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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시평] 시간의 빈 공간과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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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시평] 시간의 빈 공간과 성찰

박창동 한국HR협회 HR칼럼리스트
박창동 한국HR협회 HR칼럼리스트
시간은 틈새가 있을까. 쪼개고 쪼개면 '찰나'라는 공간은 있을 것이다. 과학적으로는 초, 분, 시의 단위로 구분되어 있어 개념적 공간은 없다. 다만, 삶이라는 긴 여정에서는 시간의 빈 공간이 필요하다. 보다 나은 삶! 윤택한 삶! 여유있는 삶을 위해 만들어야만 한다. 평생동안 사회라는 육상트랙에서 쉼 없는 마라톤 경기를 하고 있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트랙을 뛰고 있다. 그것도 앞만 보고 말이다. 트랙의 길이는 처음부터 알 수 없다.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트랙의 길이도 더 길어지고 있다. 여유도 그 만큼 커졌을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기준점이 자신이 아닌 타인과의 비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자아를 찾기 위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자전거는 페달을 밟아야 앞으로 나아간다. 밟지 않으면 넘어진다. 넘어진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경쟁에서 지는 것이다. 쉼 없이 달렸지만 우열이 가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늦게 도착한 사람을 패자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자전거로 곡선도로를 달려보자. 직선보다 느리다. 직선은 되돌아오는 것이 어렵지만 곡선은 원점 회귀할 수 있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볼 수 있다. 늦게 도착한 원인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성찰은 보다 나은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원점 회귀는 계획(plan), 실행(do), 점검(see)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다. 남보다 늦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유를 모르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기술이 발달하면 여유 있고 윤택해진 삶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과거보다 더 여유가 없다. 오죽하면 국가가 쉬라고 주 52시간을 강제할까. ‘저녁 있는 삶’을 찾아 주겠다고 말이다. 그 만큼 사람들의 삶은 팍팍하다. 계층사다리의 희망이 무너진 것도 한 몫 거들 수 있다. 자기만의 케렌시아(Querencia)가 있어야 한다. 사전적 의미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재충천의 공간을 뜻한다. 이것이 성찰을 위한 시간의 빈 공간이 아니겠는가.

케렌시아는 사람들마다 다양할 것이다. 나는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한다. 편리함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불편함에서 시간적 공간적 빈틈을 찾아 본다. 불편함은 디지털로 부터의 자유로움을 뜻하는 것이며 정신적 해방을 가져온다. 뇌가 쉴 수가 있다. ‘멍 때리기’는 시간의 빈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서 조용히 사색을 한다. IT기술 발전으로 접촉이 접속으로 변하고, 사색이 검색이 되어 성찰한다는 것이 다소 어색할 수도 있다. 시간의 빈 공간은 변화의 마중물이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다. 사색은 쉼 없이 달린 마라토너의 자존감을 찾아 줄 것이다. 지나 온 시간을 찬찬히 훑어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 ‘신경끄기의 기술’, ‘미움받을 용기’와 같은 내용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의 빈 공간은 멈춤에서 시작된다. 멈춤은 변화의 시발점이다. 멈춤의 첫 단계는 타인과의 비교이다. 비교는 불행의 씨앗이다. 소욕지족(小欲知足)은 작은 것에 만족하면 행복하다는 뜻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6년 처음으로 소개한 ‘소확행’과 괘를 같이 한다. 둘째, 무한경쟁의 멈춤이다. 경쟁은 이기심을 만든다. 이기심의 극복은 배려로 이어진다. 배려는 만족으로, 만족은 자아존중감을 높여 준다. 경쟁으로부터 초연해지려면 이기심을 극복해야 한다. 셋째,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삶은 타인을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 ‘YOLO'가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 번 뿐인 자신의 삶을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으로 가득 채워야 하지 않을까. 혜민스님은 자신을 향한 말들을 적당히 무시하라고 권한다. 일일이 다 마음을 쓰면 불행해진다고 말이다. 타인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할 시간에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더 행복해 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이타적 불평을 멈추자. 만족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삶의 주인공이자 연출자는 자신이다. 불평하기 보다 성찰하자.

삶은 선택의 순간이 연속된다. 선택은 투자이다. 선택은 자신의 삶을 올바르고 윤택한 길로 안내하기 위함이다. 올바른 투자는 시간의 빈 공간에서 성찰을 통해 두터움을 더할 수 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추어 보자. 멈추어야 비로소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인생의 ‘계획’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말자. 삶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지 계획을 완수하는 것은 아니다. 계획은 시간의 빈 공간을 통해 수정하고 다시 만들어짐에 그 유용성이 높아진다.


박창동 한국HR협회 HR칼럼리스트(HRD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