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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애플의 중국 전략(상)] 자회사 통해 세금 탈루 838억…중국 시장 공략 위해 차이나텔레콤으로 데이터 이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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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애플의 중국 전략(상)] 자회사 통해 세금 탈루 838억…중국 시장 공략 위해 차이나텔레콤으로 데이터 이전도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애플은 지난 2007년 아이폰(iPhone)을 세상에 내놓으며 전자업계에 일대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세계 최초, 혁신, 변화, IT통신, 스마트폰 등의 수식어에는 늘 애플과 함께했고, 전 세계는 스마트 황제 자리를 영원히 애플이 차지할 것으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고 팀 쿡 시대를 맞이한 애플은 실제로 다양한 논의에 노출되어 있다. 지금까지 가장 기대를 모아왔던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는 미디어의 과도한 관심과 비밀 유지의 소홀로 인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도 했으며, 혁신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졌다는 지적도 잇달았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애플의 이미지는 점점 ‘뜬구름’이 되어가고 있다. A/S를 둘러싼 차별적인 정책과 오만한 태도가 잇달아 공개 발표되었고, 인터넷망을 이용한 애플에 대한 비판은 계속됐다. “소비자를 존중하는 최대의 무기는 고품질의 높은 위상으로 불평 없는 사용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다”라는 과거의 애플 판매정책은 점점 퇴색하기 시작했다. 팀쿡이 애플을 이어받은 후 2년간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성장률은 거의 곤두박질쳤다.

애플 자회사 소득 88억 위안 축소신고, 재정부 회계감사에서 덜미


2013년 말 기준 중국 재정부에서 전국의 국영 및 민영, 외자 등 2만635개 기업과 회계법인 1358곳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결과 회계감사에서 적발된 탈루 세액은 총 690억8100만 위안(약 12조8186억7000만원)에 달했다. 그 중 애플은 어마어마한 규모에 외자기업 탈세 혐의 선두그룹에 포함됐다.

애플의 중국 자회사인 ‘애플컴퓨터트레이딩(苹果电脑贸易(上海)有限公司)’이 2013년 말까지 87억9900만 위안(약 1조6327억4000만원)의 소득을 축소시켜 신고했으며, 그로 인한 세금 탈루 규모는 4억5200만 위안(약 838억7000만원)에 달했다. 세전 공제액에 수리비를 포함해 적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53억5400만 위안(약 9934억9000만원)을 과다 계상했으며, 원가 비용 34억4600만 위안(약 6394억4000만원)을 누락시킨 혐의다. 애플에 대한 중국 정부와 소비자의 신뢰도는 여지없이 추락했다.

애플 아이폰 이용자 대부분이 ‘한 번 애플 제품을 사용하게 되면 다른 제품으로 바꿀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도자기의 감촉과 유리의 감촉은 역시 차이가 있어 가격 상승에도 아이폰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애플은 중국시장에서의 설욕을 만회하기 위한 전술로 바로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었다. 세계 최초로 차세대 아이폰을 중국에서 발표하는 전례 없는 움직임을 선보였으며, 새로운 아이폰을 중국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애플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대대적인 체험마케팅을 펼쳤다. 삼성에 밀려 고전했던 중국시장에서 애플은 차이나텔레콤과 제휴해 데이터를 이전하는 등 중국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대대적인 체험마케팅을 펼쳤다. 삼성에 밀려 고전했던 중국시장에서 애플은 차이나텔레콤과 제휴해 데이터를 이전하는 등 중국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모든 국민이 MP3를 이용하던 시대에는 애플의 아이팟(iPod)은 세련된 인상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모든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의 아이폰은 일종의 습관적인 선택과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나타내는 행위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중국인의 애플에 대한 열광적인 환영과 폭언이라는 완전히 다른 두 가지 태도 속에서 아이폰을 갖고 싶어 하는 중국인의 갈망을 끌어내려는 애플의 전술은 정확히 성공했다. 수직하강을 거듭하던 매출 성장률이 점차 안정권에 접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애플의 진정한 성공은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명 이상의 팬을 낳은 것이 아니라, 휴대 전화를 교체하고 싶은 소비자의 마음에서 애플 이외의 브랜드를 쫓아낸 것이다. 고객들의 경험에 기인한 사고 패턴이 가지는 힘은 매우 강력한 것으로 어려운 경영 속에서도 고객들의 육성이라는 점에서는 확실히 큰 성공을 거뒀다. 휴대전화는 글로벌화 수준이 가장 높은 제품이며, 수많은 브랜드의 뼈를 깎는 싸움이 언제 어디서나 전개되고 있다. 이제 애플은 최신 무기를 장착한 채 중국시장을 재건할 발판을 마련했으며, 최후의 결정타를 날리기 위해 잔뜩 웅크리고 있을 뿐이다.

중국 스마트시장 공략 위해 차이나텔레콤과 제휴

2014년 8월 17일 애플은 중국의 ‘차이나텔레콤’을 애플 데이터센터 공급자로 지정했다. 이는 지금까지 해외에 있던 중국 내 애플 기기 사용자의 데이터가 중국 대륙에 있는 차이나텔레콤의 서버로 옮겨지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사용자 데이터의 보안 우려에 대한 질문에 애플은 사용자의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매우 엄격한 태도를 표명했다. 제공자의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는 암호화되어 차이나텔레콤은 이에 대한 액세스 권한을 갖지 못하며, 차이나텔레콤의 서버에 저장하는 암호화 키는 해외에서 별도 관리되어 차이나텔레콤은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메시지 서비스 ‘iMessage’를 위해 별도의 암호화 시스템을 설계했기 때문에 애플 자신조차도 암호화를 해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애플 측은 이러한 조치에 대해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 ‘iCloud’의 속도와 신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iCloud 서비스를 이용하면 사진, 이메일 및 기타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이 가능한데, 가능한 한 소비자에게 가까운 장소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것으로 더욱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차이나모바일로 데이터를 옮기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플의 이번 움직임에는 서비스의 속도 향상 목표 이외에도 장기적인 중국 스마트시장 공략 전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당시 애플은 개인의 건강 관리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의료 기관과 긴밀한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모바일 건강관리 응용프로그램 ‘헬스킷(HealthKit)’을 준비 중이었다. 헬스킷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데이터가 실제 이용하는 의료기관 서비스와 직접 연계하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용자가 병원을 방문했을 때 헬스킷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의 이러한 헬스킷 서비스에 대해 ‘스마트 혁신’에 걸맞는 ‘의료 분야의 혁신’이라고 극찬하며, 애플이 자사의 헬스킷을 건강관리 데이터 허브로 만들려고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사용하고 있는 데이터 저장 방식이라면 애플의 의료혁신은 중국에서는 펼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가 2014년 5월에 발표한 ‘인구건강정보 관리규정 시행규칙’에 의하면, “중국 인민들의 건강에 대한 정보를 국외의 서버에 저장하거나 국외의 서버에 관리를 위탁하거나 국외의 서버를 임대하여 관리하거나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중국내에 데이터 서버를 두지 않고서는 애플의 헬스킷은 무용지물인 셈이다. 결국 애플은 현재 아이폰 협력업체인 차이나텔레콤을 선택해 중국의 정책을 따라야만 했던 것이다.

또한 사용자의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매우 엄격한 태도를 보인 것도 중국의 심경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조심스러운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정부와의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자칫 중국이 불만사항을 내비치기라도 한다면 애플의 중국 스마트시장 공략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이후 애플은 아이폰6부터 TD-LTE 방식을 탑재해 2015년 1월 17일부터 중국 내에서 공식 판매하기로 차이나모바일과 계약을 성사시켰다. 2014년 11월 말 기준 차이나모바일은 8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세계 최대의 통신사로, 차이나모바일과의 아이폰6 계약은 애플이 삼성을 추월할 수 있는 핵심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