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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증권집단 소송 허용으로 위기 맞게된 한화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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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증권집단 소송 허용으로 위기 맞게된 한화투자증권

[글로벌이코노믹 김대성 증권전문기자] 지난 2009년 4월 22일. SK 주가는 전날의 종가인 9만4300원을 시초가로 출발했다. 당일 코스피는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어 SK 주식 또한 동반상승세를 보이며 한때 9만510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장 후반에 대거 SK 물량이 쏟아져 나오며 SK 주가는 곤두박질했다.

SK 주가는 이날 전날보다 2.55% 하락한 9만1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물량이 늘어나면서 거래량 또한 전일의 35만8017주보다 55.68% 늘어난 55만7373주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가 상승세를 보여 전일보다 19.21포인트(1.44%) 오른 1356.02로 마감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증권집단 소송 계기는 양 모씨(60)가 한화투자증권에서 2008년 4월 선보인 '한화스마트 ELS 제10호'에 투자한 데서 비롯됐다. 이 상품은 1년 후 만기가 왔을 때 기준가격 아래로 내려가 있지 않으면 22%의 수익을 거두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만기상환 기준일인 2009년 4월22일 장 마감 10분 전부터 SK 보통주 매물이 대거 쏟아지며 주가가 급락했고 그 결과 이 상품은 만기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25.4%의 손실을 냈다.
금융감독원은 당시 증권가에서 상품을 실질적으로 운용한 RBC가 의도적으로 SK 보통주 물량을 팔아 수익을 무산시켰다는 루머에 대해 조사에 나섰고 '수익률 조작 의혹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양 모씨 등 2명은 이에 한화증권을 상대로 집단소송 허가 신청을 냈고 대법원은 양 모씨 등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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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집단 소송이 한화투자증권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와 관련된 법에서 전체적으로 집단소송을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증권분야에서는 집단소송을 허용하고 있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은 허위공시, 시세조종 등 불법행위로 소액투자자가 피해를 봤을 때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증권집단 소송이 갖는 파괴력은 법원의 허락을 얻어 소송을 진행하고 이후 판결이 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에까지 모두 효력을 미친다는 점. 즉 양 모씨 등이 소송에서 이기게 된다면 양 모씨와 같이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한화투자증권으로서는 '한화스마트 ELS 제10호'에 투자한 사람들의 손실을 보상해야 할 의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여간 부담이 되지 않는다. 증권집단 소송으로 보상해야 할 금액이 양 모씨 뿐만 아니라 피해를 본 모든 투자자에게 줘야하기 때문에 보상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증권집단 소송을 허락한 대법원의 논리는 "특정 시점의 기초자산 등에 조건성취가 결정되는 상품의 경우 사회통념상 부정한 수단이나 기교로 조건성취에 영향을 줬다면 이는 부정 거래 행위"라며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

대법원의 논리가 증권집단 소송의 길을 상당히 열어 놨다는데 증권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ELS와 관련한 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게 되면 증권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증권사의 수익을 크게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증권시장에서는 대형주라고해도 주가가 특별한 이유없이 급락한 뒤 곧바로 시세를 회복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실례로 KB금융지주의 주가는 2013년 9월10일 하한가 수준인 3만1100원까지 떨어졌으나 곧바로 올라 3만6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인 KB금융지주 주가가 하루동안 17%가 넘는 변동폭을 보였다.

■ 한화증권 도덕적 치명타… ELS 판매와 운용에도 ‘적신호’

한화투자증권이 판매한 '한화스마트 ELS 제10호'에 투자한 소액투자자에 대해 증권집단소송을 허용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며 한화증권은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게 됐다.

한화스마트 ELS 제10호 만기상환 기준일인 2009년 4월22일 장 마감 직전 SK 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와 주가가 급락했데 대해 금융위원회의 수익률 조작의혹 제기 뿐만 아니라 대법원에서도 수익률 조작의 혐의에 대해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겠다는 모습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화투자증권은 상품을 실질적으로 운용한 RBC와 함께 소송 결과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배상 책임과 함께 도덕적으로도 흠집을 면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증권사들의 ELS 판매와 운용에도 ‘적신호’가 걸리게 됐다. 올들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ELS의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16일까지 ELS 발행액은 28조504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발행액인 71조7698억원의 40%에 육박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증권집단 소송 허용으로 ELS의 판매와 운용 또한 크게 바꿔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ELS의 시세조종 여부에 대해서 보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고 자칫하면 ELS 판매 수익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보상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ELS 시세조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면 증권사의 명성에 먹칠을 가져오게 되고 결과적으로 고객들의 이탈을 초래하게 될 위험에 놓이게 된다. 이래저래 한화투자증권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만가고 있다.
김대성 기자(애널리스트겸 펀드매니저)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