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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발 에너지 쇼크, 亞 통화 ‘직격탄’… 원·페소 폭락 속 달러 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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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발 에너지 쇼크, 亞 통화 ‘직격탄’… 원·페소 폭락 속 달러 독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유가 40% 폭등… 수입 의존도 높은 동아시아 경제 ‘휘청’
호주·캐나다 등 자원국 금리 인상 속 한국 등 아시아 중앙은행은 ‘관망’에 자금 유출 심화
이란 전쟁 시작 이후 한 달 동안 아시아 통화는 하락세를 보였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전쟁 시작 이후 한 달 동안 아시아 통화는 하락세를 보였다.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으로 인한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아시아 경제의 근간인 통화 가치를 뒤흔들고 있다.

에너지 자급률이 낮은 한국과 필리핀 등 아시아 주요국 통화가 달러 대비 역대급 최저치를 경신하는 사이, 호주와 캐나다 등 자원 부국들은 무역 수지 개선과 금리 인상을 무기로 통화 방어에 성공하며 극명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28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고유가 지속이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 성장률을 최대 1.3%포인트 갉아먹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제기됐다.

◇ 페소·원화 ‘끝없는 추락’… 필리핀 긴급회의에도 시장은 냉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한 달간 외환 시장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가혹한 시간을 안겨주었다.

페소화 가치는 지난 27일 달러당 60페소 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필리핀 중앙은행이 긴급회의를 열었으나 정책 금리를 동결하자, 시장은 이를 '약세 용인'으로 받아들이며 실망 매물을 쏟아냈다.

원화 가치는 공격 직전 한 달간 4% 급락하며 3월 중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태국 바트화와 일본 엔화(달러당 160엔 돌파) 역시 동반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기축통화인 달러는 중동 위기 속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힘입어 주요 통화 대비 2% 이상 강세를 보이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 에너지 무역 수지가 가른 통화 운명… ‘에너지 독립’이 곧 국력


이번 통화 격차의 근본 원인은 급등하는 자원 가격과 그에 따른 국가별 에너지 자급률 차이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쟁 전보다 약 40% 이상 상승한 배럴당 100달러 대에 머물고 있다.

미즈호 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화석 연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는 무역 수지가 심각한 마이너스 영역으로 추락했다. 반면 셰일 혁명으로 주요 산유국이 된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은 오히려 무역 수지 개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 17일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고 캐나다 역시 인상 기대를 높이고 있다. 반면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금리를 동결 중인 한국 등 아시아 중앙은행들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며 통화 매도세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 아시아 성장률 1.3%P 하락 우려… 공급망 혼란 장기화 전망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26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에너지 시장 혼란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 성장률이 2026년과 2027년에 걸쳐 최대 1.3%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가를 최대 3.2%포인트까지 끌어올려 소비 위축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광 수입이나 해외 송금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 물가 폭등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 한국 경제에 주는 시사점


한국은행은 원화 약세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압박을 받겠지만, 가계 부채와 경기 둔화 우려로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교한 시장 개입과 환율 변동성 완화 조치가 시급하다.

중동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원유 공급망을 미국, 브라질 등 비중동 지역으로 빠르게 전환하지 못할 경우, 환율 불안은 상시적인 리스크가 될 것이다.

대규모 원자재 수입이 필요한 국내 제조 기업들은 환헤지 비중을 높이고 결제 대금 다변화를 통해 통화 변동성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