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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천이 생소한 경제청장, ‘인천의 속살’ 직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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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천이 생소한 경제청장, ‘인천의 속살’ 직시하라

외화내빈 경제청···‘향촌 경제와 시민 안전’에 답하라
1조842억원 경제청 예산···골목·중소기업 온기가 희망
송도 아파트 테라스 붕괴···감리·설계변경 자료 어디서
곡돌사신(曲突徙薪) 행정, 사고 수습보다 위험 방지부터
김양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김양훈 기자
제9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으로 김종철 전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관이 부임했다. 공개된 주요 이력을 보면 산업부 통상협력국장과 자원산업정책국장, KOTRA 외국인투자지원센터장 등을 거친 통상·투자 전문가다.

반면 인천 지역행정 경험이 주요 경력에서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취임 첫날 김 청장은 투자유치·산업생태계·문화웰니스·동반성장을 4대 정책과제로 내걸고 송도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와 영종 유보지, 청라하늘대교 현장 등을 찾아 나섰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청장은 눈은 높이 들어 세계를 봐야 하지만 발은 인천 땅에 붙어 있어야 한다. 글로벌만 외치다가 시민 삶을 놓친다면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빈 경제자유구역이라면 수십조 원의 투자가 들어온들 시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 인천의 속살이 보인다. 인천상공회의소가 지역 제조업체 175개사를 조사한 올해 3분기 제조업 BSI는 83이었다. 매출 전망은 86, 영업이익은 72, 자금 사정은 69로 모두 기준치 100을 밑돌고 있어 답답하다는 것이 시민들의 마음이다.
다만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버티고 있지만, 기계·장비, 자동차·부품 등 인천의 전통 제조업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유통업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3분기 인천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101로 기준치를 소폭 넘었어도 수익 전망은 86에 머물렀다.

특히 골목경제와 맞닿아 있는 슈퍼마켓 전망치는 75였다. 조사 업체들이 가장 많이 꼽은 어려움 역시 소비심리 위축과 내수 부진이었다. 대형 유통은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데 작은 상권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차갑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송도 마천루 아래 식당 한 곳, 남동산단의 작은 공장, 미추홀·제물포 원도심의 전통시장, 영종의 영세 상인, 청라의 골목점포까지 연결되는 인천의 생활경제다. 그런데 경제청 예산을 들여다보면 의문이 생긴다. 정녕 ‘압도적 인천’이란 박찬대호 주장이 맞는지 묻는다. 함부로 쓰지 말라고 한다.

2026년도 경제자유구역사업특별회계는 당초 편성 기준 1조842억 원 규모다. 전년도보다 약 133억 원 늘었다. 당시 예산안에는 국내외 언론홍보 광고선전비 23억8000만 원, 인천프로축구단 활용 IFEZ 브랜드 홍보 30억 원, SNS·뉴미디어 활용 홍보 3억5000만 원, 글로벌 페스티벌 7억5000만 원 등이 반영됐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 혁신생태계 조성사업’은 5억 원 규모였다. 이후 시의회 심사 과정에서 일부 홍보성 예산은 감액됐다. 세계에서 기업을 끌어오려면 도시 브랜드 홍보는 꼭 필요하다. 물론 안배가 필수적이다. 소모성 행사만 줄이면 해결될 문제지만 눈치를 본다.
먹고 놀고 이런 행사가 글로벌 도시를 홍보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실제 기획사 좋은 일과 일부 특정 언론사만 배부리도록 해준 행사다. 주민들은 소음이라고 비토한다. 본말전도(本末顚倒)​는 브랜드를 알리는 돈보다 브랜드를 믿게 만드는 행정이 먼저라고 한다.

글로벌 도시라는 광고보다 인천기업 한 곳이 IFEZ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되고, 골목상점 하나가 경제자유구역의 소비와 연결되는 것이 훨씬 강력한 홍보다. 김 청장이 취임사에서 말한 ‘동반성장’은 증명해야 한다. 시민은 그 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김종철 제9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취임사 전경=인천경제청이미지 확대보기
김종철 제9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취임사 전경=인천경제청


김종철 청장은 IFEZ 입주기업의 지역업체 구매액은 얼마인지 아는가. 인천기업 조달률은 몇 %인지, 신규 투자기업이 인천시민을 얼마나 고용했는지, 경제자유구역에서 발생한 소비가 원도심으로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살피는데 있어 잘 아는가다.

이것이 동반성장의 기초가 되는 젖줄이다. 투자유치 10조 원보다 중요한 것은 그 10조 원 가운데 인천에 남은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가 시민의 관심사다. 김 청장은 공교롭게도 첫 출근부터 마주한 것은 경제 문제가 아니라 시민 안전과 행정 신뢰였다.

지난 8월 7일 송도 럭스오션SK뷰에서 준공 약 1년 6개월 만에 사고가 났다. 2층 외벽 테라스 구조물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사고 세대가 공실이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사람이 없다고 행정은 면죄부’로 삼을 수는 없다. 사고 42일째인 9월 18일 입주민 수백 명이 집회 현장으로 나왔다. 왜 나왔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신임 경제청장 취임일에 G타워 경제청 앞에 집결했다. 주민들은 사업계획 승인·변경 자료와 감리 검측·품질관리 자료, 사용검사 자료 공개, 정밀안전진단 과정의 공개 등을 요구했다. 내 집에서 편안한 잠자리를 펼칠 수 있도록 자료로 보여 달라고 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일부 핵심 감리자료가 제3자의 비공개 의견 등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인천시가 구성한 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중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공개는 필수다.

이 과정에서는 당초 철근을 기계식으로 연결하는 ‘커플러’ 방식으로 설계됐으나 실제 시공 과정에서는 ‘케미컬’ 방식이 적용된 것으로 파악됐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조사위원회는 오는 11월20일까지 사고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최종 책임과 원인은 조사가 끝나기 전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행정은 확인 가능한 자료부터 투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맞다. 곡돌사신(曲突徙薪)이란​ 굴뚝을 굽게 만들고 장작을 불에서 멀리 옮겨 화재를 미리 막는다는 뜻이다.

사고가 터진 뒤 해명자료를 내고 회의를 여는 것은 행정의 하수다. 사고가 나기 전에 설계변경을 살피고, 감리를 확인하고, 위험신호를 걷어내는 것이 행정의 본령이다. 양을 잃은 뒤 우리를 고치는 망양보뢰(亡羊補牢)​조차 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현상의 행정이다.

이번 사고를 둘러싸고 주민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도 구조물 하나가 떨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주민들은 ‘내가 사는 집이 정말 안전한가’, ‘허가는 제대로 났는가’, ‘감리는 무엇을 확인했는가’, ‘행정기관은 왜 자료를 선뜻 보여주지 않는가’라는 불신이 쌓였기 때문이다.

박찬대 시장은 ‘압도적 인천’이란 주장을 펴고 있지만 시민은 유명무실에 가깝다고 믿지 않는다는 것이 뼈아픈 현실이다. 실제로 사고 직후 부동산 정보 앱 ‘호갱노노’에서 럭스오션SK뷰는 8월 첫째 주 2만5163명의 방문을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받은 단지로 나타났다.

물론 앱 조회수가 안전상 결함을 입증하는 지표는 아니다. 다만 시민과 시장이 이 문제를 얼마나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다. 그래서 김 청장은 ‘동반성장’을 미사여구로 끝내지 말고 경제청 예산에 지역상생 성과지표를 붙여 시민에게 제시해야 평가를 받을 것이다.

IFEZ 투자기업의 인천기업 구매·조달 비율, 인천시민 신규채용 인원, 지역 소상공인 이용액, 인천기업 공동 연구개발 규모 등을 공개하고 다음 연도 지원과 연계토록 경제청을 송도·영종·청라를 개발하는 ‘섬 속 행정기관’으로 두어서는 안 된다.

1조 원이 넘는 경제자유구역 특별회계가 움직이는 만큼 인천의 원도심과 제조업, 골목상권으로 흐르는 경제적 모세혈관을 만들어야 한다. 거대한 심장은 있는데 손끝과 발끝까지 피가 돌지 않는다면 건강한 경제라고 할 수 없다. 박찬대호 비전을 성과로 보답해야 한다.

신임 김종철 청장은 취임사에서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일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 말을 그대로 실천하면 된다. 그러나 기업 현장만 현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세계를 보기 전에 발밑부터 살펴야 한다. 안불망위(安不忘危), 편안할 때도 위험을 잊지 말라고 했다.

김종철 경제청장의 첫 성적표는 외국기업 몇 곳을 더 유치했느냐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나올지 모른다. 향촌 기업을 살리고 1회성 행사 예산을 줄이고 글로벌 도시를 만들기 위해 언론의 협조를 얻어 인천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김양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pffhgla1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