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시장을 보유한 미국의 이탈 선언으로 한때 공중분해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일본이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로 TPP의 틀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극적인 타결의 배경에는 '자국 제일주의'를 내거는 트럼프 정권으로부터의 통상 압력에 대항하고 싶다는 각국의 공통 기대와 일본의 물밑 작업이 무엇보다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작년 11월 베트남 다낭에서 미국을 뺀 11개국의 새 협정 'TPP11'이 대략 합의에 성공한 후 협상의 최대 난관은 캐나다의 대응이었다. 캐나다는 자국을 제외한 10개국이 내세운 교섭 방침과는 전혀 다른 요구로 협정을 괴롭혀 왔다.
협상 합의를 확인하는 11개국 정상회의 직전에도 거부한 바 있던 캐나다는 자국의 프랑스권 문화를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외국 영화 방영 규제 강화를 주장하며 미국을 포함한 12개국에서 합의했던 협정을 수정하도록 요구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협정 내용을 전혀 수정하려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미국의 복귀까지 실시를 연기하겠다는 '동결' 방안을 내세웠다.
이로 인해 당시 일본은 "이기심을 들을 생각은 없다"며 캐나다의 대응에 따라 10개국의 서명으로도 전환할 수 있다는 전술까지 고려했다. 다만 일본 정부(외무성 간부) 내에는 "캐나다가 이탈하면 TPP의 구심력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본은 캐나다 이외의 10개국 간 과제를 마무리하고 '캐나다 포위망'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캐나다에 양보를 강요하는 전략을 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후 대략 합의를 통해 계속 협의한 4개 항목 중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회사와 브루나이의 국내 석탄 산업 혜택을 재검토하는 절차는 '동결'로 마무리됐다. 이어 베트남 노동 분쟁 처리 규칙 적용에 유예 기간을 두자는 요구에서 멕시코가 반발하자 모테키 토시미츠 경제재생상은 베트남과 멕시코를 방문해 해결의 순서를 살폈다.
결정적 계기는 멕시코의 협력을 얻어낸 것이었다. 멕시코는 "NAFTA 재협상에서 TPP를 넘어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하고 캐나다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TPP11에서 안이하게 타협해 버리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에서 미국에 과도한 양보를 강요당할 것을 우려했던 캐나다로서는 멕시코의 협력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미국의 통상 압력에 공동 투쟁 자세를 명확하게 보여줌으로써 캐나다 양보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일본은 2019년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어 향후 11개국은 3월 서명식 이후 각각 국내 조약 비준 절차를 진행한다. TPP11은 절반 이상인 6개국이 비준하면 발효하는 구조로 일본 정부는 개회 중인 정기 국회에 협정안과 관련 법안을 제출한 다음 올해 안에 비준 절차를 완료할 방침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