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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 슈퍼컴 주기판 국산화 맞나?...논란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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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 슈퍼컴 주기판 국산화 맞나?...논란 증폭

업계 “인텔표준기판 판박이” vs KISTI “국산화임에 틀림없어”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구 기자] 한국과학기술정보원(원장 한선화·KISTI)이 지난해 말 국산화했다는 슈퍼컴용 서버보드가 사실상 인텔의 표준 서버 주기판을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10일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KISTI가 지난 해 12월 26일 국산화했다고 공개한 슈퍼컴용 고성능컴퓨터(HPC)주기판은 인텔이 자사 제온파이 칩으로 설계해 해외 유수 슈퍼컴업체에 공급중인 참조용 표준 주기판과 동일하게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KISTI가 국산화했다고 밝힌 주기판은 슈퍼컴 개발의 첫단추를 끼운 국산화 수준의 개발품이 아니라 인텔 주기판을 복사한 데 불과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KISTI의 개발 사례는 회로 재설계와 재배치 아트워크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이렇게 제작된 시스템 보드(주기판)는 바이오스(BIOS)를 수정할 필요가 없다. 이것만 놓고 보면 인텔에서 공급하는 제온파이 시스템보드와 구별이 되지 않는다. 미국·대만의 슈퍼컴용 주기판 어느 것을 봐도 인텔 슈퍼컴용 참조 주기판과 같지 않다. 이들의 주기판은 독자적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KISTI가 국산화했다는 주기판을 보면 인텔의 표준형 참조 보드 모델과 거의 똑같다. 이를 국산화했다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인텔표준기판을 베껴 만드는 데는 1억원 미만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앞서 KISTI는 “이 시스템 개발에 5억5000만원이 들었다”고 밝혔다.
KISTI가 지난해 12월 26일 국산화했다고 발표한 슈퍼컴 구성 서버용 주기판과 인텔 및 미국,대만업체들이 독자설계해 사용중인 주기판 모습 비교. 사진=글로벌 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KISTI가 지난해 12월 26일 국산화했다고 발표한 슈퍼컴 구성 서버용 주기판과 인텔 및 미국,대만업체들이 독자설계해 사용중인 주기판 모습 비교. 사진=글로벌 이코노믹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독자 설계한 국산화 개발품이라면 인텔의 슈퍼컴 주기판과 설계가 똑같을 수는 없다. 복사판일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국내에서 조립생산했는 것만으로 국내 슈퍼컴기술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KISTI측은 “국산화의 기준이 모호하긴 하지만 국산화는 국산화”라고 주장했다.

슈퍼컴용 고성능컴퓨터(HPC)는 수백,수천대로 병렬방식으로 구성되는 슈퍼컴퓨터를 구성하는 기본 서버 컴퓨터를 말한다. 이 서버 수백~수천대가 병렬로 연결돼 슈퍼컴퓨터를 구성한다. KISTI가 국산화했다고 발표한 것은 HPC에 들어가는 주기판이다.

이재구 기자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