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 기업의 회의 공간을 한번 떠올려 보자. 누구는 여기 앉고, 누구는 저기 앉고, 리더는 어디 앉겠다고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우리의 회의장에는 공간 그 자체에서부터 상석이 이미 정해져 있다. 물컵이 유리컵인지 종이컵인지만 보아도 이미 상하가 구분된 듯하다. 그리고 공간의 차별에 익숙해진 회의 참여자들 또한 이러한 수직적 조직문화를 당연시하게 된다. 회의에서 ‘내 자리’의 모습은 마치 조직에서 자신의 위치를 보여주는 척도와 같이 비친다. ‘내 자리’가 다른 사람과의 자리와 다를 때 자신이 낮은 존재라고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심리적 상태에서는 성과를 창출하는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공간의 격식과 권위를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회의 분위기가 자유로워질 수 있다. 공간의 변화는 소통의 변화를 일으킨다. 결국 회의 공간이 변해야 소통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먼저 유니버설 플랜(Universal Plan)에 맞게 회의장 내에 격식을 상징하는 도구를 제거해보자. 유니버설 플랜이란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가 같은 가구를 사용하는 형태로 사무공간을 계획하는 걸 말한다. ‘보편적인 배치’라고도 말할 수 있다. 회의 공간도 이처럼 보편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어떤 참여자이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사원이 앉은 자리에 회의 주관자가 앉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는 ‘보편성’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높은 의자나, 별도의 테이블, 각각의 직급/직위를 상징할 수 있는 명패 등을 특별한 행사가 아닌 경우는 회의장에 없는 것이 좋다.
또한, 테이블을 배치할 때는 회의 주관자와 참여자가 마주 보는 배치보다는 90도로 바라볼 수 있게 배치하는 게 좋다. 마주 보는 배치는 보고받는 사람과 보고하는 사람의 구분이 명확해져 수직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 눈을 마주칠 때 긴장감이 높아질 수 있다. 반면 90도로 바라보는 배치는 더욱 가까운 거리에서 친밀한 소통을 할 수 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거나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할 수도 있으므로 긴장감을 낮추고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이처럼 공간이 변할 때 비로소 소통은 시작될 수 있다.
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책임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