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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성적표’ 예견된 국내 항공사 다음 수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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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성적표’ 예견된 국내 항공사 다음 수순은?

국내 항공사 손실은 ‘기정사실’...이제는 ‘손실 규모’가 관건
2분기도 업황 회복 요원...대규모 손실에 선택지 한정된 항공사
美 항공사 구조조정 본격화…체력 약한 LCC부터 가시화 될 듯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대유행으로 여행객이 급격하게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대유행으로 여행객이 급격하게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항공업계 피해가 수치로 확인될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대형항공사를 비롯해 저비용항공사(LCC) 1분기 실적이 15일 이전에 발표될 예정있기 때문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쇼크를 맞은 항공사들이 올 1분기에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갈등과 ‘보이콧 재팬’ 등으로 지난해 타격을 입은 국내 항공사가 올해 들어 회복을 기대했지만 코로나19로 생존 절벽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항공사마다 강도 높은 자구책 실행과 정부의 대규모 수혈이 이어지고 있지만 저조한 1분기 실적 발표로 위기감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항공업황 회복이 요원한 가운데 이번 실적 발표 이후 항공업계 인력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1분기 어닝쇼크 예견된 국내 항공사…2분기도 '암담'


코로나19 충격이 예견된 만큼 이제는 항공사별 손실 규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제 재가동에 나서고 있지만 미주와 유럽 등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아직 꺾이지 않고 있는 데다 곳곳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이 이어져 2분기 항공 업황도 어두운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3분기도 불확실성이 높아 누적된 손실 규모에 따라 각 항공사마다 ‘최악의 상황’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항공업 성수기인 1분기 동안 기록적인 매출 감소는 국내 항공사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1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2조4500억 원, 영업손실은 2400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전체 매출의 20%인 화물이 그나마 실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한항공 노선의 약 90%가 운항을 하지 못해 손실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지난 2015년 3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이어진 18분기 연속 흑자 행진은 깨질 가능성이 크다.

매각이 연기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매출 5조9538억 원과 영업손실 368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8년에 비해 4%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3331억 원 늘어났다.

LCC 상황도 심각하다.

'LCC 맏형'격인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8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제주항공은 영업 손실 657억 원을 내며 창사 이래 최악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7% 감소한 2292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영업이익 570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이익을 낸 지난해 1분기 성적표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제주항공 외에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은 올해 1분기에 300억~500억 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이스타항공과 에어서울 등 비상장사도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올 상반기 국내 항공사 매출 피해 규모를 6조3000억 원으로 추산하는 것도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을 보여주는 예다.

◇ 한계점 다다른 국내 항공사…선택지는 인력 구조조정?


사상 최악의 성적표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각 항공사들이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한층 강도 높은 자구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각 항공사들은 급여 반납과 무급 휴직 등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각각 1조2000억 원, 1조7000억 원을 수혈하기로 했고 LCC에도 3000억 원 지원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상 최대 1분기 손실에 이어 2분기에도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항공업계가 누적되는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항공사가 매달 지불하는 고정비 가운데 인건비 비중이 높아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립 배질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항공산업 담당 수석 신용분석가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자발적인 해고와 조기 권고사직 등으로 미국 내 항공사 일자리가 10월 1일 이후 20~30% 사라질 것”이라며 “이는 연방정부 지원으로는 전체 인건비의 3분의 2 정도만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오는 9월 말까지 항공사에 인위적 구조조정 불가를 전제로 약 30조 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늘어나는 손실까지 견뎌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미국 4대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은 오는 10월부터 경영직·관리직 직원 1만1500여 명 중 최소 3400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이미 밝혔다.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전체 직원의 10%인 1만6000명을 감원키로 했다. 영국 국적기 영국항공은 1만2000명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유럽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는 지난달 말 영국 직원 3200명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을 시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첫 정리해고 수순을 밟고 있는 상태다. 직원 1600여 명 중 22%인 345명에 대해 감원하기로 했지만 희망퇴직 접수가 낮아 대규모 정리해고가 예상된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