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11월을 전후해 양귀비 꽃을 가슴에 달고 다닌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물론, 심지어는 양귀비꽃 화환까지도 바쳐진다. 왜 하필 양귀비 꽆일까. 양귀비는 흔히 마약의 원재료로 알려져 있는데 하필 그 꽃을 달고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나 정작 플랜더즈 들판에서 피는 양귀비로는 마약을 정제해 낼 수 없다고 한다. 특히나 이 품종은 관상용 꽃 양귀비, 혹은 개양귀비로 불리는 꽃으로 마약의 원료로 사용할 수 없는 양귀비 꽃이다.
어쨌든 플랜더즈 들판에 수많이 피어있는 그 양귀비가 이제는 제1차 세계대전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꽃이 되었다. 11월에 유럽에서 비지니스 미팅이 잡혀 있다면 1유로짜리 양귀비 꽃을 가슴에 달고 가는 것도 적어도 1유로어치 값어치는 하게 될 것이다.
플랜더즈 들판에서
존 맥크래
플랜더즈 들판에 양귀비꽃이 피었네
그 십자가는 우리가 누운 곳 알려주기 위한 것
그리고 하늘에는 종달새 힘차게 노래하며 날아오르건만
저 밑에 요란한 총소리 있어 그 노래 잘 들리지는 않네.
우리는 이제 운명을 달리한 자들
며칠 전만 해도 살아서 새벽을 느꼈고 석양을 바라보았네.
사랑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였건만
지금 우리는 플랜더즈 들판에 이렇게 누워 있다네.
우리의 싸움과 우리의 적을 이어받으라.
힘이 빠져가는 내 손으로 그대 향해 던지는 이 횃불
이제 그대의 것이니 붙잡고 높이 들게나.
우리와의 신의를 그대가 저 버린다면
우리는 영영 잠들지 못하리,
비록 플랜더즈 들판에 양귀비꽃 자란다 하여도.
임성훈 기자 shyim9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