다. 항공기 제조사도 항공사, 에너지기업, 정부와 함께 연료 전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보잉 인도네시아 측은 인도네시아가 지속 가능한 항공 분야에서 지역 선도국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항공 수요, 바이오연료 원료, 에너지기업 인프라를 함께 갖추고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 항공 탈탄소의 현실적 해법
항공산업은 탄소 감축이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전기 배터리만으로 대형 여객기를 장거리 운항하기는 아직 기술적 한계가 크다. 수소 항공기도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기존 항공기와 급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SAF가 현실적인 중간 해법으로 부상했다.
SAF는 기존 항공유와 혼합해 사용할 수 있어 항공사와 공항이 비교적 빠르게 도입할 수 있다. 국제 항공업계와 각국 정부도 SAF 혼합 의무화와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가격과 공급량이다. SAF는 일반 항공유보다 생산비가 높고, 글로벌 공급도 아직 제한적이다. 항공사가 SAF 사용을 늘리려면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과 대규모 생산시설, 정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페르타미나와 보잉의 협력은 바로 이 병목을 겨냥한다는 관측이다. 항공기 제조사와 에너지기업이 함께 원료, 기술, 정책을 검토하면 SAF 생태계 조성 속도를 높일 수 있다.
◇ 인도네시아 산업에도 새 기회
인도네시아에는 SAF 산업이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새 산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폐식용유와 폐기물 기반 원료를 수집·처리하고, 바이오리파이너리를 통해 항공연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물류, 농업, 폐기물 처리 산업이 함께 연결된다.
페르타미나는 이번 협력이 “경쟁력 있는 SAF 산업 발전을 앞당기고 인도네시아 경제에 더 큰 가치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항공 탈탄소 시장을 국내 산업 육성의 기회로 보겠다는 뜻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항공 부문 탄소 감축과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섬이 많은 지리적 특성상 항공 교통 수요가 크고, 동남아 항공시장 성장의 중심에 있다는 점도 SAF 산업 육성의 배경이다.
다만 산업화까지는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료의 지속가능성 인증, 생산비 절감, 항공사 구매 계약, 공항 급유 인프라, 국제 기준 충족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 보잉, 연료 생태계로 협력 확대
로이터에 따르면 보잉에게도 SAF 협력은 항공기 판매 이후의 산업 생태계 전략과 연결된다. 항공사와 정부가 탄소 감축 목표를 강화할수록 항공기 제조사는 연비 개선뿐 아니라 연료 전환까지 포함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동남아는 항공기 수요가 큰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인구와 국토 규모, 섬 간 이동 수요를 감안할 때 항공산업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잉이 페르타미나와 협력해 SAF 산업 기반 조성에 참여하면 항공사와 정부를 상대로 친환경 항공 생태계 파트너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MOU는 구체적 투자 규모나 생산 목표를 담은 최종 계약은 아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에너지기업과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가 SAF 산업 개발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과 사업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