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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에 캐나다 전방위 반발…에너지 보복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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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에 캐나다 전방위 반발…에너지 보복론 확산

정치권 넘어 문화계·시민사회까지 대미 강경론 확산
원유·전력·핵심광물 수출 제한 주장…美대사 추방 청원도
지난 24일(현지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해밀턴의 한 건설 현장에서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가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협상 결렬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4일(현지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해밀턴의 한 건설 현장에서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가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협상 결렬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관세 압박이 캐나다에서 오히려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대미 강경 여론을 결집시키고 있다.

캐나다 정부 차원의 보복관세를 넘어 미국이 크게 의존하는 원유, 전력, 칼륨비료 원료인 포타시, 핵심광물 등의 수출까지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 가수 닐 영 등 캐나다를 대표하는 문화계 인사들도 미국의 압박에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주캐나다 미국대사를 추방하라는 청원까지 확산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관세 공세가 캐나다의 분노를 키우면서 과거 정치적 입장이 달랐던 지도자와 시민들까지 대미 강경 대응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고 2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부터 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를 50%로 올리겠다고 24일 예고했다. 이는 미국이 22일부터 약 200억달러(약 27조7000억원)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캐나다가 이에 맞서 보복관세를 결정한 뒤 나온 추가 압박이다.

◇포드 "모든 수단 테이블에"…전력·광물까지 거론

FT에 따르면 대미 강경 대응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는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다.

포드는 미국이 캐나다 경제에 고통을 주려 한다면 캐나다 역시 미국 경제에 실질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가 거론하는 수단에는 미국으로 보내는 전력과 핵심광물뿐 아니라 캐나다산 원유와 포타시 등이 포함된다.

특히 온타리오는 미국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며 고품질 니켈과 우라늄 등 미국 제조업과 국가안보에 필요한 자원도 보유하고 있다.

포드는 무역전쟁이 더 악화될 경우 이 같은 자원을 협상 지렛대로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경론은 미국과의 에너지 교역 의존도가 높은 캐나다 서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제이슨 케니 전 앨버타주 총리는 “미국이 캐나다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정도로 무역전쟁을 확대한다면 원유와 천연가스, 포타시 등에 대한 수출세를 대응 수단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가 미국이 의존하는 핵심 자원을 스스로 협상 카드에서 제외하는 것은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카니 "우리가 공격받았다"…보복 넘어 주권 문제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대응도 이전보다 훨씬 강경해졌다.

카니 총리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결렬된 뒤 “공격을 받으면 전쟁 중인 것”이라며 “우리가 공격받았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미국의 관세에 맞춰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FT는 “캐나다 내부에서 이번 갈등을 단순한 관세율 협상을 넘어 국가의 독립성과 존엄성을 지키는 문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캐나다의 다른 국가와의 무역협정 체결 능력과 프랑스어·문화 보호정책 등에 대해서도 양보를 요구했다.

카니 정부는 이를 경제 문제를 넘어 캐나다의 주권과 직결된 사안으로 판단하고 협상을 중단했다.

카니 총리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나쁜 거래’를 체결하는 것보다 합의 없이 협상장을 떠나는 쪽을 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압박에도 캐나다 국내에서는 이 결정에 대한 지지가 정치 성향과 지역을 넘어 확산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바이 캐나디안' 확산…미국 제품·여행 기피

정부의 대응과 함께 시민 차원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미국산 대신 자국산 제품을 구매하자는 ‘바이 캐나디안’ 움직임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제품을 피하고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는 등 일상적인 소비 선택을 통해 미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자는 움직임이다.

카니 정부 역시 캐나다 제품 구매와 국내 공급망 강화를 경제정책의 주요 방향으로 내세우고 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적인 관세 압박과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표현해온 발언이 캐나다 국민에게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국가 정체성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애트우드·닐 영도 반발…美대사 추방 청원

문화계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시녀 이야기’로 유명한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미국의 압박에 맞선 캐나다의 태도를 아이스하키에서 상대를 막아낼 때 사용하는 표현인 ‘엘보스 업’에 빗대 왔다.

캐나다 출신 록 음악가 닐 영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은 시민 청원으로도 번졌다.

피트 훅스트라 주캐나다 미국대사를 ‘외교상 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해야 한다는 캐나다 의회 청원에는 대규모 서명이 이어졌다.

훅스트라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 관련 발언을 옹호하며 양국 관계를 훼손했다는 것이 청원 측 주장이다.

FT는 이 같은 움직임들이 미국에 대한 캐나다 사회의 불만이 정부 간 통상분쟁을 넘어 시민사회로 확산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전했다.

◇경제적 피해 우려에도 대미 강경론 확산

다만 강경한 보복 조치가 캐나다에도 상당한 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아 있다.

캐나다 경제는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자동차와 에너지 등 양국의 주요 산업 공급망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원유나 전력 등에 대한 수출 제한은 미국에 압력을 가할 수 있지만 캐나다 기업과 근로자에게도 상당한 손실을 줄 수 있다.

일부에서는 경제정책이 국민적 분노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그러나 FT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계속될수록 캐나다에서 미국에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보다 경제적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맞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이용해 캐나다를 압박하는 전략이 오히려 캐나다 내부의 정치적 결속과 자국 우선 소비, 대미 의존 축소 움직임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