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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제철 "전기로 제철소 팔긴 팔아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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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제철 "전기로 제철소 팔긴 팔아야 되는데…"

산업은행, 매각 검토 중이지만 매각처 마땅치 않아…가지고 있자는 내부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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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김국헌 기자] 동부제철이 전기로 제철소 매각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팔긴 팔아야 하는데 팔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현재 동부제철은 자율협약으로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의한 사전적 기업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동부제철은 경영 악화의 주요 원인이었던 전기로 제철소 가동을 무기한 중단한 상태다.
당진에 위치한 전기로 제철소는 지난 2009년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지어진 공장이다. 이 공장은 크랩(고철)을 원료로 연간 300만t 규모의 열연강판, 170만t 규모의 냉연강판, 87만t 규모의 아연도금강판 , 25만t 규모의 석도강판 생산능력을 갖췄다.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전기로 제철소 관련 설비 및 부지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내외부 의견을 수렴 중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운휴자산으로 남게 된 공장 부지 및 설비를 굳이 끌고 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충남 당진시 송악읍에 위치한 28만4000㎡(약 8만6000평)에 달하는 부지와 미니밀 제철설비, 열연, 냉연, 아연도금강판, 석도강판 생산설비 등을 매각해 부채상환에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전기로 제철소의 매각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국내의 경우 동부제철의 설비를 사들일 수 있는 업체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두개사만이 꼽힌다.

하지만 포스코는 지난 2014년 6월 이미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패키지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감당해야 할 재무적 부담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원가 절감과 시장 확대 등의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 특히 철스크랩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전기로 생산방식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쉽지가 않다고 판단했다. 실제 포스코는 하이밀 전기로 조업을 중단한 바 있다. 포스코가 동부제철의 전기로 제철소 설비를 인수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현대제철은 국내 전기로 열연업체들 중 유일하게 공장을 돌리고 있지만 전기로 설비는 골칫덩어리다. 전기로 가동으로 생산한 열연제품의 수익성이 고로재 대비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같은 동부계열이었던 동부특수강을 인수하기도 했지만 이는 기존 제품군과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현대제철로서는 전기로를 인수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

중국 철스크랩이 2018년 이후 대량으로 나올 것이란 근거에 의해 중국 철강사에 매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중국은 고로사가 600개 이상으로 전기로는 거의 없다. 10억t 이상의 철강생산량이 대부분 고로를 통해 나온다. 그러나 전기로로 생산한 제품도 6000만t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철강사들은 공급과잉으로 노마진에도 불구, 출혈가동을 하고 있다. 고로재도 팔리지 않는 판국에 동부제철의 전기로를 제 값을 주고 살 업체를 찾는 것은 사실상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미국, 동남아 등 다른 지역들 역시 공급과잉에 시달리며 가동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 현재 전기로 설비들을 매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될 전망이다.

한편, 동부제철 내부에서는 전기로 제철소를 매각하지 말고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은 가동을 중단하는 것이 옳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기로 제철소를 다시 가동할 날이 온다는 것이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중국이 출혈경쟁으로 구조조정이 상당부분 진척되고, 고철들이 쏟아져 나오면 나중에 팔더라도 제값을 받을 수 있겠지만 지금 팔면 고철값으로 팔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기를 알수는 없지만 통일이 되면 국내 철강 수요가 급증해 전기로 제철소를 충분히 가동시킬 가능성이 생기는 점도 배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k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