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로 에너지 공급망 직격… 15개 항 종전안 제시에도 협상 교착
4월 6일 '에너지 시설 공격 유예' 만료… 향후 열흘이 전쟁 장기화의 분수령
4월 6일 '에너지 시설 공격 유예' 만료… 향후 열흘이 전쟁 장기화의 분수령
이미지 확대보기"99% 파괴해도 1%가 치명적"… 소모전의 덫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백악관에서 "우리는 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이란 해·공군 전력이 궤멸 수준으로 약화됐다는 것이 백악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이틀 뒤인 26일 국무회의에서는 전혀 다른 표정의 트럼프가 있었다. "이란 전력의 99%를 무력화했더라도 남은 1%가 10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 가치의 선박에 미사일을 쏜다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게릴라식 비대칭 위협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이란은 바로 이 약점을 정조준하고 있다. 혁명수비대 계열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화물선 3척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추가로 차단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네이트 스완슨 전 외교관은 "이란의 전략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미국 경제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트럼프보다 더 오래 버티는 것"이라며 "다시는 이란을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들려는 계산"이라고 분석했다.
유가 113달러에 미 여론도 싸늘… "무력 사용은 잘못"
동맹국도 '끝을 내라'… 15대 5 협상의 간극
전쟁 초기 우려를 표했던 걸프 아랍 국가 처지도 난처해졌다. 일란 골든버그 전 백악관 중동 정책 보좌관은 "걸프 지역 국가들이 처음에는 이 전쟁을 원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설픈 종전이 이란의 보복 심리만 자극할 수 있다며 확실한 결말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협상 테이블의 현실은 더욱 험난하다. 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특사는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 측에 핵무기 포기, 미사일 수량 제한, 호르무즈 해협 자유통행 보장 등 15개 항이 담긴 종전안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적대 행위 전면 중단, 전쟁 피해 배상,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 주권 인정 등 5가지 조건을 내세우며 맞받았다. 이란 정권은 공식적으로 미국과의 협상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현재는 이집트·파키스탄·튀르키예를 중재자로 내세운 간접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 유예를 4월 6일까지 열흘 추가 연장했으며, 합의가 성사된다면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외교가에서는 "양측이 아직 회담 장소조차 합의하지 못한 상태"라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향후 열흘은 단순한 협상 기간이 아니라 전쟁의 장기화 여부를 가를 실질적인 분수령이다.
걸프 에너지 시설 정조준… 이란의 다음 수순
호르무즈·홍해 '이중 병목'…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경제적 파장은 에너지에 그치지 않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전쟁이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악의 유류 위기를 초래했다고 공식 평가했다.
월가 경제 전문가들은 "이란 전쟁 휴전 전망이 흐려지면서 불경기 속 물가 상승,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시장 전반에 고조되고 있다"고 짚었다. 모건 스탠리 역시 "지정학적 갈등으로 발생한 에너지 충격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는 복합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은 호르무즈 봉쇄가 2~3주 더 이어지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약 22만 6300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달러(약 30만 1800원) 유가가 더는 상상 속 얘기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서도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을 인질로 활용하는 '이중 압박 전술'을 구사하는 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 경제에 던지는 경고
이번 사태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정면으로 드러내고 있다.
첫째, 에너지 안보의 '비대칭 위험'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력의 99%를 무력화했다고 자신했음에도, 단 1%의 잔존 세력이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급소를 틀어막자 글로벌 유가는 즉각 요동쳤다. 원유 도입의 70% 이상을 이 지역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군사적 승패보다 '공급망의 연속성'이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가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둘째, 미국의 '자국 우선적 출구 전략'에 대한 대비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 여론 악화와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동맹국의 안전보다 조기 종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에도 미국의 개입이 자국의 정치·경제적 손익 계산에 따라 단기전으로 치러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배제하기 어렵다.
셋째, 핵 비확산 협상의 구조적 평행선이다. 미·이란 간 15개 항 대 5개 항의 대립 구도는 '완전한 포기'와 '실질적 보상'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를 보여준다. 이는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반복될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회원국들과 협력해 비축유 방출에 나섰지만, 유가 오름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2246만 배럴을 긴급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4월 6일이 다가올수록 중동발 에너지 충격은 한국의 물가와 수출 단가 모두를 압박할 것이다.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외교적 독립성 확보라는 '플랜 B'를 상시 가동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뉴욕증시] 조정장 진입·3월 고용동향 '촉각'](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setimgmake.php?w=270&h=173&m=1&simg=2026032906413100888c35228d2f517519315010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