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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해협 통행 ‘허가제·통행료’ 추진…연 최대 800억달러 수익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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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해협 통행 ‘허가제·통행료’ 추진…연 최대 800억달러 수익 가능

호르무즈 해협.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 사진=로이터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 선박 통행을 제한하고 통행료를 부과하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쟁 상황에서 시작된 통제 조치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글로벌 해운과 에너지 시장에 파장이 예상된다.

28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비적대적’ 선박만 허용하는 승인 체계를 구축하고 일부 선박에는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란 외교부는 이번 주 낸 성명에서 “비적대적 선박은 이란 당국과의 조율 하에 통과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등 “침략에 가담한 국가” 관련 선박은 통행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부 장관은 이란 국영방송과 인터뷰에서 전쟁 이후에도 해협에서 새로운 질서를 확립할 것이라며 이란이 이 수로에 대한 주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하루 135척에서 ‘급감’…통행량 97% 감소


전쟁 이전 하루 약 135척이 통과하던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량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급격히 줄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통과 선박은 116척에 그쳐 전달 같은 기간 대비 97% 감소했다.

현재 통과 선박은 주로 중국과 인도, 걸프 국가 관련 선박으로 제한돼 있으며, 서방 제재를 받는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다크플릿’ 선박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 “통과하려면 200만달러”…사실상 통행료 부과


일부 선박은 안전 통과를 위해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3000만 원)를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의회 소속 알라에딘 보루제르디 의원도 모든 선박이 이와 유사한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행 절차는 국가 간 협상을 통해 진행되며 선박은 특정 코드 신호를 발신하고 화물 목적지와 승무원 국적 등의 정보를 이란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연 800억달러 수익 주장…국제법 충돌 가능성


이란 측에서는 이런 방식이 연간 700억~800억 달러(약 106조5000억~121조2000억 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수에즈 운하처럼 전략적 수로 이용료를 받는 구조를 모델로 한 것이다.

다만 국제법상 논란도 크다. 전문가들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연안국은 안전상의 이유로 통항을 제한할 수 있지만 특정 국가 선박을 차별하거나 자유로운 통항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우회로 찾을 것”…해협 영향력 약화 가능성


이란이 통행을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이 지속될 경우 걸프 국가들이 파이프라인 건설 등 대체 수송 경로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 소식통은 특정 선박이 파키스탄 국적 등으로 재등록해 통과를 시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며 해운 시장이 이미 새로운 규칙에 적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